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영화]

Monster & Real Monster
글 입력 2019.05.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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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 얘길 한다면, 정말로 한다면 뭘 말해야 할까? 나도 궁금하군. 그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얼마나 오래 전인지. 잘생긴 왕자님이 다스리던 시절 같군. 아니면 그 곳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그 작은 도시는 바다만에 가까웠지. 주변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면, 어디 보자... 그녀에 대한 얘길 할까? 목소리를 잃은 공주. 아니면 이 사건들의 진실을 말해줄까?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와 그 모두를 파괴하려던 괴물에 대한 이야기 "



간단한 영화 소개 & 감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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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2017년 미국에서 개봉한 드라마, 판타지 영화이다. 영화는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영화의 공간적 배경 또한 항공우주 연구센터이다.

판타지의 거장이라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가 감독을 맡았다.(필자도 잘 모르는 분이여서 찾아봤다) 그의 신작들을 보면 상업성이 다소 짖은 영화들도 더러 있지만, 일관되게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의 이미지가 있다고 느꼈다. 오늘 소개할 영화를 비롯해, 그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눈으로 보기에 조금은(누군가에겐 조금이 아닐 수도 있다) 기괴하고 색다른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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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노스, 1994
악마의 등뼈, 2001
스플라이스, 2004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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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버스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엘라이자


엘라이자 에스포지토(본명, 샐리 호킨슨) :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 부족함을 가진 인물이다.(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들을 순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엘라이자는 오컴(Occam)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혼자다. 어렸을 적 강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정말로, 그녀는 사회의 주변부에 속한 인물이다. 자그마한 여성이며, 장애를 가졌으며, 일반적으로 사회 속 위치와 힘의 계단에서 낮게 취급받는 청소부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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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스트릭랜드의 모습


리차드 스트릭랜드(본명, 마이클 섀넌): 스트릭랜드는 오컴 항공우주 연구센터에 새로 온 보안 책임자다. 그는 이곳으로 오면서 기이한 생명체를 데리고 온다. 모두들 그 생명체를 물건, 그것으로 부른다. 그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쇠봉으로 생명체를 무차별적으로 고문한다.

감정을 이렇게까지 드러내고 싶진 않지만, 필자는 이 캐릭터가 너무 싫다. 상당히 악질적이고, 근본 없는 우월감에 흠뻑 심취해 있는 인물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 혹은 보실 분들은 정도는 다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느끼실 거라 믿는다. 위선, 오만, 편견 덩어리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벅차다. 그의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다. 흑인 청소부 젤라 앞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주인공 엘라이자에게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다. 또한 같은 연구센터 직원들은 그에겐 그 보다 하등한 '것'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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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명체의 모습


어떤 생명체(본명, 더그 존슨) : 남미의 아마존 강에서 스트릭랜드가 포획했다. 원주민들에겐 '신'으로 일컬어진다. 때문에 그를 위해 강에 공물을 바친다. 인간들이 우주에 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물과 땅에서 모두 숨 쉴 수 있는 이 생명체를 실험용으로 데리고 왔다. 언뜻 보면 우리가 서로 알고 있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물에서 잘 살수 있게끔 진화한 인간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과연 이 생명체는 지능과 감정이 없는 괴생명체에 불과한 것일까 아님 정말 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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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스의 모습


자일스(본명, 리차드 젠킨슨): 주인공 엘라이자의 옆 집 친구다. 가난한 예술가다. '딕시 더그스'라는 파이 집에서 일하는 남성을 짝사랑 하는 중이다. 그러나 잘 이뤄 지진 않는다. 자신처럼 남성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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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스테틀러 박사(디미트리)의 모습


호프스테틀러 박사(영화 속 가명), 디미트리(본명, 마이클 스털버그): 러시아 스파이다. 미국인 연구원으로 가장해 오컴 항공우주센터에 들어왔다. 러시아 스파이이긴 하나, 치우친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러시아에게 부족한 무엇이 미국에 있다면 기꺼이 배워 이를 자국에 적용, 도입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또한 다른 이들과 달리 그 생명체를 소중하고 가치있게 여긴다.

젤라(본명, 옥타비아 스펜서): 주인공 엘라이자의 동료이다. 수다스럽고, 정 많은 인물이다.



줄거리


'어느 날, 주인공 엘라이자는 남미에서 건너온 왕자님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어떤 생명체를 왕자님이라 하겠다)

엘라이자는 자그만 집에서 혼자 산다. 그녀는 매일 아침, 알람 시계소리에 깬다. 일어나 목욕을 하고, 달걀을 삶고, 구두를 닦고 일터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옆집 가난한 예술가 친구 집에서 수다를 떠는 걸 제외하곤 그녀의 삶은 지루할 정도로 단조롭다. 일터에 가선 열심히 청소하고, 동료 젤라의 재잘거림도 들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컴 항공 우주센터의 새로운 보안 책임자, 리차드 스트릭랜드가 '어떤 생명체'를 데리고 온다. 스트릭랜드를 비롯해, 모두들 이 생명체를 '괴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왕자님에게 알 수 없는 감정과 끌림을 느낀다. 하루 하루, 매일 매일 그에게 줄 달걀을 삶아, 그가 있는 곳으로 간다. LP판도 같이 가지고 간다. 그에게 수화도 가르쳐주고, 노래 자락에 맞춰 춤도 춘다. 그 둘은 점점 더 가까워 진다.

그런데 이런 둘의 장면을 러시아 스파이, 호프스테틀러 박사가 목격한다. 이로 인해 그는 '어떤 생명체'에겐 언어를 배울 지능과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얼마 되지 않아, 스트릭랜드가 왕자님을 묶어두고 아주 잔인하게 고문한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 호이트 장군은 그를 해부하라고 지시한다. 호프스테틀러 박사가 완고히 반대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노라고 맘을 먹는다. 옆 집 친구, 자일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만 파이집 직원에게 고백할 생각에 들떠 엘라이자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심지어 그 또한 짐승일 뿐인 그를 왜 도와주려 하냐며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파이집 직원이 실제론 자일스에게 마음이 없을 뿐더러, 동성에게 끌리는 사람도 아니였으며, 흑인들을 가게에 있지 못하게 하는 그의 행동을 보고 가게에서 나온다.

엘라이자는 자일스와 젤라의 도움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왕자님을 빼내온다. 그녀는 운하가 열리는 날 왕자님을 떠나보낼 생각이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잃을 위기에 놓이자,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행동한다. 먼저 가장 의심스런 호프스테들러 박사의 뒤를 쫓는다. 박사가 자국 러시아 스파이에게 총을 맞자, 고통스런 그를 또 다시 고문해 왕자님을 빼돌린 진짜 범인을 알아낸다. 이를 알고 스트릭랜드는 곧장 엘라이자의 집으로 가지만, 이미 그들은 젤라의 전화를 받고 운하로 간 상태다.

뒤따라 가, 엘라이자와 왕자님을 총으로 쏜다. 그러나 왕자님은 다시 살아닌다.(그에겐 생체 치유 능력이 있다) 왕자님은 스트릭랜드의 목을 긋고, 엘라이자와 함께 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녀의 목에 난 3줄의 상처를 아가미로 바꿔준다. 그러곤 영화는 끝이 난다.

◈ 추가 정보
엘라이자 목에 난 흉터는 왕자님(어떤 생명체)이 낸 상처라는 걸 알 수 있다. 엘라이자는 강에서 발견됐다. 왕자님이 스트릭랜드를 죽일 때도 동일하게 목에 상처를 낸다.

*


(이 영화는 단순히 우리 인간의 시선에서 괴물로 보일 어떤 왕자님과 한 여성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모두를 파괴하려던 괴물에 대한 이야기'

도대체 이 괴물은 누군가? 등장인물을 소개할 때도 은연히 이야기 했지만, 괴물은 눈으로 보기에 우리 인간들과 다르게 생긴 '어떤 생명체' 가 아니라, 바로 '리차드 스트릭랜드'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그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고, '으..'라고 탄식할 것이다. 나는 그를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의 사상과 마음은 괴상하다. 자신 자체가 모든 우주 만물의 '기준'이라 생각한다. 자신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어찌 보면 인간 세계의 신과 같은 위치선상에 서있다고 생각 하는 듯하다. 때문에 서구 국가 백인 남성 중에서도 돈, 명예, 권력 등 최상의 조건이라 일컬어지는 거의 대부분을 가진 그는 그것들에 탐닉돼 오만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한테선 자신의 썩어가는 두 손가락처럼 썩은 내가 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은 우리 인간들의 악한 면들을 심화시키고 응축해 놓은 만들어진 영화 속 캐릭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트릭랜드 왈, 저 역겨운 놈을 더러운 남미 강에서 끌고 왔는데... 하지만 우린 신의 형상대로 태어났어. 저게 신의 형상으로 보이진 않잖아.
 
젤라 왈, 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는데요.

스트릭랜드 왈, 인간처럼 생기셨지. 나처럼. 혹은 당신처럼. 내 모습에 더 가깝겠지만.



스트릭랜드 왈, 아마존 원주민들이 신처럼 떠받들더 군요. 그 미개한 놈들이 물 속에 공물을 바치더군요.

장군 왈, 딱히 신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그러나 신(God)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영적 존재 그 자체다.(기독교 기준으로 말씀 드립니다.)  예수님이 백인 남성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백인 남성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 간단한 문장에서 그는 '어떤 생명체'를 역겹다고 규정짓고 있으며, 남미 강은 더럽다고 하고 있다. 남미 강이 더럽다(정말 물이 더러워서 더럽다고 한 말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즉슨 그는 남미의 땅을 가치 없는 존재로 보는 것이 된다.

참말로 마음이 못난 인물이다. 그의 사고방식과 마음은 괴물같다. 그렇지만 우리들 속엔 이런 괴물같은 마음들이 없을까.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나는 여태껏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한 번도 골몰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 또한 팔 다리가 있고, 보고 듣고 말할 수 있기에, 그것들의 부재가 주는 불편함과 아픔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다. 얼마나 불편하고 외로웠을까. 수화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마음껏 대화도 하지 못한다. 그녀는 같은 인간임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운 방랑자같다.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그녀는 자신이 모자라고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당연히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없는 삶을 산 그녀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어떤 생명체, 왕자님을 만나고 그녀는 너무 행복해졌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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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죠?"
"나도 그 사람처럼 소릴 못내요."
"날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내가 어디가 모자란지 어떻게 불완전한지 모르는 눈빛이에요"


"그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요"


이 대사가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해주고픈 말이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 보기' 간단해 보이면서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필요하다. 어느 순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스트릭랜드의 일부를 우리에게서 찾지 않기 위해선 말이다.




[이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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