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에 대해 설명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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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프란시스 하’를 두 번째로 감상하고 난 이번에도 다시금 주인공 ‘프란시스’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뉴욕의 한가운데서 무용수로 성공하고자 하는 프란시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이 영화는 흑백 영화이다. 그래서 더욱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색은 배제되고 흑백과 빛의 톤만 남은 화면은 인물들의 표정만을 돋보이도록 한다. 그래서 더 세밀한 공감이 가능했던 영화였다.
‘프란시스 하’가 뉴욕이라는 장소에서 무용수, 예술가로서의 꿈을 꾸는 청춘의 이야기라고만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얄팍한 문장인 것 같다. 단순히 영화 속 꿈 많고 밝은 청춘 주인공만을 그렸다기 보다 는 사람이라면 현실 속 자신의 모습,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들과의 관계 속 그리고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소개를 하고 싶은 영화이다.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성공적인 양 포장을 해야 할 때,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허영적인 욕심만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위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부풀려야 할 때, 그리고 그것들을 행하고 난 뒤 혼자 곱씹고 괴로워질 때. 프란시스에게서 그런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 그리고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유독 프란시스가 뉴욕에서 무용수 준비생으로 지내며 만났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장면들 속에서프란시스 쟤는 왜 굳이 저런 행동을 해서 망신을 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혼잣말로 ‘아휴, 왜 그러냐’ 진짜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행동들이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 마음에서 외치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 프란시스와 똑같이 행동하진 않겠지만, 분위기에 비해 과한 행동을 하고 오버를 떠는 행동의 근원적인 이유, 감정에 있어서 공감이 갔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잘 보여야 할 사람들에게 허풍과 과장 비슷한 류의 말들을 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에서 그녀의 유쾌한 성격이 겹쳐 보이자 괜히 더 애틋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절박함, 답답함, 자괴감이 섞여 스스로를 옥죄일 때 어느 시점부터는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어진다. 그 와중에 타인들에게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적인 순간이 만나면 어느 정도의 과장과 허풍 섞인 말들을 늘어놓게 된다. 에둘러 애매하게 설명한다거나, 입을 닫고 만남을 차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만나는 타인들과의 관계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줄어들 때도 있다.
살면서 나에 대해 설명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많이 마주한다. 나도 나를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스스로를 설명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순간이 주어진다. 그럴 때마다 굉장히 막막하고 두렵다. 알고 보면 꼭 항상 그렇지만은 아닌데 내가 뱉은 말 때문에 그 틀에 욱여 넣어지는 나의 정체성과 그 말들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새삼 더 스스로를 설명하기 무서워진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던 이유는 영화 속 프란시스가 뉴욕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때마다 프란시스는 거짓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과장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주변사람들은 부풀린듯한 느낌의 이야기를 이미 알아채기라도 한 듯 특유의 제스처와 태도를 취하며 그녀를 대한다. 프란시스 그녀 또한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슬퍼지기도 했다.
그런 장면들에서 타인에게도 그녀에게도 번갈아 공감하며 영화를 보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도 행동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했다. 나에 대해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하며 사람들과 지내는가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프란시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면서 때로는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답답함과 짠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어쩌면 모두들 한번쯤은 부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프란시스의 인생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이다.
결말은 특별한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울컥하고 감탄이 나오는 센스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영화의 제목이 왜 ‘프란시스 하’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이아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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