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에 대해 설명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영화]

글 입력 2019.05.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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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프란시스 하’를 두 번째로 감상하고 난 이번에도 다시금 주인공 ‘프란시스’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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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가운데서 무용수로 성공하고자 하는 프란시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이 영화는 흑백 영화이다. 그래서 더욱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색은 배제되고 흑백과 빛의 톤만 남은 화면은 인물들의 표정만을 돋보이도록 한다. 그래서 더 세밀한 공감이 가능했던 영화였다.


‘프란시스 하’가 뉴욕이라는 장소에서 무용수, 예술가로서의 꿈을 꾸는 청춘의 이야기라고만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얄팍한 문장인 것 같다. 단순히 영화 속 꿈 많고 밝은 청춘 주인공만을 그렸다기 보다 는 사람이라면 현실 속 자신의 모습,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들과의 관계 속 그리고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소개를 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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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성공적인 양 포장을 해야 할 때,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허영적인 욕심만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위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부풀려야 할 때, 그리고 그것들을 행하고 난 뒤 혼자 곱씹고 괴로워질 때. 프란시스에게서 그런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 그리고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유독 프란시스가 뉴욕에서 무용수 준비생으로 지내며 만났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장면들 속에서프란시스 쟤는 왜 굳이 저런 행동을 해서 망신을 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혼잣말로 ‘아휴, 왜 그러냐’ 진짜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행동들이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 마음에서 외치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 프란시스와 똑같이 행동하진 않겠지만, 분위기에 비해 과한 행동을 하고 오버를 떠는 행동의 근원적인 이유, 감정에 있어서 공감이 갔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잘 보여야 할 사람들에게 허풍과 과장 비슷한 류의 말들을 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에서 그녀의 유쾌한 성격이 겹쳐 보이자 괜히 더 애틋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절박함, 답답함, 자괴감이 섞여 스스로를 옥죄일 때 어느 시점부터는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어진다. 그 와중에 타인들에게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적인 순간이 만나면 어느 정도의 과장과 허풍 섞인 말들을 늘어놓게 된다. 에둘러 애매하게 설명한다거나, 입을 닫고 만남을 차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만나는 타인들과의 관계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줄어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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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나에 대해 설명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많이 마주한다. 나도 나를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스스로를 설명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순간이 주어진다. 그럴 때마다 굉장히 막막하고 두렵다. 알고 보면 꼭 항상 그렇지만은 아닌데 내가 뱉은 말 때문에 그 틀에 욱여 넣어지는 나의 정체성과 그 말들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새삼 더 스스로를 설명하기 무서워진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던 이유는 영화 속 프란시스가 뉴욕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때마다 프란시스는 거짓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과장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주변사람들은 부풀린듯한 느낌의 이야기를 이미 알아채기라도 한 듯 특유의 제스처와 태도를 취하며 그녀를 대한다. 프란시스 그녀 또한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슬퍼지기도 했다.


그런 장면들에서 타인에게도 그녀에게도 번갈아 공감하며 영화를 보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도 행동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했다. 나에 대해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하며 사람들과 지내는가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프란시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면서 때로는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답답함과 짠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어쩌면 모두들 한번쯤은 부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프란시스의 인생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이다.


결말은 특별한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울컥하고 감탄이 나오는 센스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영화의 제목이 왜 ‘프란시스 하’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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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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