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사람이 등장한다. 특별할 것 없고 조금은 고된, 일상의 일을 해나가는 어떤 하루다. 약간의 거짓말과 몇 가지 선택들, 조금의 게으름과 평범한 성실함이 있는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유난히 사람이 적은 그 날의 버스에서 그(그녀)는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오늘의 빈 버스는 왜 비어있을까, 언제부터 비어있었을까.
‘버스’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난 개인적으로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출퇴근길의 버스가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버스. 비록 버스는 매일처럼 똑같은 정류장에서 멈추고 똑같은 풍광을 지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헌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버스가 텅 비어버렸다. 왜 비었는지, 언제부터 비었는지 어떤 질문에도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 연극 ‘아웃 오브 사이트’의 배경, 빈 버스가 일종의 메타포로 느껴지는 건 이 지점 때문이다.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그저 텅 비어 버린 곳. 바로 세월호이다.
2014년 4월 16일. 나는 고3이었다. 등교하자 마자 핸드폰을 선생님에게 모두 제출하는 학교규정으로 인해 난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을 태운 거대한 배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을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들었다. 어떡하냐며 걱정을 하던 와중, 선생님으로부터 모두가 무사히 구출되었다는 말을 접했고. 그것이 오보였으며, 실로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야자가 끝난 아주 늦은 저녁,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지 12시간도 넘었을 때에야 비로소 알았다.
수많은 생명들이 물에 잠겨가고 있는 동안 정작 같은 고등학생인 난 아무것도 모른 채 타이머를 재며 국영수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날 다소 두렵게 한다. 만약 그 때의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리를 이탈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 같다.
왜 어른들은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아이들에게 착함을 강요했을까. 어른들은 무책임했다. 어른이라고 불러 주기조차 싫을 정도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배가 가라앉고 있을 때에도, 가라앉은 후에도, 가라앉은 후, 후, 그 후에도 계속됐다. 원인도, 행보도 모른 채 그저 그렇게 사라져버린 가지각색의 방향과 생각들에 대해선 대체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나름 어른이라는 것이 되어 버렸다. 욕심 많은 격동의 대한민국은 그 짧은 시간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VR이 일상화되었고 AI 스피커가 탄생했으며, 마침내는 접히는 스마트폰마저 탄생했다. 그 뿐일까. 정권도 바뀌었고, 한반도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5년 새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2014년의 세월호 참사는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사고, 그리고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많은 점이 닮았다. 안전의식 결여, 늑장대응, 부실한 진상규명. 그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무고한 시민들이었으며 정작 사건의 원인이 된 이른바 높으신 분들은 그에 합당하는 처벌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는 2018년의 故 김용균 사고에서도 비슷하게 되풀이된다.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 단체사진
2019년 4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진행되는 [2019 세월호]는 ‘세월호’를 하나의 사건이 아닌 고유명사로 해석한다. ‘제자리’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말이다. ‘제자리’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을 테다. 첫째, ‘본래’ 있던 자리. 둘째, ‘여전히’ 같은 자리. 그리고 셋째.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일련의 사고들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이들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져 ‘마땅히’ 가야 할 자리에 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 비극에 대한 대응방식은 ‘여전히’ 같은 자리이다.
<겨울의 눈빛>, <디디의 우산>부터 시작해 내가 감상하게 될 <아웃 오브 사이트>까지. 세월호라는 하나의 메타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표현방식이 무대 위에서 풀어질 예정이다. 그 중 특히 눈길이 갔던 작품은 세월호 유가족극단인 ‘4. 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신작, <장기자랑> 이다. 그 분들의 마음에 대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는 무어라 말조차 꺼낼 수 없다. 다만 박수를 보낼 뿐이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면으로 마주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끔찍한 사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극을 거친다면, 보다 우회적으로 이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미래에도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고 감히 말해본다. 행여나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인간은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줄 의무가 있으니까.
![[혜화동1번지]2019세월호 포스터_웹용.jpg](http://www.artinsight.co.kr/data/tmp/1903/9a0de46104a32ba9b98a1ff025d52e21_bYk2EDJNck.jpg)
2019 세월호 - 제자리
-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기획초청공연 -
일자 : 2019.04.04 ~ 07.07
시간
평일 8시
토/일요일 3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티켓가격
전석 15,000원
전작품 패키지 : 48,000원
주최/주관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