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롯이 커피만을 고집하는 블루보틀의 커피향 가득한 철학 [기타]

한국에 상륙한 블루보틀, 생생 탐방기
글 입력 2019.05.26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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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코리아

Blue Bott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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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을 진한 향을 머금은 커피와 함께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혹은 SNS 속 핫플레이스를 찾아 떠나는 일상 속 모험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지금쯤 가봤을 커피점이 하나 있다. 블루보틀 코리아. 미국의 커피브랜드인 블루보틀이 지난 5월 3일 한국의 성수동에 오픈하면서 먼나라 이웃나라인 한국의 고객들을 찾아왔다.


블루보틀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총알처럼 지나가버린 시간의 속도에 대한 체감과 함께 재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와 함께 뉴욕여행을 했던 친구는 우리가 미리 계획했던 개인 여행 시간 동안 뉴욕에 있는 유명한 카페 하나를 찾아간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그냥 그런 커피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 외엔 어떠한 특별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 이곳을 찾아가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 사실이다. 그 무렵엔 수많은 카페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이 브랜드가 지금 한국에서 사람들이 오픈 첫날 몇 시간을 기다리기 마다치 않았던 인기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듣고 있는 ‘사례로 배우는 글로벌 PR 캠페인’이라는 교양수업에서 잊고 있었던 블루보틀에 대한 기억이 다시 벌떡 일어났고, 수업 도중 블루보틀을 가봤냐고 물으시던 교수님의 질문에 흥미로운 경험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할 멋진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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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함께 갈래라고 물었던 친구를 따라 블루보틀을 갔다면 그것의 본고장에서 더욱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블루보틀을 가지 않았던 내 선택 또한 내게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안겨주었다. 이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 모린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며 우리만의 수업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내가 했던 작은 선택들이 나의 또 다른 미래에 영향을 주는 건 언제봐도 신비로움 가득한 일이다. 덕분에 내 친구 모린은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블루보틀 네덜란드 점을 방문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추억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우리가 찾았던 날은 주말이었지만 입소문으로 들었던 대기시간에 미리부터 겁을 먹을 필요가 무색할 정도로 대기시간이 짧았다. 20분 정도 기다린 후 들어가게 된 블루보틀 매장을 서서히 구경하며 느꼈던 점 중 하나는, 확실히 기존 한국의 커피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브랜드의 매장 인테리어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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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함에 약간의 화려함을 추가한 듯한 분위기, 혹은 아예 소박하거나 빈티지한 멋을 추구하는 한국의 보통 카페들에 익숙했던 나는 블루보틀의 천장 구조를 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개조를 하다만 것 같은 미완성으로부터 오는 ‘미’와, 분위기가 아닌 커피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블루보틀의 브랜드 이념까지도.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 직원들의 배려 또한 블루보틀이 내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결과에 한 몫을 더했다. 대기열 맨 끝에 있던 우리에게까지 현재 어떤 커피가 품절되었는지 전달해주며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고민의 번거로움을 일찍이부터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분의 배려는 내게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건네주었다. 블루보틀의 대표 커피 뉴올리언스를 도전해봐야지 하는 설렘을 안고 그곳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뉴올리언스행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래서 결국 주문한 것은 라떼와 독특한 이름의 디저트인 curry brocolli tomato cak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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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나오기 전 케이크부터 따로 준비해주신 것에 한번 놀랐고, ‘브로콜리 케이크요’라고 주문했던 내게 세 가지 재료가 모두 섞여있는 케이크라고 알려주신 직원분의 덤덤한 말을 들은 후엔 머쓱한 미소가 함께 찾아왔다. 다른 카페에서 번호를 부르는 것과 달리 블루보틀은 스타벅스가 그렇듯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특히 몇 번이나 부른 후에도 주인이 없는 커피를 들고 직접 주인을 찾아가는 그들의 세심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


어쩌면 완벽했을지도 모르는 블루보틀에 대한 기억이 아주머니 두 분에 의해 조금 망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매장 내 꽉꽉 차있던 자리를 둘러보며 새 자리가 나던 때를 기다리던 차에 아주머니들께서 한 테이블을 떠나는 것을 보고 거기에 자릴 잡으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순간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기다리던 나와 내 친구를 목격하고도 자리를 치우지 않고 가버리신 아주머니들의 행동이었다.


물론 카페 문화에 잘 익숙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고 카페마다 조금씩 다른 정리 문화가 있다는 점을 참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떠나고 그곳에 앉을 다른 사람들을 본 후에도 ‘그냥 가도 될 것 같다’라고 말하신 행동의 가벼움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다. 최소한 정리할 장소가 있는지 둘러볼 수도 있었고 혹은 다 먹은 커피잔을 들고 가 직원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다.


비단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한국을 찾은 내 친구에게도 조금의 상처가 됐을지도 모른다. 카페를 찾으실 때 가지셨을 설렜던 처음의 초심처럼 마지막도 아름답게 남기고 떠나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가득한 생각이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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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을 다녀온 후 여러 후기를 찾아보며 블루보틀이 마케팅부서나 매니저 직책을 가지고 있지않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브랜드 홍보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어줄 기존의 선택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들이 믿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다. 모든 바리스타들은 오클랜드 본사에서 6주간의 트레이닝을 받는다.


브랜드 이미지를 회사에 속한 직원들의 행동으로 채워나간다는 점은 블루보틀의 특별함을 더욱 제고시켜주었다. 계획되고 포장된 마케팅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에게 직접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그들의 진솔함과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블루보틀에 관한 뉴스들 중 아주 흥미로웠던 내용이 있다. 어떤 기사에서 오픈 전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커피 하나에 몇 시간의 기다림을 마다치 않으며, 파란색 병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의 행동을 SNS에 대한 지나친 의식의 과열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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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답으로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불안 Status Anxiety>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이 현상을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 이유는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과 더 많은 좋아요로 인기를 체감하는 듯한 허영심을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이 속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았다. 나 또한 인증샷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생각들은 타인에게서 사랑받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것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하면 물론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가치에서 싹튼 문화를 마냥 비판하는 것 또한 옳지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증샷과 자랑하기를 좋아하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순간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기록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에 블루보틀을 방문했을 때 나는 블루보틀의 상징 이미지와 함께 멋진 인증샷을 얻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함께 얻었다.


2년 전 추억을 잠시 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트인 시야를, 이 외에도 여럿 있지만 제일 소중한 하나를 언급하자면 블루보틀에 친구와의 추억을 진한 커피향과 함께 남겨두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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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시 가게 될 다음번의 블루보틀에서 처음 방문했던 때의 감정들을 떠올릴 것이고, 이번 학기가 끝나면 네덜란드로 돌아갈 친구와의 추억을 언제든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보틀의 푸른 병에 담긴 Turquoise (터키블루)의 맑음에 빠져들 듯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며.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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