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빌론 그 너머를 향해, 남미 히피 로드

800일간의 방랑 인생
글 입력 2019.05.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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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 작가의 '남미 히피 로드'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책을 읽을 때 수필보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선호하는 편인데 '히피'라는 주제는 내가 학창시절 때부터 줄곧 궁금해하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향유하기를 눌러버린 것 같다.

'히피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하며 자유를 노래하는 방랑족' 고등학교 때 배운 사회 교과서에는 이렇게 한 줄로만 명시되어 있었을 뿐 그들의 역사와 문화, 이념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미미한 호기심으로만 남을 뻔했던 이들과의 만남이 이제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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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들은 바빌론(대도시)에서의 자본주의 삶을 뒤로한 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스스로가 하는 모든 행위에 여류를 가지고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노동효 작가가 전하는 그들은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모두가 형제라고 묘사되어있다.

같은 지구 같은 태양 아래 재력이니 뭐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론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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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로'는 주로 싸고 낡은 숙박업소를 많이 이용하였는데 숙소에서 처음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하룻밤 사이에 친구가 되어 밤이면 밤마다 친구 집에 모여 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나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처음 봐도 친구, 나이가 달라도 동갑'편이였다. 칠레의 푸콘.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60대 아저씨가 악기 연주를 하다 실수를 하면 20대 청년이 '괜찮아 친구!'하며 위로해주고 친구의 아빠와 친구를 맺는 일도 아주 자연스러운 부분이라 묘사되어있다.

이 페이지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너무나도 다른 문화 때문이여서일까 책 속에도 쓰여있지만, 만일 한국에서 20대 청년이 60대 아저씨에게 '괜찮아 친구'라고 말한다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며 꾸중을 들을게 틀림없다. 어쩌면 타국인이 보기엔 예의 없어 보이는 생활 일지라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적막한 거리감이 들지 않아 보이는 저들의 '친구 행실'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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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드넓고 웅장한 자연도 꽤나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 꽤나 멋있어 보이는 곳은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였다.

바릴로체는 남아메리카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멋있는 설산 아래 자리잡은 지역인데 마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가 글을 쓸때마다 머물던 농장과 흡사한 광경을 지니고 있었다. 빼곡히 하늘을 가득 채운 높은 건물숲을 벗어나, 한번쯤 겉과 속이 뻥 뚫린 이곳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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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미 히피들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큰 시내. 그곳에 가끔 직접 찍은 사진을 파는 캐나다인이라던가 저글링을 하며 묘기를 선보이는 아메리카계 남자라던가, 지하철역에서 손수 만든 편지지를 파는 아르헨티나인. 의외로 히피는 우리 일상 속에서도 간간이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들을 히피는커녕 '돈이 없어 방랑하는 외국인들'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그건 나의 부끄러운 착각이자 기만이었고 그들은 물건이 팔리든 안 팔리든, 공연 반응이 좋든 안 좋든 어디서나 자신만의 무대를 즐기며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속으로 갈망하던 자유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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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러한 좁은 세상을 깨뜨려준 이 책과 작가 '로'에게 많은 것을 배움에 감사하고 싶다. 나는 내가 순전히 '나'라고 믿어온 작은 세계에 갇힌 채 내가 갇힌 방안을 둘러보며 바깥세상을 멋대로 판단하고 정의하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보는 것들은 지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책 하나로 온 지구의 공기와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남미 히피 로드>를 누군가에게 추천해본다면, 바빌론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구에는 단조로이 반복되는 일상보다 재미있는 일이 훨씬 많다고.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의 여유를 찾아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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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


지은이 : 노동효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문학, 여행에세이

규격
신국판(140*210)

쪽 수 : 380쪽

발행일
2019년 04월 24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865366-36 (03810)





저자 소개


노동효

지구 풍경과 삶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2~3년 주기로 대륙을 옮겨 다니며 여행한다. 위시리스트 따윈 만들지 않는다. 해버리면 되니까. 현재 장기체류 후 이동(Long stay & Run) 기술과 저글링, 공중 외줄타기를 연마 중이다. 지구를 몸에 다 새기고 나면 화성으로 갈 것이다. 그전에 2년 4개월간 떠돈 남아메리카 여행기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에게 진 빚을 갚는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히피는 살아남을 것이다, 길이 존재하는 한.

<길 위의 칸타빌레>,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길 위에서 책을 만나다>,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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