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말 이 책은 너무 무섭습니다, 스위밍 레슨

글 입력 2019.04.0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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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정말 이 책은 너무 무섭습니다
스위밍 레슨



1. 주의사항: 이 책은 정말 너무 마우스피스가 필요합니다.



친구가 말해준 감정이론이 있습니다. 어디 나온 심리학 이론은 아니고, 친구들끼리 공감이 되는 감정이론입니다. 바로 아무리 좋은 감정이라도 너무 극에 달하면 그 반동으로 다른 감정이 튀어나온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실생활 예로 저는 작은 동물 사진과 영상을 보면 꼭 누군가 죽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는 강아지를 보면 뭔가를 부수고 싶고 불태우고 싶습니다.


정말 그 친구들을 죽이거나 괴롭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사이코패스여서 그런 감정이 드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그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워한다면 바로 뛰어내리고 싶을 것입니다. 옛날에 새벽에 깨서 화장실가다가 자고 있는 저희집 강아지 꼬리를 밟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아지가 깽하는 소리를 내는 순간이 제 인생에서 순간으로 느낀 죄책감 1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요. 저와 친구들은 위와 같은 감정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신경기제은 항상성의 법칙을 따르는 법이죠. 심장이 너무 오래 뛰면 생존이 위험하니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고, 너무 가라앉으면 좀 펌프질도 해야하는 법이죠. 아마 위의 경우도 제 정신이 너무 거대한 감정을 수용할 수 없어서 그 반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 공포스러운 책을 가벼운 어조로 리뷰해보려 합니다. 국어국문학과 교수님이 서평은 좀 분석적인 성향을 띄어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죄송하게도 저는 진지하게 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공포스럽기 때문입니다. 귀신이 나오거나 유혈이 낭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그냥 너무 열받는 내용이 많아서 공포스럽습니다.

책에 주의사항을 하나 붙일 수 있다면, 저는 꼭 마우스피스를 끼라는 문구를 붙이겠습니다. 왜냐면 책을 읽으면서 어금니가 남아나질 않았거든요. 리뷰를 쓰면서 중요한 부분은 생략하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임은 틀림없고, 이 부분은 공포물을 찾아보고 싶다면 꼭 스스로 찾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참, 마우스피스 꼭 지참하시구요.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서 느끼는 폭력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폭력성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유려한 문체와 이입하기 쉬운 주인공 잉그리드



사라진 어머니, 잉그리드를 찾아 뛰어나오는 프롤로그의 아버지, 길은 대단한 로맨티스트로 보였습니다. 이 책은 A.이제는 늙고 병든 길이 실종된 아내의 환영을 쫓다가 난간에 떨어져 오락가락해서 두 딸을 부르는 사건 과 B.잉그리드가 실종되기 전에 책 사이 사이에 끼워넣을 비밀 편지 C.편지 속의 잉그리드가 길과 만나고 두 아이를 낳으며 고생하는 세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조각이 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초중반에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후반부에는 이야기에 놀라울정도로 빠져듭니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아름답게 느껴지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그 문체와 초반 사랑에 빠지는 그들의 관계를 로맨틱하게 만듭니다. 20살 차이나는 교수 길-학생 잉그리드의 조합을 정말 로맨틱하게 봤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아닙니다. 누가봐도 꼬시는 것처럼 보이는 교수의 행각에 20대 여성 독자인 저는 치를 떨었고, 잉그리드가 제발 벗어나길 바랬습니다. 그 결말이 어찌되었건 많은 순간 잉그리드의 절친 루이즈는 독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중간 중간 정말 아름답게 묘사되는 표현은 "아, 제발. 나이를 초월한 사랑 이런거 이야기하지 말아줘. 학생한테 무슨 이유건 이상한게 그려진 야한책을 주고 술을 마시고 꼬시고 애를 여섯 낳느니 뭐니하는 놈은 완전 미친 사람이잖아."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길의 마초적인 부분을 여러군데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있으며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잉그리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니까요. 잉그리드가 멍청한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었죠. 그건 어쩌면 상상력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요.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드러나는 현실은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반부 전개의 즐거움을 남겨주기 위해 감상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땅바닥에는 늘 땅바닥이 있다는 것을 작가 클레어 풀러는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어느면에서 마초이즘에 희생당한 어머니(잉그리드와 루이즈가 정말 되고 싶지 않았던)를 기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소설로 느껴지기보다는 사람의 추악한 부분을 살짝 들춰본 느낌입니다. 사회고발적인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줬던 감상은 남-녀인 동시에 길-잉그리드의 대비였습니다.



3. 글의 생명



하지만 <스위밍 레슨>이 좋은 문체, 재밌는 소재라는 단 두가지가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길이 대학 교수였을 시절 이런 수업을 합니다. "비밀의 진실은 작가의 생명력이나 마찬가지다. 여러분의 기억과 비밀, 줄거리와 인물, 구조는 잊어버려. 스스로 작가라고 할 수 있으려면 손목과 팔꿈치, 어깨까지 손을 집어넣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진실을 끌어내야 한다." 쓰고 보니 '비밀의 진실은 작가의 생명력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부분이 더 열받는데, 그 이유는 책을 읽은 독자라면 결과적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겁니다.


잉그리드는 벌거벗은 사실, 편지를 쓰는 사람이기에 소설가가 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진짜 작가는 길이 아니라 잉그리드입니다. 잉그리드는 수영을하면서 죽을뻔하면서 생존의 기쁨에 취할 수 있었고, 사실 그 이유 때문에 그런 성적일탈도 저지르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의 진실을 안 잉그리드는 당연히 좋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와 비교해 길은 비유로나 현실로나 불에 타버렸습니다. 잉그리드가 복수를 계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최소한 작가 길 콜린은 비참하게 죽은 것 같습니다.

이와 동시에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가 책에서 계속 반복됩니다. 고등어 비가 내린걸 심상치 않게 보는 가브리엘과 플로라의 이야기, 플로라가 기억의 빈 곳을 자신만의 상상(다정한 아버지)으로 채웠다는 이야기, 밖에 나돌아다니는 남편을 상상하지 않으려는 잉그리드. 후반부에 화장실에 빠져서 실종된 아이의 이야기에서도 이 말은 반복됩니다. 길은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부모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상상과 현실을 동시에 믿을 수 있으니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이 길이라는 인물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굴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구요. 몰래 이것을 듣고 있던 잉그리드는 수탉이 배를 타고나가 죽음을 확인시켜준다는 이야기를 길에게 해줍니다. 그녀는 그가 어떤 것이 더 나은지를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나이 든 길이 수탉을 태우고 잉그리드가 헤엄쳤던 곳을 다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수탉은 울긴합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잉그리드가 죽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정말 확실한 결과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상상하는 존재니까요. 독자들이 납득하지 않은 것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잉그리드가 죽지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상상의 영역이지만 제가 읽은 잉그리드는 바다에 휩쓸릴 수는 있어도 자살은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이별을 암시하긴 했지만) 정말 그날따라 멀리 헤엄쳤을 수도 있지만, 이제 정말로 다른 곳으로 헤엄쳐나간걸 수도 있겠죠, <인형의 집> 노라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어쩌면 길은 정말로 잉그리드를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영으로 위안을 얻는 잉그리드의 모습은 안타까워보일 수 있지만 그녀의 수영은 위안 그 이상이었습니다.


오롯히 그녀의 삶을 느낄 수 있게해주는 자유의 장소가 바다였거든요. 책의 제목인 스위밍 레슨은 그녀가 바다에서 느낀 모든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밤 수영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다시 곱씹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물고기는 잉그리드와 닮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그건 복수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잉그리드의 잔인한 복수극을 바랬지만, 온통 거짓으로 살아온 길에게 상상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할수 있을 기회를 준건 그녀였으니까요.

*​


스위밍 레슨

- SWIMMING LESSONS -

지은이 : 클레어 풀러(Claire Fuller)

옮긴이 : 정지현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소설 / 외국소설 /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72쪽

발행일

2019년 03월 18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65176-3-2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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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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