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이어리, 왜 쓰냐고? [기타]

다이어리를 썼을 때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
글 입력 2019.04.1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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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 (앞으로 할 일을 적어놓는) 수첩
2. 일기


나는 다이어리를 쓴다. ‘매일 쓴다’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내킬 때 쓰기 때문이다. 워낙 여유를 중요시하는 나는 여유가 날 때 다이어리를 쓴다. 매일 쓰지도 않으면서 무슨 다이어리에 관한 글을 쓰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리조차 내 방식대로 쓰지 못한다면 좀 팍팍할 것 같더라. 나중에 ‘이날의 일기는 비어있네, 많이 바빴거나 귀찮은 날이었나보다’하는 거다. 그것도 나의 일상으로 치는 거다.

다이어리를 왜 쓰냐는 질문은 참으로 어렵다. 가장 간편한 대답은 ‘그냥’이고, 더 자세한 대답은 듣기 싫을 정도로 복잡하고 개인마다 너무 다르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일단 내가 다이어리를 왜 쓰고, 어떻게 쓰게 됐으며, 쓰는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처음에 내게 다이어리란 ‘예쁜 아이템’이었다. 들고 다니면 뭔가 괜히 지적으로 보이거나 자신의 일정을 잘 관리하는 스마트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잘 쓸 리가 없었다. 남에게 보이는 것은 어차피 표지뿐인데, 속지를 잘 쓸 리가 만무했다. 쓰다가 질리면 새로 사고, 질리면 또 새로 사면서 몇 개의 다이어리를 사고 또 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다이어리는 3월 이후로는 빈 종이였다.

4월이 넘어서도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기 시작했던 힘은 일기였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무언가를 글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 나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조그만 다이어리는 나의 일상과 깊은 사유를 담아내기에 부족했다. 그래서 난 다이어리와 일기장이 따로 있었다. 사실 일정 관리는 생각날 때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핸드폰 어플이 훨씬 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이어리는 점점 깨끗해져 갔고, 일기를 쓰는 용도로 다이어리를 구입하자 그 문제는 말끔히 해결되었다. 좋아하는 일기를 쓰려고 다이어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요새는 메모도 최대한 다이어리에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핸드폰 메모장은 메모한 순서대로 밑으로 깔려 점점 덜 보게 되지만, 다이어리 메모장은 순서에 상관없이 아무 구석에나 메모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쉽게 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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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필자가 쓰고 있는 3개월용 다이어리


다이어리의 유형을 바꾼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 쓰고 있는 다이어리는 3개월용 다이어리인데, 3개월마다 표지가 바뀌니 표지가 질린다는 핑계로 다이어리를 바꾸던 내겐 아주 좋은 다이어리였다. 또 3개월마다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니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새해에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것처럼 앞으로의 3개월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난 다이어리를 쓸 때 그날 있었던 일을 적기도 하지만, 되도록 내가 느꼈던, 느끼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적으려고 노력한다. 그날의 사건은 머릿속에 남아 기억할 수 있지만, 감정과 생각은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그날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갔는지는 기억할 수 있어도 그 음식을 먹을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어떤 장소를 찾았을 때 났던 분위기와 냄새가 무엇을 떠올리게 했는지 등은 금방 잊어버린다. 추억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세부적인 요소들이다.

나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다이어리를 쓰기도 한다. 사람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말로 내뱉을 때 더 책임감이 커지듯이, 다이어리에 목표와 계획을 쓰는 것은 나와의 약속을 글자로 내뱉는 것이다. 다이어리는 나와 약속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된다. 특히 나는 다이어리를 바꿀 때마다 3가지 질문을 정해 나에게 묻곤 한다. 가령 ‘오늘은 나를 위해 무엇을 했어?’, ‘오늘은 나 자신을 사랑한 하루였어?’, ‘오늘은 행복했어?’ 등이다. 나를 더욱 사랑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한 질문을 매일 던지고 점점 더 나아지는 나를 만들고 있다.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아주 많지만, 하나로 요약해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쉬는 같은 반복의 일상이라도 그 날마다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전부 다르다. 그렇게 매일 같으면서도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글자로 나의 일상을 옮길 때에 더욱 실감을 하게 된다. ‘어제는 그랬는데, 오늘은 이랬네.’를 느끼는 순간, 나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보며 살아있다고 느낀다. 전자기기가 아닌 종이에 연필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내 일상을 써내려가는 순간이 그렇게도 그리울 수가 없다. 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그리운 것일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와 대화할 수 있도록, 오늘도 현재의 나는 다이어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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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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