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뉴트로를 담다, 춘향들의 이야기 - 춘향전쟁

레트로 소리극 <춘향전쟁> 프리뷰
글 입력 2019.06.0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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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트로? 뉴트로?


 

레트로가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복고풍의 인디음악을 듣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소위 ‘힙함’의 상징이 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그 당시에 유행했던 패션과 물건을 찾아다니고 있다. 레트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런데 가끔씩 이런 풍경이 어색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1900년대 후반의 향기를 있는 그대로 덧바르고자 한다니. 레트로를 트렌드의 일종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2010년 후반의 사회와 1990년대 사회의 분위기는 너무나 다르다. 이 두 사회에 유행한 양식들이 지금 시점에서 공존할 순 있다. 하지만 하나로 합쳐질 순 없다. 그래서 레트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현 사회의 생활양식을 받아들였다는 전제 하에 ‘레트로’라는 취향을 갖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뉴트로(Newtro)라 말할 수 있다

 

뉴트로(Newtro)란 새로움의 New와 복고의 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레트로와 뉴트로를 구별하지 못한다. 레트로란 말 그대로 과거에 팔렸던 옷이나 물건을 있는 그대로 다시 꺼내서 회상하는 것이다. 반면 뉴트로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컨셉 중 하나다. 카페의 인테리어를 예시로 들어보자.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인테리어, 전통 한옥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 동양풍 인테리어 등 굉장히 다양한 디자인이 있을 것이다.


레트로도 이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970년대나 80년대의 골동품들과 포스터를 가져와 레트로풍의 카페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 이처럼 뉴트로는 레트로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공간, 패션 등을 창조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힙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레트로는 사실 뉴트로라 말해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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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뉴트로’ 소리극, <춘향전쟁>


 

주지했듯이 뉴트로와 레트로의 차이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애초에 뉴트로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부정적인 현상이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같이 사소한 것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레트로를 추구한다’는 말은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이 뉴트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레트로의 추구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상품들과 문화가 참 어색하다고 느낀다. 물론 그런 상품이나 그것을 컨셉으로 탄생한 문화예술들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춘향전쟁>도 비슷한 종류의 문화공연이라고 생각했다. 문학에서 꾸준히 패러디되었던 춘향이라는 소재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 먼저 한 몫을 했다. 또한 본 작품이 한국 영화사에서 춘향을 두고 벌어졌던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도 그랬다. 그런데 놀랍게도 본 공연은 시놉시스에서부터 스스로가 ‘뉴트로’ 소리극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록 포스터에서는 레트로 소리극이라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시놉시스를 읽다보면 그들이 결국 뉴트로를 작품의 컨셉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리와 음악으로 생생히 살아나는 1960년대. 음악은 전통, 감수성은 복고, 형식은 현대.” 작품에 쓰이는 연출 기법이나 표현 방식들이 기본적으로 현대에서 기인하였음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뉴트로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즉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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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영화 ‘성춘향’ 개봉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영화감독 신상옥과 폴리아티스트가 음향효과를 통해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판소리꾼은 신상욱 감독과 변사가 되어 주인공과 화자를 오가며,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마치 무성 영화를 무대에서 재연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전달한다. 반면 폴리아티스트 역할의 배우는 실제 영화 ‘성춘향’의 영상 위에 소리를 덧입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음향’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선사한다.”


- 시놉시스 중


 

소리극 <춘향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첫 번째로 복고 감성을 현대적인 기법으로 무대 위에 구현한다는 것이다. 앞서 뉴트로를 언급하며 충분히 설명하였다. 영화사의 한 사건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1900년대 후반의 물건들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등 충실하게 뉴트로를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음악과 “음향”이다. 음향에 따옴표 표시를 한 이유는 본 공연이 음향효과에 굉장한 노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여느 극 공연에서 그렇듯 음악은 항상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음향효과는 배경음악에 비해 인물의 행동이나 일시적인 사건을 묘사할 장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춘향전쟁>에서는 성춘향의 영상 위에 소리를 덧입히고 풍선을 통해 불꽃놀이 소리를 내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소리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홍보물에서도 말하듯이 이 공연은 ASMR 퍼포먼스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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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흡입력 있는 전통 현대극을 기대하며


 

적어도 나에겐 상당히 생소한 주제의 공연이다. 평소에 동양풍 소재를 녹여낸 공연을 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정말 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평소 취향이 동양풍과는 거리가 멀어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과거에 비해 서구화되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서구의 문물(써 놓고 보니 참 예스러운 표현이긴 하다.)에 익숙해지니 원래 우리 것이었던 전통 문화에 관심이 뜸해지고 있다. 당장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만 봐도 팝이나 힙합, 뮤지컬, 영어권 영화나 서구권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나 또한 그렇다. 오히려 한복이나 한옥, 전통 문학, 민속촌 등 옛날 우리 사회의 색깔로 가득한 문화가 어색하다.

 

그래서 이 공연에 기대를 걸어본다. 나의 흥미 분야에서 멀리 벗어나 있던, 우리의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중이거나 ‘뉴트로’풍 공연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어서 이 공연을 관람하도록 하자.



*

춘향전쟁
- 2019 정동극장 창작ing -


일자 : 2019.06.05 ~ 06.23

시간
화-토 8시
일 3시
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그림(The林)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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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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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Anonymous
    • 전체적인 프리뷰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 되는 것은 레트로와 뉴트로의 구분인 것 같습니다. 제시하신 뉴트로와 레트로의 정의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트로란 말 그대로 과거에 팔렸던 옷이나 물건을 있는 그대로 다시 꺼내서 회상하는 것이다. 반면에 뉴트로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컨셉 중 하나다.”
      뉴트로는 새로운 창작을 목적으로 하는 현상을, 레트로는 과거의 물품들을 지칭 한다는 점을 근거로 구분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글의 핵심은 ‘<춘향 전쟁>이라는 작품이, 그 포스터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레트로 음악극’이 아니라 사실 ‘뉴트로 음악극’이었다’ 같습니다. 그리고 뉴트로란 단순히 과거를 끄집어 와 ‘그 때는 그랬었지, 참 좋았지’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들을 지금 여기의 요소들과 조합시키는 것 창조적인 활동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춘향 전쟁>이란 작품이 기대되는 지점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바로 이 ‘뉴트로성’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읽었던 것 같습니다. 레트로와 뉴트로 사이의 엄밀한 구분에서 시작하여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전위성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는 글의 구조가 참 좋았습니다. 과연 <춘향 전쟁>이 진짜 그 전위성을 구현해냈는지, 에디터님의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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