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한승훈

글 입력 2019.06.0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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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덧칠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처음에 눈, 코, 입을 그렸는데 너무나 위화감이 들고 어색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지우고 싶었다. 그린 모델 중에는 가장 밀도가 높았다. 회색과 검은색의 느낌인 사람이다. 이렇게 덧칠만 계속하고 싶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얼굴 형태보다도 짙은 올리브색 계열 회색으로 계속해서 덮고, 이 사람과 어울리는 보라색을 살짝 넣었다. 그리고 가로선을 많이 그었다. 많이 덮여진 사람이었다.

"나는 매일 새로이 태어난다고 생각해.'

'내가 계속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건, 나도 모르는 불안감이 있는 걸까? 이전 연애를 너무 오래 했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사실 사람을 (특히 여자사람을) 일 대 일로 만나는 게 어색하고 두렵고 불편하고 그래. 그래서 이번에 용기 냈어.' 하긴 연애라는 건 특유의 안정감을 주기는 하지.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도 하고, 의외로 평범한 얘기를 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때, 얘기를 너무 잘 들어주어서 내 얘기를 많이 했다. 그때는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질문을 많이 했으면서, 반대의 상황이 되자 전혀 달라졌다. 내가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점점 늘려나가는데, 다른 곳을 보며 이야기했고, 잘 듣는 만큼 이렇게나 말을 재미있게 많이 잘하는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관종이기도 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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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눈만 많이 그려보았다. 보이는 형태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

- 신체 중에서 가장 자신 있거나 자신 없는 부분. 혹은 그려줬으면 하거나 그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난 외모에 대해 불만이 없는데...... 아 생각났다. 나는 눈이 예쁘고, 턱에 자신이 없어. 아마 어릴 때부터 엄마가 나보고 눈이 예쁘다고 했고, 아빠는 내가 턱이 별로라고 계속 얘기했어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 들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반복해서 많이 듣다 보니까 나도 신경을 쓰게 되더라. 최근에 느낀 게 있어. 나는 단체 사진을 찍으면 내 눈만 보게 되더라. 그래서 나를 괜찮다고 생각하나 봐. 내 눈은 예쁘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단체 사진에서 자신의 자신 있는 부분만 보겠지?"

*

자의식이 강해서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일대일 만남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난 내 이야기가 진짜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 이걸 남들이 알면 좋겠어.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는데, 많이 보면 좋겠어. 다른 과는 떨어졌으니 이번에는 극작과에 지원을 하려고."

"난 비밀스러운 것이 좋아. 항상 새로운 것. 그래서 난 두려워. 새로운 것만을 계속 찾다 보면 무뎌질까 봐, 그리고 고갈될까 봐 그게 두려워"


굉장히 공감되는 말이었다. 나도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무뎌질까 봐, 고갈될까 봐 두렵다'라는 표현이 너무 신기했다. 그 감정이 느껴져서 더 기분이 묘했다. 나는 그저 새롭고 즐겁기만 한데, 이 감정(?)이 사라진다는 걸 상상하고, 두렵다고 느끼니. 역시 범상치 않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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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연애는 너무 어렵고 부끄러워.'

말하는 대각선 옆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화려한 액세서리(귀걸이)도 더했다.

​​

보통 화모를 진행하면 인물들 그리는 패턴이 비슷하게 나오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래서 좀 알아볼 수 있게 이해할 수 있는 형상화 모습을 하나 그렸다. 말하고 있는 대각선의 옆모습이 너무 그리고 싶게 생겼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고, 귀걸이 화려하고 예쁜 거 하고 싶은데 몸에 구멍 내고 싶지 않고 무서워서 안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신 그림으로나마 귀걸이를 그려주었다. 근데 도구가 두꺼워서 귀걸이가 제대로 그려진 것 같지는 않다. 조금 아쉽게 그렸다. 너무 귀엽게 나와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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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다.

내가 그리는 사람들 중 가장 긴장 안하고 자연스럽고 익숙하고 편안한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메모 글을 작성하다가, 반대로 나를 그리기도 했다. 이건 받은 그림. 나처럼 일을 많이 벌리는, 항상 무언가가 많이 쌓여있는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계속 보기를 바란다. 밀도가 너무나도 높은 사람.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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