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토록 놀라운 사진이라니 - 에릭 요한슨 사진展

누가 이 기발하고 섬세하고 풍부한 세계를 담은 사진들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5.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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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하기 버튼부터 눌렀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하는 <에릭 요한슨 사진전>이 바로 이번 전시다. 항상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한가람 미술관에서의 전시라는 것도 작용했지만, 특히 이번 전시의 포스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에릭 요한슨 Erik Johansson'이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음에도 이 포스터만으로 충분했다.



달_700.jpg
 


누군가는 이런 종류의 사진을 많이 봤을 테고, 누군가는 처음 접해보겠지만, 개인적으로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 아트웍에 관심이 있던 나는 보자마자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를 외쳤다. (아 물론 내적 외침이었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포토샵 등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현실적인 다양한 이미지를 구사하는 작업은 꽤나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인스타에 '어도비 포토샵' 공식 계정에 들어가면 포토샵을 이용하여 완성한 다양한 사진 작업물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들을 소개하는 느낌) 유튜브에 "photoshop artwork"라고 쳐도 관련 튜토리얼이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사진들의 특징은 단순히 사진의 분위기를 조정하는 것 즉, 색조-명암등을 조절한 것을 넘어서 포토샵의 기능을 이용해 보다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하여 폭넓은 작업물을 표현해낸다는 점인데, 그중 대표적인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장르가 이번 전시 포스터와 같이 합성을 이용해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작업물들이다.


'합성'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단어지만, 초현실주의 사진 작업에 필요한 작업은 단순 합성 말고도 다양한 효과와 디테일한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히 포토샵 기능을 적용하는 것 이상으로 손으로 직접 수정하는 등의 세부 편집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같은 원본 사진을 이용했음에도 작업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결과물의 완성도는 천지차이다. 게다가 신기한 게 실력자와 초보자가 진짜 똑같은 기능을 쓰고 똑같은 과정을 따라 하는 경우에도 결과물을 보면 미묘하게 (때론 대놓고) 다르다. 아무래도 실력자의 작품에는 그들의 '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직접 겪어봐서 안다. 나는 현실에서 찍을 수 없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다양한 기능을 통해 이미지의 표현을 넓히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 유튜브 튜토리얼을 따라 하며 비슷한 작업 연습을 해본 적이 있다. 분명 같은 기능을 쓰고 과정도 그대로 따라 했는데,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가 달랐다.



artwork_practice.jpg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고 따라 했던 이미지
인물과 그림자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직접 해볼수록 좀 더 많은 게 보인다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몇 번 따라 하고 시도해본 후에 여러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들의 작업을 보는 것은, 그것만으로 좋은 연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분야에서 인정받은 사진작가들의 사진 작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들의 사진은 더 이상 블로그나 개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인스타에도 실력자이자 유명한 작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에릭 요한슨도 인스타 계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작품들의 인상 깊은 점은 하나같이 그들의 '색깔'이 드러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인정받고 사랑받는 작가일수록 이런 성격이 뚜렷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초현실주의 사진 아티스트들도 작품만 봐도 누가 만든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다.



1.jpg

출처: 인스타그램

@joelrobison @marcel_van_luit @brookeshaden



위의 이미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인스타 계정 화면이다. 한눈에 봐도 개성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가장 왼쪽의 작가는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이미지를 주로 만들고, 가운데는 초원에 있는 듯한 원색과 동물을 주로 이용하고, 우측 작가는 공포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섬뜩하고 다크한 작품을 주로 만든다.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들의 계정에 들어가서 구경해보길 바란다.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이렇게 개성과 실력이 독보적인 작가들은 보통 작업에 필요한 원본 사진을 직접 찍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품들은 여러 개의 원본 사진이 필요한 데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사진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사진을 구할 때마다 저작권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작품의 특징을 꼽자면 하나같이 표현 방식이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인정받는 작가일수록 단순히 신기한 혹은 상상 속 이쁜 이미지를 만드는 걸 넘어서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정리하자면 그들의 작품은 개성이 뚜렷하고(작가의 취향이 뚜렷), 작업에 필요한 원본 사진도 직접 찍으며, 표현 방식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그리고 인정받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들의 특징을 정확히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에릭 요한슨'이다.



Erik Johansson ⓒJakob de Boer, 2014.jpg
 


사실 위에도 적었듯이 그의 이름을 전시 소식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소식을 듣고 살짝 찾아본 그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다. 그의 작품들은 다른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보다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에서는 유독 상상력이 돋보인다.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느낀 이유는 초현실주의 사진에서 의외로 잘 찾아볼 수 없는 '의미'나 '방향'이 그의 작품들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장르의 사진들은 '장면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그중 가장 많이 표현되는 장면은 실제로 찍을 수 없는 것들을 활용한 보다 '심미적인' 사진이거나(맹수와 정글에서 찍은 화보 사진 등), 일어날 수 없는 '신기한' 장면이거나(하늘에 떠다니는 섬, 위아래가 바뀐 세상 등), 현실에서 가볼 수 없는 장소에 가보거나 그리고 경험할 수 없는 사건들의 장면이 가장 많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거나, 날아다니거나, 몸집이 작아지거나, 마법을 부린다거나 하는 모습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단순히 어떤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느낌이 있다. '기대'<Expectations> 라는 제목의 작품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자신들로 '기대'가 주는 압박감과 중압감을 표현했다. 단순히 '신기한' 사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기대'가 주는 감정과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수요와 공급'<Demand and Supply>이라는 작품에서는 자원을 캘수록 위태로워지는 섬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도 한다.



Expectations.jpg

<Expectations> - 에릭 요한슨


Demand and Supply.jpg

<Demand and Supply> - 에릭 요한슨



작품에 담겨있는 의미 말고도 정말 회화 같은 표현방식 때문에 "그림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었다. <Under The Corner>라는 작품이 그러하다. 보자마자 정말 "그림 같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어두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단정하고 보송해 보이는 건물의 질감과, 공간을 비튼 착시현상이 그 느낌을 확대시킨다. 에릭 요한슨은 실제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와, 기하학적인 작풍의 네덜란드 판화가인 '에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 설명이 이해가 간다. 특히 바로 전에 언급한 <Under The Corner>라는 작품은 에셔의 <상대성>이라는 작품이 연상된다.



Under The Corner.jpg
<Under The Corner> - 에릭 요한슨


2.jpg
유명한 마그리트와 에셔의 작품들
(위는 마그리트, 아래는 에셔)
에셔의 <상대성>이라는 작품은
영화 등에서 패러디가 많이 된다.
극 중 해당 작품에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 있었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그의 상상력도 놀랍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Soundscapes.jpg

The Cover-up.jpg

The Light Keeper.jpg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의 작품들 말고도 메이킹 필름, 스케치, 작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된 소품들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특히 이런 장르에 관심이 있거나, 포토샵을 이용하는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너무나도 매력적인 전시가 아닐 수 없다. (저에게 정말 매력적인 전시입니다...!!!)


사진을 찍고 다루는 데 관심이 없다 한들, 누가 현실이 아님에도 무엇보다 현실 같은 이 기발하고 섬세하고 풍부한 세계를 담은 사진들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사진은 단순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을 재현했기에 유명한 것이 아니다. 그의 풍부한 상상력, 섬세한 표현력, 게다가 일말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리얼리티까지 이 모든 게 그의 사진에 담겨있다. 이 놀라운 사진 작품들을 볼 경험을 잊지 않고 챙기길 바란다. 아 물론 나도 그럴 것이다.





아트인사이트문화리뷰단태그_이민희.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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