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브레히트가 쓴 갈릴레이 이야기 - 갈릴레이의 생애

20세기 작가를 거쳐 21세기 관객에게 도달한 17세기의 갈등과 선택
글 입력 2019.04.0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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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포스터]갈릴레이의 생애_190405-190428.jpg
 

브레히트가 쓴 갈릴레이 이야기

<갈릴레이의 생애>



브레히트의 대표작 <갈릴레이의 생애>를 4월 5일부터 4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인물’하면, 단연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코카서스의 백묵원>,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과 같은 작품, 그리고 생소화 효과(소외, 소격, 낯설게 하기로도 번역)로 우리에게 친숙한 극작가 겸 연출가다. 그런 그의 작품이 4월, 한국의 무대에 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갈릴레이의 생애>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대전을 관통하며 집필되었다던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지동설을 주장하던 과학자 갈릴레이의 이야기다.



줄거리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학 교수이자 유명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접하며 본격적인 천체 탐구를 시작한다. '달의 표면에 산맥이 있다', '태양에 흑점이 존재한다' 등 갈릴레이의 연구결과는 그동안 가설로 남아있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신성한 로마 교회의 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결국 갈릴레이는 종교 재판정에 서게 된다. 학자의 양심과 빠져나갈 길 없는 불합리한 현실 사이에서 갈릴레이는 고민에 빠지는데...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가 재판에서 결국 지동설을 철회한 후, 혼자 신념을 다지듯 뱉었다는 문장이다. 여러 확인 끝에 루머임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유명한 '대사'다.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 본인이 마주한 진실을 위해 기꺼이 거짓말을 뱉었던 과학자, 갈릴레이.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숭고한 과학자 갈릴레이'와 동시에 '진실을 위한 뒷걸음질'을 발견한다.


이번에 공연되는 <갈릴레이의 생애> 세 번째 판본은 이러한 갈릴레이의 모습 중 후자에 집중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작품의 초판은 전자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브레히트의 단순한 변덕 때문은 아니다. 전쟁 속에서 망명을 택했던 작가 자기 자신의 '자전적 성찰'이 어느 정도 투영된 선택이었다.


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초점이 다르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공연에서 자주 다뤄진다. 그러나 이 역사는 무대 위에서 100%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대로 재현될 수 없다. 창작자의 의도가, 생각이 투영되며 새롭게 그려지고 다르게 왜곡된다. 여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주관도 개입된다. 창작자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역사라는 틀에 실어 관객에게 보내고, 관객은 새롭게 짜인 이야기와 이미지 안에서 각자 필요한 진실을 취한다.


갈릴레이라는 과학자의 생애를 자전적 성찰로 편집해낸 브레히트, 그리고 그런 그의 작품을 마주할 관객. 그렇다면 개개인이 보게 될, 각자의 ‘갈릴레이의 생애’는 무엇일까. 또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작품이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진실, 그리고 지식인의 도덕적 책무. 팽팽했던 17세기의 갈등과 선택이 20세기 작가의 자전적 성찰을 거쳐 2019년, 지금을 살아가는 개인에게 전달된다. 진중한 고민을 마주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연출_이성열_03.jpg

이성열 연출



이번 공연은 작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평단과 관객에게 큰 호평을 받은 <오슬로> 창작진이 대거 함께 한다. <오슬로>에 이어 <갈릴레이의 생애> 연출을 맡은 이성열은 <갈릴레이의 생애>에 대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지난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오슬로>와 동일 선상의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작가 특유의 유쾌한 대중성을 살려 활기차고 입체적인 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가 전한대로, 이번 공연은 작가 특유의 대중성을 살리고 공감까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원작을 윤색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극의 재미와 브레히트 희곡의 특징인 생소화 효과를 위한 다양한 음악과 안무가 삽입되었다고 하니 더욱 기대해볼만 하다.


우연치 않게도 4월은 4월 21일, ‘과학의 날(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과학의 날을 맞이해 과학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더 나아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미래의 자세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갈릴레이의 생애> 더 알아보기


브레히트가 덴마크 망명 중 집필하여 1938년 처음 발표 할 당시 희곡의 제목은 『지구는 돈다』였다. 1943년 스위스에서 초연된 초판본은 고문에 못 이겨 지동설을 철회하면서도 그 이면으로 연구를 지속해 많은 업적을 이룬 과학자의 숭고한 모습을 다뤘다. 이에 비해 이후 수정된 판본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의 좌절과 모순을 강조하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건을 계기로 브레히트는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정된 두 가지의 판본에는 과학자로 대표되는 지식인의 도덕적 책무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현재 총 3종의 판본이 전해지고 있다.


1938   『지구는 돈다 Die Erde bewegt sich』

1943.9.9.  1판본 초연 <갈릴레오 갈릴레이 Galileo Galilei> 스위스 취리히

1947.7.30. 2판본 초연 <갈릴레오 Galileo> 미국 로스앤젤레스

1955.4.16. 3판본 초연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 독일 쾰른

1957.1.15. 3판본 극단 베를린 앙상블의 초연 <갈릴레이의 생애> 독일 베를린






[국립극단]갈릴레이의 생애_홍보사진_01_어린 안드레아役 이윤우, 갈릴레이役 김명수.jpg


 
국립극단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기간
2019.4.5.(금) - 4.28.(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공연시간
평일 7:30PM, 주말 3PM (화 쉼)


관람등급
14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소요시간
180분 예정

(15분 휴식 포함)


입장권
R석 5만원 | S석 3만5천원 | A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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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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