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은 여행이라도 다 같은 여행은 아니다 - 남미 히피 로드

남미 히피 로드를 읽고
글 입력 2019.05.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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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로 향하는 자신감이,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호르몬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무색하게도,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말끔히 사라졌다. 왜 나는 해외여행이, 내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는 미지의 땅에 대한 두려움이 설렘보다 컸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뀐 건, 베트남에 도착하면서부터였다. 23년 동안 보지 못한 풍경들. 듣지 못한 언어들은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낯선 세계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에 ‘남미 히피 로드’에 관심을 보인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남미 히피 로드: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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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종 여행 브이로그를 찾아보곤 했다. 일본, 태국, 파리, 에티오피아 등 영상 속의 여러 나라를 구경하면서 언젠가 나도 이 땅을 직접 밟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브이로그 영상들은 생동감이 넘치게 여행의 매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남미 히피 로드는 브이로그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사실 여행 책의 경우, 영상만큼 여행지의 매력적인 순간을 표현하진 못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여행지를 온갖 미사여구로 표현한들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독자들에게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주진 못할 것이다. 남미 히피 로드 또한 기대한 것처럼 남아메리카 곳곳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에는 저자가 여행 중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이 녹아 있었다.

여행을 갔을 땐 낯선 사람을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나는 여행에서, 유난히 사람을 피해 다녔다. 여행 전 소매치기와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걱정 어린 주의를 많이 받았기에, 어떤 사람이든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도록 도와준 현지인의 순수한 호의에도, 마음속으론 돈을 요구할까 봐 벌벌 떨곤 했다. 그렇기에 책 속의 저자가 새로운 사람들과 즉흥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는 저자와 내가 여행지에서 보여주는 마음의 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여행지는 늘 낯선 곳이었다. 5일간의 여행에서, 나의 목표는 무사히 여행을 잘 끝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불안했던 것 같다. 어쩌면 저자에게 여행지는 발을 붙이는 순간, 더는 낯선 곳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지에 있는 순간만큼은 그 장소의 분위기와 사람들, 언어 등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아닐까. 여행객이 아닌 그저 이 공간에 존재하는 한 사람이 되는 것, 이를 깨닫게 된다면 나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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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관광객이 왔다가 사라지는 걸 지켜봤어. 마치 슈퍼마켓 같았어.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듯 마추픽추를 사고 소비하고 떠나. 난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었어.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내가 가진 전부를 걸었으니까.

그녀가 그 말을 하며 짓던 웃음을, 자신이 가진 전부를 걸어서 성취한 사람이 짓는 감격의 표정을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같은 마추픽추라도 다 같은 마추픽추가 아니었다.

- 남미 히피 로드 中


때로는 여행이 가치 있는 행동인지 생각할 때가 있다. 한번 갈 때마다 적지 않은 돈과 1년에 몇 번 주어지지 않는 휴가 대부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떠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여행엔,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간절함으로, 사람들은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후회 없이 즐긴다.

최근까지 여행 가는 것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을 한 것에는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내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열흘 남짓, 열흘 동안 약 300만 원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은 괜한 사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마추픽추라도 다 같은 마추픽추가 아니었다’는 책의 구절이 내게 여행에 대한 확신을 안겼다.

그저 외국의 명소를 둘러보고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 300만 원을 쓰는 것이라면 아깝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행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는 남들이 아닌,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장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같은 여행이라도 다 같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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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


지은이 : 노동효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문학, 여행에세이

규격
신국판(140*210)

쪽 수 : 380쪽

발행일
2019년 04월 24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865366-36 (03810)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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