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hum Viphurit, 따뜻한 햇살이 잘 어울리는 그의 노래 [음악]
마이너에 대한 고찰 06
글 입력 2019.04.10 02:27
-
Mellow, Yellow, and Young (부드러움, 노랑, 그리고 젊음)어딜 가든 벚꽃이 한창인 요즘, 풋풋한 감정과 함께 생각나는 가수가 있다.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Phum Viphurit’이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노래에 대해 ‘Mellow, Yellow, and Young’이라고 설명한 그는 나열된 단어만 읽어도 느껴지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노래로 승화한다.하와이안 셔츠와 컨버스 하이. 툭 걸친 기타와 여유로운 미소. 그의 외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감성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화려하고 현란한 것을 추구했던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예전 모습 그대로의 것들, 최대한 꾸며지지 않은 모습들을 찾는 건 지금 우리에게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무언가가 ‘느슨함’이자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품의 노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그의 노래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되었고, 느슨하면서도 경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바로 품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감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누군가가 독창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립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갬성’이 아니라.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은 이제는 요즘의 ‘감성’은 외부의 많은 요인에 의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 감성’ 혹은 ‘갬성’이라는 말로 희화화되고 있는 감성은 사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봐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하는 대상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무언가의 생산에 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우리는 생산 그 다음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진짜 감성’으로 세상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유행에 심하게 흔들리고 ‘흔한 것은 싫다’고 하면서도 주류를 따라가고 있는 우리에게 독보적이고 보석 같은 누군가만의 감성은 흔하지 않다.이러한 의미에서 품의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노래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노래와 함께 그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소개하려 한다. 그는 노래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조금은 투박한 그의 뮤직비디오는 그 매력을 한층 높여준다.01. Long Gone리드미컬한 기타 선율과 산뜻한 드럼의 소리. 첫 번째 노래 [Long Gone]은 노래의 시작부터 우리의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품 또한 ‘기쁨’이라고 표현하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의 기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그러나 가사와 그의 배경은 마냥 기쁨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이 노래는 품이 2013년 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쓴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밝은 멜로디 뒤에는 떠나기 전의 두려움과 슬픔이 함께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아련함과 밝음의 뒤섞임은 우리로 하여금 오묘한 기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So tonight we’ll dance, let’s pretend we rule this town. In tomorrow’s dawn, I will be long gone, long gone, long gone.““My lungs are paper-dry from fear of losing sight. Take my palms and we’ll build a wall around this town. In tomorrow’s dawn, you will be long gone, long gone, long gone.“사실 [Long Gone]은 품이 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된 도화선 같은 곡이다. [Long Gone]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굉장히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화제가 된 이 뮤직비디오는 영화를 전공한 품이 직접 연출한 영상이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모자란 듯 아름다운 그의 뮤직비디오는 그만의 감성과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울리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을 한층 더 넓힌다.카세트테이프를 틀고, 통 넓은 청바지를 입으며 춤을 추는 소녀. 그리고 그 주위에서 멜빵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품. 의도된 흐릿함과 바랜 듯한 색감은 리듬에 맞춰 아무렇게나 춤을 추는 장면만이 나열된 이 영상을 너무나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는 이 영상을, 그리고 이 노래를 더 이상 심오하게 해석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저 이 노래가, 이 영상이 주는 기분과 감정을 느끼고 교류하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Long Gone]은 이유 없는 기분 좋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노래이다.02. Lover Boy내가 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가을쯤이었다. 가끔 매일 듣던 플레이리스트에 질릴 때 랜덤으로 노래를 듣곤 하는데, 모든 노래들이 나를 스쳐지나갈 때 바로 이 곡이 내 귀에 꽂혔다.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던 사람이 많았던 걸까, [Lover Boy]는 품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이다.[Lover Boy]의 주제는 익살맞다. 품은 ‘자신이 절대 될 수 없는 자신감 넘치는 카사노바의 모습’을 노래로 담았다고 말한다. 제목과 곡의 느낌만을 봤을 땐 풋풋한 사랑의 노래일 것 같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노래하면서 반전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노래의 가사를 봤을 때 뻔뻔한 카사노바의 느낌보다는, 사랑을 얻는 것에 있어 조금은 두렵고 불안한 이의 노래로 들렸다.)“Darling, I got my trust issues. Warning, you stay away. If we meet at the rendezvous, take me away, sunray.“03. Sweet Hurricane마지막 곡 [Sweet Hurricane]은 앞선 두 노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 곡에서 품은 잔잔한 물결 같은 기타 선율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애틋함을 노래한다. 혼자일 때부터 그 혹은 그녀를 만나는 과정, 그리고 곧 헤어져야하는 시점까지 그렇게 길지 않은 가사로 모든 상황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담담한 문장들은 그 속에 담긴 애틋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Stories we told, will never get old. Though the fire’s gone cold. You’re my flame.“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일러스트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이다. 영상의 시작에서는 노래 가사처럼 한 남자가 혼자 배를 타고 가고, 한 여자가 그와 함께하게 된다. 그때 노래하는 품의 모습에서는 노란 꽃이 자라난다. 그러나 이내 영상의 모든 오브제가 ‘허리케인’처럼 소용돌이를 일으킨 뒤 사라지고, 이는 두 남녀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노란 끈으로 묶인 그들의 손은 놓아지고, 노래하는 품은 비 혹은 눈을 맞으며, 남자와 여자는 각각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떠올린다. 가사만큼 담담하고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품의 노래요즘의 나에게 가장 큰 감정의 변화를 주는 것 중 하나는 품의 노래이다. 그 이유가 결코 그의 노래가 자극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 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 이 모든 것들에 이끌려서 갈 뿐이다. 아마 품의 노래가 이렇게도 설득력 있는 것은 뚜렷한 개성과 그만의 감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끝으로 품은 자신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 ‘기쁨’이라고 말한다. 그것 외에 덧붙이지 않아도 그의 노래를 즐기는 우리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품’이라는 사람의 감성을 따라, 그것에 나를 맡기고, 우리는 그저 즐기면 된다.가장 순수한 형태인 감정의 교류, 그것이 품의 노래를 통해 우리가 행할 수 있는 것이다.[김윤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위로
- 목록
댓글1-
kcy4282
- 2019.04.10 22:57:51
- 답글
- 신고
-
- 태국의 아티스트라니!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