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성한 초록 잎 앞에서 [사람]

글 입력 2019.05.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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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아침저녁으로 추운 날과 따뜻한 날을 어지러이 번갈아 맞이하다, 오늘에서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을 만났다. 낮 기온 28도의 초여름 날이었다. 무성한 초록 잎과 파란 하늘의 조화는 언제나 옳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청량한 옷차림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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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잎이 무성한 날을 닮은 사람들을 종종 본다. 보자마자 청량감이 느껴지는 사람.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어딘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사람. 따뜻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너무나도 되고 싶었다. '누구'라고 정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보았던 저 사람들이 나의 롤모델이었다. 어떤 이는 롤모델 같은 건 없다고, 자신이 있는 그곳이 곧 자신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이들과는 다르게 나는 늘 나의 롤모델들을 동경해왔고,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 했다. 동시에, 그들처럼 되지 못해 자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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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 사이를 저울질하는 5월의 어느 날, 내가 보내온 자책의 시간, 우울의 시간들이 유난히 작게만 느껴진다. 벚꽃이 떨어지고, 잎사귀가 돋고, 녹색으로 도시가 물들어가는 이 자연의 섭리를 눈앞에서 보고 있어서인지, 자책과 우울의 시간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하루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인생 뭐 별거 있냐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나의 미래는 정해진 것이 없고, 꿈이 무엇인지도 이제는 헷갈리고, 인간관계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였는데. 자연 앞에서는 나의 고민도, 나의 불안도 많이 사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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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전만 해도 나의 우울이 길다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감정이었는데 어느새 많이 커져셔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의 우울은 남들에 비해 꽤 긴 편이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한번 우울하다고 느끼면 그 감정으로 스스로를 자꾸만 구석으로 모는 사람. 슬플 때 더 슬픈 음악을 듣고, 혼자 있으려고 하는 사람 말이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서 우울이 짧은 것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무성한 초록 잎에 둘러싸여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우울이 문득 좋아진다. 우울이 길었던 덕에 홀로 오롯이 생각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말이다. 우울을 좋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하게 만드는 일.


이것은 자연의 힘일까, 글의 힘일까.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나의 우울과 고민도 바뀌겠지만, 사소하게나마 계속 함께 해주길.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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