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영화 보러 갈래?] #3. 상실을 쓰다

<한강에게>, To My River
글 입력 2019.04.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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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영화 보러 갈래?
내일 당신의 영화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길 바랍니다.



#3. 상실을 쓰다
영화 <한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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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주인공인 영화. 여러 기대가 밀려들어온다. 어떤 영화일까.


시인은 어떤 갈등을 겪고 있을까. 그 갈등을 어떻게 이겨낼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시는 어떤 역할을 할까. 혹은 어떻게 탄생할까. … 끊임없는 궁금증이 쏟아진다. 그리고 결국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극장을 찾는다. 이러한 기대와 과정 속에, 영화 <한강에게>를 만났다.



언제쯤 괜찮아져요?



영화 <한강에게>는 한 젊은 여성 시인의 이야기다. 첫 시집 발간을 앞두고 있는 진아의 남자친구는 최근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고로 잃은 10년 지기 남자친구, 그리고 첫 시집을 내야하는 진아. 이 상황 속, 진아의 잔잔해 보이는 일상과 요동치는 상실감을 차분히 담아낸 영화다. 관객은 진아의 일상과 소리 없는 슬픔을 마주하며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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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감과 위로는 조금 특별했다. 커다란 무언가를 주려하지 않았다. 감정을 주입하는 것,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진아가 이별을 똑바로 마주하며, 혹은 최선을 다해 과거를 떠나보내며 시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었다.


심지어 그 안에서 진아를 독하게 달래거나, 다그치거나, 가혹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로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되는(혹은 의미 없는) 몇 마디의 조언과 진아의 시가 함께 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관객의 현실과 더 가까워진다. 우리는 작든 크든, 좋든 싫든, 살면서 원치 않는 상실과 비극을 만난다. 그 아픔을 이겨내며, 극복하며 살아간다. 그저 안고 살기도 한다. 가끔씩 되찾아오는 슬픔으로, 혹은 일상 속 달라붙은 허전함으로 매일을 보낸다.


진아의 이 아픔, 그리움이 하나의 시로 탄생되는 과정. 그 속에서, 관객은 결국 언젠가의 상실, 언젠가의 ‘나’를 찾아내고 만다. 그리고 어떻게 상처를 달래고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더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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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와 관객 현실 간의 경계는, 장소들을 마주할 때 더 흐릿해진다. 영화 속 장소들은 대부분 익명화되지 않았다.


어느 장소인지 우리는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다. 어느 대학인지, 어느 병원인지, 어느 출판사인지 전혀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제목부터가 ‘한강’이라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던져주고 있다. 이런 장면 장면은 모이고 모여 영화 속에서 내가 가진, 관객이 가진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사실적인 공감은 배가 되고야 만다.


영화의 특이한 제작 방식이 한 몫 한 모양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다. 감독 한 명이 대부분의 스태프 일을 도맡아 했다. 배우 이름과 캐릭터 이름이 동일하다.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바로 와 닿았다. 아,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구나. 하고. 별도의 조명을 거의 쓰지 않은 화면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고,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지 않는 관계는 내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GV에서 듣기를-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대사가 거의 없는 소설 형태라고 한다. 배우들에게 상황과 키워드만 주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낸 것이다. 어렵고 훌륭한 전략이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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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말이 많았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영화 <한강에게>는 ‘괜찮다고 물었을 때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내면’- 그 서걱거리는 아픔을 긴밀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 아픔이 너무나 본 적 있는 무언가라서, 종종 현실에서 영화를 마주친다.


지금도 어디선가 진아가 상실을 시로 쓰며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으로 ‘지그시’ 들어오는 위로. 이 영화에 어울리는 말이다. 아픔에 허덕이는 우리, 극장 의자에 앉아 그 위로를 좀 받고 가자고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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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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