

Q : 지금 어디 가는 길이에요?
가평으로 레인보우 페스티벌 가고 있어요! 저희는 같은 동네 살아서 집 앞 역에서 만났어요. 상봉에서 경춘선을 막 갈아탔는데 자리가 없네요…. 경춘선은 원래 이런가요? 아니면 주말이라 이런 건가요? 둘 다 가자마자 돗자리 깔고 싸간 커피를 마시자고 벼르고 있어요.
아 저희 가방 묵직해 보이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Q : 잠깐만요. 오늘 페스티벌룩 좀 소개해줄래요?
하하 민망하네요. 페스티벌은 뛰어놀아야 하니까 활동성 편하게 바지를 입었어요. 치마 같아 보여도 치마바지랍니다. 아래는 검은색이라 위에를 포인트 줬고요. 린넨 소재라 시원해요. 일부러 운동화 신고 밤에 혹시 몰라 가디건도 챙겨왔어요.

Q : 자리는 잘 잡았어요?
아주 잘 잡았답니다! 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저희는 1시 반쯤 들어왔는데 사람이 벌써 많네요. 앞쪽은 아니고 뒤쪽 사람들 지나가는 통로 앞에 돗자리를 깔았는데 중앙 쪽이라 그런지 잘 보이고 불편하지도 않고 아늑해요! 친구가 지나가다 여기다 깔면 어때? 라고 해서 깔아본 건데 어쩜 저희 돗자리 크기랑 딱 맞는지 둘 다 만족한 위치 선정이었어요.
짜잔- 저희가 준비해온 도시락이에요~ 이 삼각김밥 친구가 집에서 직접 틀에다 넣고 만들어온 거래요. 신기하죠. 정성 대박! 저는 샌드위치를 사 왔어요. 그리고 사실 음악을 즐기러 온 건지 먹방을 즐기러 온 건지 모르게 음식을 엄청 사 왔어요. 오다가 편의점까지 들러서 음료수에 나초에 초코콘초에 라면 과자에 김밥까지 더 사 왔다니까요. 뭐 부족한 것보단 낫잖아요!

Q : 혼자 어디 가요!
레인보우 스테이지에서 샘김보다가 스텔라장 보러 포레스트 스테이지 넘어가려고요! 친구는 샘김 마저 보고 온대요. 오실 거면 얼른 오세요 스텔라장 이미 시작했어요!

맞아요. 잔나비에 페퍼톤스 자이언티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니까 힘들긴 하네요. 그래도 페스티벌의 묘미는 힘들면 앉아 쉬었다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아까 6시 반에 퀸즈 스마일로 예약한 큐브스테이크랑 버터새우꼬치 받아왔어요. 역시 고기가 들어가야 하나 봐요. 힘이 나네요!

Q : 하늘 봐요. 해가 지고 있네요
그러게요. 페스티벌에선 해가 지는 것도 낭만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도 더 많아졌네요. 이렇게 많을 땐 차라리 여유롭게 뒤에 서서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가까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뒤에 있을 때가 더 잘 보이고 집중되더라고요.
근데 가수들 순서가 좋은 것 같지 않아요? 이럴 걸 알고 짠 걸까요? 스텔라장 노래를 좋아하는데 특유의 통통 튐이 햇살 아래에서 더 예뻤던 것 같아요. 물론 스텔라장이 더 예뻐진 것도 있고.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너무 좋아요! 나나나나나나~
백예린 때는 해가 지고 선선해졌을 땐데 그때의 분위기와 노래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랑 “지켜줄게”가 좋았어요. 음악에 맞춰 몸을 살랑대는 게 얼마나 좋던지!

Q : 마지막 질문이 되겠네요. 이번 레인보우 페스티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가장 고민되는 말이네요. 이번 페스티벌은 정말 최고였어요. 페스티벌을 매년 다니는데 페스티벌생 중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Q : 어떤 점이 그렇게 최고였어요?
우선 자라섬을 처음 왔는데 넓고 예뻐요. 이런 넓은 공간을 잘 활용한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다 예쁘더라고요. 특히 폭스바겐에서 준비한 MIRROR GARDEN 존이 좋았어요. 직원분들이 열정적으로 찍어주고 그걸 인스타에 태그하면 즉석에서 뽑아 간직할 수 있어 추억이 되더라고요.
레인보우 스테이지 무대를 두고 푸드트럭이 양옆으로 배치되어있는데 그것도 잘 되어있었고, 똑같이 양쪽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좋았어요. 저희는 아침부터 음악이 끝날 때까지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휴지 같은 게 떨어지지 않고 잘 관리되었고요. 쓰레기들도 크게 눈 찌푸릴 데가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MFBTY 이후에 YB밴드 순서는 흥이 한껏 달아오른 뒤에 전율을 줬달까요. 왜 YB YB 하는지 알았어요. “YB는 죽지 않는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피날레를 정말 벅차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줬어요. 페스티벌에서 흥뿐 아니라 감동한 건 처음이었달까요.

사실 이번 페스티벌이 하필 시험 기간이랑 겹쳤었거든요. “그래도 난 내가 즐기고 싶은 거 즐길래!” 큰소리쳤지만 페스티벌 시간이 다가올수록 설렘보단 부담이 느꼈었어요. 그런데 페스티벌에 와서 정말 가지 않았다면 후회를, 아니 후회를 넘어선 이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YB 윤도현 님이 속초에서 자라섬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해요. 미시령을 넘어오는 데 너무 힘들어 땅바닥만 보고 페달을 밟았다고요. 도대체 언제 도착할까, 도착하기는 할까, 너무 힘들다 생각하며 고개를 드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섬에 도착했더래요.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멀리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는 게 가장 좋구나
그러니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고 말했어요. 그 말에 멀리 보기 위해 현재를 쓰고, 수많은 아름다웠을 순간을 지나쳤을 제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이 순간에 충실하고 있는 제 순간이 아깝지 않았어요. 어쩌면 더 멀리 내다볼 용기를 얻은 것 같았고요. 아직까지 전율이 가시지 않아요. 그 이야기 후 윤도현은 “나는 나비”를 불러줬어요.
행복한 하루였어요. 정말로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