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집은 어디에?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4.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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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맨 처음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인천에서 서울 통학은 좀 힘들긴 해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2달 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오가며 왕복 5시간을 다니다 보니 “진짜 못해먹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자취를 하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시험기간에는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리는 나를 보며 결국 부모님은 자취방을 알아보러 가자고 말씀하셨다.


자취를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나도 갓 입학한 새내기 답게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20년간 가족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뒤로 하고, 오롯이 나 혼자만의 공간과 내 집 아닌 ‘내 집’이 생긴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환상은 엄마와 함께 자취방을 알아보러 서울에 올라가던 날,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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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나도 자취방을 알아보는 것은 처음이기도 하고, 매달 고정적으로 ‘월세’라는 고정 지출이 생기는 일이다 보니 하루 종일 세군데가 넘게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아마도 적절한 가격에 그래도 좋은 자취방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으리라. 자취방은 그 종류도, 생김새도 다양했다. ‘원룸’이라는 형식은 같았지만, 학교의 정문과 가까운지 후문과 가까운지, 신축인지 오래 된 집인지 등등 사소하지만 큰 차이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가진 방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좁고, 환경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 학교 앞의 원룸 보증금은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 월세는 50만원을 전후로 형성된다. 원룸 자체의 그리고 그 주변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인 경우가 많지만, 대학 주변이라는 이유로, ‘서울’이라는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받지만 거주 환경은 그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첫 자취방을 구하면서 원룸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이 이 방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통학이 너무 힘드니까 자취를 꼭 해야겠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객관적으로 내가 살 방을 보지 못했다. 그저 방이 좀 좁긴 하지만 다른 신축 원룸들에 비해 싼 편이고 깨끗한 집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며 계약을 하고, 첫 자취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물론 내가 지난 20여년 동안 거실에 방이 달린, 원룸보다는 꽤 넓은 집에 살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첫 자취방은 가격에 비해 공간이 턱없이 좁았다. 저렇게 발품 팔아 돌아다니며 얻은 방은 내가 침대에 눕고, 남은 공간에 빨래 건조대의 양 날개를 펼치면 더 이상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은 방이었다. 게다가 옆 건물과 바로 붙어있는 탓에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햇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높은 층수였는데도 말이다.


한 층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허술한 벽으로 나뉘어져 방음도 거의 되지 않고, 어쩌다 다른 방에서 친구를 부르면 그날은 잠 다 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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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취방을 네 번 옮기면서 원룸의 방음 문제는 어느 집을 가나 해결되지 않았다. 이웃 주민이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만들어서 그랬던 경우도 있지만, ‘집’에 있으면서 발생하는 적당한 소음들마저 너무 적나라했다. 한 동기는 이웃집의 알람 소리와 진동 소리까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원룸은 인간답게,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에도 열악한 공간이었다. 방과 방 사이, 그리고 앞집과의 간격도 매우 좁기 때문에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취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취방에서 살아야 하니까 “내가 무뎌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 “내가 잘못 걸린 건가.”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취생들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부실공사로 인해 기본적인 방음도 되지 않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공간에서 ‘집’이라는 공간의 안정감을 느끼며 거주할 수 있을까? 그저 서울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한명이 살기에도 열악한 방들이 버젓이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 우리들은 알면서도 이런 방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내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기숙사를 제외하고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


내가 정을 붙이고, 편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 이 넓은 서울 땅에서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내 집’을 만날 수 있을까?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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