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도서 '아직은 끝이 아니야' -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장르소설이 제시하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
글 입력 2019.04.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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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끝이 아니야'


장르소설을 떠올려 보자.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소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스티븐 킹의 스릴러/호러 소설들도 생각나고 ‘셜록홈즈’와 같은 추리 소설도,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소설도 생각난다. 이 소설들은 모두 영상화 되었다. 소설 속 세계관을 활용해 스튜디오가 조성되거나 게임이 개발되는 등 활발히 OSMU되었고, 그 결과 다각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며 콘텐츠 산업의 좋은 선례로 남았다. 헌데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사료된다. 웹소설, 웹툰 등이 지금과 같이 매력적인 원천 콘텐츠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왜일까? 왜 한국에서는 그동안 판타지 소설이, 추리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 외국만큼 발전하지 못했을까?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작가들이 부재해서? 글쎄, 최근 한국의 웹소설 시장이 커져가는 속도를 보면 그건 아닌 듯하다. 그리고 이 작품, ‘아직은 끝이 아니야’ 역시 그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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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끝이 아니야’는 2003년에 창간된 이후 수많은 한국 장르소설 작가들을 배출해온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중단편선이다. SF전문 출판사 아작을 통해 출간되었으며, 창간 15년만에 진행된 정식 출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수록된 각각의 작품들은 겹치는 지점 하나 없이 다채로운 색깔을 뽐낸다. 고양이 OS와 같은 밝은 빛의 이야기부터 싸이코패스의 정신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낸 어두운 이야기, 그리고 외계인이 (심지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비로운 이야기까지. 가지각색의 색채들이 모여 무지개 빛을 이룬 것이 바로 이 중단편선이다.

이 중단편선의 독특한 점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가지각색’이다. 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은, 정말 말 그대로 ‘가지각색’이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블랙미러’처럼 SF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묶이는 것도 아니고, 안전가옥의 단편모음집 ‘냉면’처럼 냉면이라는 소재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의 나열, 즉 앤솔로지가 아니다. 장르 불문, 소재 불문.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이 한 데 모여 있는 것이 바로 이 중단편선이다.

굳이 작품들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자면 ‘재미’가 될 듯하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양육로봇이 등장하고(‘인간의 이름으로!’)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돌려차기를 날리고 싶을 만큼 재수없는 직장상사가 등장한다(‘뺑덕 어멈 수난기’). 모든 출판인과 언론인의 ‘제가 검토했을 땐 분명 아무 문제없었거든요?’에 당위성을 마련해주는 ‘오타 자연발생설’을 소재로 삼는 발칙한 이야기도 있고(‘아직은 끝이 아니야’), 소위 ‘도믿맨’에게 잡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본격 사이비 미스터리(?)도 있다(‘은방장군’). 배경이 현대이던 미래이던 혹은 과거이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던 혹은 장르적 재미 위주이던 간에 결국 이 이야기는 ‘재미’라는 하나의 가치를 지향하며 모여 있다는 점에서 통일성을 지닌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동시대성’이다. 한국의 가부장사회 분위기 속에서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린 작품도 있고, 직장에서의 폭력 문제를 다룬 이야기도 있으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I, 로봇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등학생이 바라본 어른들의 이기심 역시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읽는 이에게 곱씹어볼 거리를 만들어준다. 즉 재미를 추구하며 모인 작품들일지라도 ‘지금 여기’의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끝이 아니야’ 속 이야기들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마지막 키워드는 ‘한국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의 장르소설 시장은 지금껏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기에 이 중단편선 속 간간히 비춰지는 한국만의 색채가 반가웠다. 특히 저승사자가 사람을 데리러 갔다가 고스톱을 치게 되는 ‘구제신청서’에는 저승사자와 원혼이라는 한국적인 요소가 잘 가미되어 있다. 동시에 주목하고 싶은 이야기는 ‘피그말리온넷은 왜 다운됐는가’이다. 메신저 보내는 것처럼 감각을 전할 수 있다는, 독특한 SF 세계관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번 의문이 든다. 왜 한국 장르소설 시장은 지금껏 대우받지 못했던 걸까? 단편적으로 상상을 해보자. 야자 시간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책을 보고 있다가 들켰다. 만약 그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면? 여기서 혼내는 선생님이 오히려 이상한 거다. 헌데 만약 ‘트와일라잇’이었다면? 음…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거다.

똑같은 읽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 쪽이 어느 한 쪽보다 열등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그것이 지진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얕다고 여겨 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그 깊이가 얕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걸까? 소위 ‘영양가 있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람에게는 달리는 시간이 있다면 쉬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는 오직 성장만을 가치 있게 여겼다. 쉬어 가는 것은 곧 나태함, 우유부단함을 뜻했고 결국 효율성의 논리에 입각해 삶의 모든 순간을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책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왕이면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해서 어쩌면 정서이완에 도움을 줄 수 있었을 장르소설은 상대적으로 폄하되었다.

하지만 교훈을 주는 책을 택하건, 재미를 주는 책을 택하건.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 차이일 뿐이다. 무엇이 무엇보다 더 고차원적이라는 식의 순위 매기기는 이제는 다소 편협한 시각이라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근 콘텐츠 산업의 여러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개성’이다. 이제 콘텐츠들은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TV, 영화관 등 다소 한정적이었던 과거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OTT 서비스, 모바일의 등장으로 인해 비약적으로 다양해졌다. 활발한 OSMU나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다각적인 수익모델이 만들어졌으며 무엇보다, 콘텐츠의 홍수 시대다. 재밌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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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만인에게 인기를 얻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워졌다. 그럴 필요 또한 없다. 수익모델이 다각화되었기에, ‘과금러’(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만 확실히 확보되어 있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다 평범해져버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지자면 多품종 多량생산의 시대랄까. 때문에 최근에는 약점을 없애기보다는 강점을 부각하는 컨셉을 가진, 한마디로 개성이 뚜렷한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타겟층의 넓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해짐에 따라 ‘우리 콘텐츠에 돈을 내줄’ 팬, 즉 팬덤 문화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고, 개성과 팬덤문화의 대두로 그간 비주류로 여겨졌던 것이 주류로 떠올랐다. 장르소설 역시 그 중 하나이다. 특히나 장르소설은 OSMU를 위한 좋은 원천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기에 그 미래가치는 더욱 무한하다.

장르소설 시장은 앞으로 분명 커질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커지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다. 이토록 수익창출의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역량 있는 작가들까지 존재하는데 말이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중단편선, ‘아직은 끝이 아니야’. 아직 한국의 장르소설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마냥 익숙한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이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한국 콘텐츠 산업의 분명한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





2003년 창간 후 매해 동인지를 발표하며 한국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이자,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작가들을 배출해온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 중단편선이, 창간 15년 만에 처음으로 아작을 통해 정식으로 출간되어 나왔다. 출판인과 언론인이라면 모두 믿고 있는 ‘오타 자연 발생설’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스타일의 재난 스릴러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표제작으로, 휴대폰 OS에 이식된 고양이들 이야기, 저승사자가 사람을 데리러 갔다가 고스톱을 치게 된 이야기 등 장르 불문,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직은 끝이 아니야

2018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


판형: 국판변형(137*197)


면수: 440쪽


정가: 16,500원


지은이: 고호관 곽재식 김두흠

김인정 김주영 손지상 엄길윤

엄정진 유이립 이나경

이서영 전삼혜 전혜진


펴낸곳: 아작

목차

안드로이드 고양이 소동 / 전삼혜 _7

내겐 너무 완벽한 로봇 / 엄길윤 _21

은방장군 / 곽재식 _31

인간의 이름으로! / 김주영(赤魚) _51

아이템 획득 / 김두흠(아이) _75

구제신청서 / 이서영(앤윈) _99

고양이 덫 / 손지상(DOSKARAAS) _133

궁천극지(窮天極地) / 김인정(미로냥) _171

피그말리온넷은 왜 다운됐는가 / 유이립 _215

아직은 끝이 아니야 / 고호관(karidasa) _253

뺑덕 어멈 수난기 / 전혜진(해망재) _293

뚜공! 우리의 지구 / 엄정진(pilza2) _329

냄새 / 이나경 _375

편집자 후기_435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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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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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위의포뇨
    • 너무 좋은 사이트네요!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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