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잔나비, 그리고 레트로? [음악]

보이지 않는 추억의 힘
글 입력 2019.05.1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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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그리고 레트로?



현재 뮤직 차트 롱런 중인 밴드가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밴드의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게 한 달이 훌쩍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여러 밴드들이 차트 상위권을 오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나 장기간 동안 인기를 누린 밴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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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그 이름 "잔나비"


나 또한 잔나비의 팬으로서, 그들의 음악에 빠져든 계기가 있다. 약 한 달 전, 집 가는 어두운 버스 안에서 음악 차트에 올라온 독특한 노래를 골라서 듣고 있었다. 그중 잔나비의 타이틀곡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들었는데, 그 순간 마치 몸이 붕- 하고 뜨는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해서,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이 노래를 감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덤으로 아늑하고 어두운 방에서 웅크린 채로 라디오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버스 안에서 약 1시간가량 반수면 상태로 그 음악들을 차근차근 들어갔다.




잔니비 음악은 무엇인가?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잔나비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에서 느껴지는 낡고 따뜻한 기운 때문이었다. 들으면 옛날 생각나고 괜스레 눈물도 나는 게,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처럼 방방 뛰고 싶은 욕심도 든다.


이처럼 잔나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잔나비의 인기에 대해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현대 트렌드 중에 하나인 '레트로' 감성이다.



레트로

-Retrospect-

: 복고주의, 회상, 기억



레트로란 복고주의의 또 다른 말로, 여러 문화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풍습이다. 실제로 잔나비의 메인보컬 최정훈이 예능 방송에 나왔을 때 노래뿐만 아니라 평소의 행동이나 성격, 독특한 주변환경들 (2G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여가시간에 시집을 읽는 모습 등등) 덕분에 '레트로 청년'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잔나비 음악은 정말 레트로 음악인 걸까?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선 레트로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 일단 레트로 문화의 대상 자체는 과거 문화를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레트로의 주요 대상, 그러니깐 우리가 알고 있는 복고의 시대를 경험한 세대는 주로 40,50대 (최소한 30대 이상) 사람들이다. 물론 최근에는 옛 것을 10,20대 젊은 층이 재해석한다는 '뉴트로' 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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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트로와 뉴트로 문화가 시작된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 tvn의 유명한 드라마인 <응답하라19oo>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각각 나이대 별로 이 드라마의 반응은 정말 다양했다.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추억의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아이들은 낡아 보이지만 새로운 것들에 신선함을 느끼고. 그렇게 한국에서 차차 옛 것의 문화가 만들어져 온 것이다.




레트로보다는 넓은 그들의 음악



사실 개인적으로 보기엔 레트로가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에 레트로 문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것에 얽매이고 집착하는 것, 그리고 그럴수록 문화 예술은 계속 한계에 부딪힌다는 단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뉴트로라고 하는 것들도 기존의 것을 재해석 한 것이지 창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레트로 감성이라 포장하기 위해 고유의 것들을 파괴하고 옛날 것으로 억지로 채워 넣는데, 이것이 지나친 상업주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덕분에 요즘은 반레트로주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레트로의 힘은 강력하다. 정확히 말하면 과거, 노스텔지어의 힘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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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들고 지칠 때, 가장 편안하고 포근했던 때를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줬던 집밥이나,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들던 가족, 친구들과의 추억,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작은 취미들, 영화, 음악, 사랑했던 사람 등등을 생각하며, 본능적으로 과거를 찾는다.


그래서 레트로 문화는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있으니. 심지어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도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은가? 모두에게는 모두의 과거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옛 것들에 대한 회귀가 아닌, 그 시절 행복했던 추억이 아닐까 싶다.


너무 보이는 것들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가끔 소소하게 떠올리고 그때의 추억을 나눴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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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음악에 '레트로'하다는 말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그들의 노래는 레트로보다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추억'에 더 가깝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잔나비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각각 다른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소소한 여행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




잔나비 <우리 애는요>


어린애야 아직도 난
나사 빠진 애처럼
구는 게 재밌어
누가 뭐라 하면 그게 더 좋아
어버버버 더듬더듬
내 말도 천재 같고 멋이 있어
고치지 않을 거야
조금 답답해도 참아야 해

우리 애는요
관심이 필요한 아이예요
덜떨어져 보여도 알고 보면
멋진 애예요
불안불안 껌뻑껌뻑
내 눈도 불쌍해 보이고 좋아
걱정이 많아 그래
나를 사랑으로 보듬어줘

우리 애는요
사랑이 필요한 아이예요
덜떨어져 보여도 알고 보면
멋진 애예요.

멍청한 장난처럼
짓궂은 농담처럼
내 친구가 되어줘
늘 나를 향해 서 줘
곁에 있어줘

비겁한 변명처럼
어설픈 핑계처럼
나의 편이 되어줘
늘 나의 뒤에 서 줘
곁에 있어줘

내 친구가 되어줘
늘 나를 향해 서 줘
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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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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