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유쾌하고 또 멜랑꼴리한 여자들의 이야기 - 연극 "환희, 물집, 화상"

글 입력 2019.04.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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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인식이 진화함에 따라 당연하게만 여겼던 세상의 모든 것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해간다. 자기 눈 앞에 놓여있던 생존 문제에만 급급하던 것은 옛 일이고,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은 이제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와 환경을 폭넓게 돌아보고 반성하며, 개인주의 현상 속 오히려 연대를 통해 인류의 내면적 진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많은 환경 문제, 소외 지역의 인권 이슈, 동물권 향상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수면 위로 도출되는 현 시점. 특히 가장 큰 소용돌이를 몰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단연 페미니즘이 아닐까 한다.


인간에게 있어 어쩌면 변화에 대한 보수적인 반응은 생존을 위한 기본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보고 듣고 자란 환경이 삶의 기준으로 자리하며, 또 기존에 살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편리하기에 평상시와 다른 상황이 펼쳐지면 쉽게 부정하려 한다. 지금까지 존중받지 못한 여성 인권의 피폐한 일면은 사회 속에서 당연한 듯 묵인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회 내 모든 성의 평등을 위한 노력, 여성 대상 범죄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호소와 여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투철한 자기 반성. 페미니즘은 단순히 스쳐지나갈 순간의 변덕이 아닌 거대한 변화를 촉진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처럼 인류사에 페미니즘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지금.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세상을 이루는 모든 분야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된다. 문화예술계에서도 페미니즘을 꾸준히 이슈화하는데, 묵직할 수 있는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등 자연스럽게 메세지를 전한다.


연극 <환희, 물집, 화상>은 그런 점에서 아주 특출난 매력을 가진 연극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를 경쾌하고 매끄럽게 풀어내는 이 연극은 기존에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중년 여성 둘을 중심에 세워 힘있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업주부로서 살아온 그웬과 페미니즘 강의를 하는 캐서린, 그웬의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는 무대 위에서 각자 자신의 삶을 표현하며 페미니즘을 반대하기도, 혹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각자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논쟁 속 내면에 내재된 욕구와 여성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수면 위로 떠올라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여성을 대비해 구세대, 신세대 여성의 경험을 풀어내는 점이 흥미롭다.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레플리가 각각 펼친 20세기 페미니즘 이론을 연극에 절묘하게 녹여내 유쾌한 코미디 극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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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개요>


공연명 : 환희, 물집, 화상


장소 : 산울림소극장


기간 : 2019년 4월 17일 (수) ~ 5월 5일 (일)


시간 : 평일 8시 / 주말 6시

* 5월 1일 노동자의 날 8시


제작 : 프로덕션IDA + 극단 기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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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페미니즘 코메디 연극

가정주부 그웬, 성공한 교수 캐서린에게

남편을 양도하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캐서린과 그웬은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캐서린은 더 큰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고, 고향에 남은 그웬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유명 학자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는다. 문득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 캐서린은 안식년을 맞아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길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그곳에서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하지만 강의를 신청한 이는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 둘 뿐, 전업주부로써 현재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그웬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에이버리는 수업마다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던 캐서린은 문득 자신이 정말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서로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교감을 느낀 캐서린과 그웬은 결국 위험한 자리 바꾸기 게임을 시작하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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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배경>


20세기 페미니즘 이론으로 펼치는 지적논쟁

베티 프리단 VS 필리스 슐레플리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레플리. 이 둘은 서로 각기 다른 주장으로 20세기 여성의 삶을 대변한 라이벌이다. 베티 프리단은 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성의 신화>를 쓴 작가로, 미국 페미니즘의 제2물결을 견인한 여성운동가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서 평등쟁취를 위한 여성파업을 주도하고, 여성의 꽃이 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다. 반면, 필리스 슐레플리는 극우보수의 퍼스트레이디라 불리는 정치활동가다. 1970년대 미국수정헌법이 양성평등조항을 채택하는 것을 저지했으며, 여성은 아내이자 엄마로 집 안에 있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연 속에서 각 등장인물들의 삶은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레플리의 주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자유분방한 에이버리와 강의하는 캐서린은 베티 프리단의 이론을, 주부이자 엄마인 그웬과 앨리스(캐서린의 엄마)는 필리스 슐래플리의 이론을 주로 대변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어도 어느새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행동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고, 책과 이론으로 존재하는 어떠한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매서운 통찰력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20세기 페미니즘 이론의 뒤를 밞으며 성역할의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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