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편식하는 여행가 [여행]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야.
글 입력 2019.03.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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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유럽 여행보단 개발도상국 여행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남들이 유명하다고, 꼭 보고 와야 한다고 하는 것보단 정처 없이 길거리를 걷는 게 더 좋기 때문에.


여행 왔으니 뭘 해야겠단 생각보단 여행지에서도 평소처럼 방 안에서만 있기도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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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엄마의 유산


    

난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5세~9세 시기에는 배구를 하는 오빠(10살 터울) 덕분에 배구장이 있는 지역이면 어디든 다 갔다. 시합을 응원하러 부모님 따라서. 제주도만 10번 이상을 갔을 정도로. 중학생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집에 돈이 많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빚을 져서라도 보내주려 했던 부모님의 뜻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의지가 강했다. 장사하시는 부모님은 운동을 하는 오빠는 바빠서 차마 여행을 보내주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는 네게 머리에 남을 수 있는 유산을 주고 싶어. 장사를 하니까 내가 죽을 때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돈이 있다 한들 사라지잖아? 근데 네 머리에 남는 유산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더 넓은 세상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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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다녀온 나라들


 

이런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행운아인 난, 중학교 땐 패키지에 껴서 여행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부턴 자유여행을 다녔다. 패키지로 갔다고 해서 남들처럼 다닌 것도 아니다. 패키지 특성상 일정이 정해져 있지만 나는 유적지나 가게 같은 곳 근처까지만 가고 혼자서 돌아다니는 식으로 여행했다.


이상하게 자연경관이나 유적지엔 흥미가 가지 않았다. 가이드한테 근처 공원이나 벤치에 있겠다, 돈을 이미 냈어도 난 저 건축물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둥 이런 식의 말로 내가 하고 싶은 여행 스타일대로 실컷 했다. 기념품 상점에 들르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이렇게 해서 여행한 나라가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이러하다. 중국(상해, 소주), 태국, 이집트, 필리핀(세부), 베트남(몇 십 년만의 폭풍우로 거의 여행 못 함),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마닐라, 보라카이),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중국(홍콩, 마카오), 베트남(다낭, 하노이),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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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스리랑카가 제일 최근으로, 작년 10월쯤 혼자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다른 나라들도 주로 홀로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참 운이 좋게도, 자잘한 소매치기 같은 사건·사고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내가 조심성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운이 따라주는 거라고 봐야할 듯하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나


 

이상하게 자연경관이나 유적지엔 흥미가 가지 않았다. 그냥 공원 벤치에 앉아서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거나 시장에 가서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다. 처음엔 왜 그게 좋은지 몰랐다. 몇 번의 여행 후에 알게 되었다. 내 여행 스타일이 이러한 것도 있지만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이 좋았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느낌. 한국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혼자지만 혼자는 아닌. 추상적인 말이라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외로움을 타는 나지만, 한국에선 사람을 만나기보단 집에 있는 걸 더 즐긴다. 그러나 외국에서 홀로 길거리를 걷거나 공원에 있으면 혼자지만 나를 신경 쓰지 않는,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든 상관도 안 하는, 그런 타인들과 함께 기에 완전한 혼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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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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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나 하기 나름


 

여행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사실 어느 나라를 가든 위험하다. 또, 어디를 가든 내가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즐겁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가 갈린다. 가령, 인도에 갔다가 너무 몸사리는 바람에 기억나는 게 타지마할 밖에 없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난,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예뻐하던 신문 보던 할아버지, 소풍 온 인도 가족들이 자신들과 함께 사진 찍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던 일, 현장체험 같은 걸 온 학생들이 코리안은 처음 본다며 하이파이브를 20명 넘게 줄줄이 하고 지나갔던 날 등등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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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뭐, 내 여행 스타일이 자연경관과 건축물을 보기보단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길거리를 걸으며 아무 데나 털썩 앉아 구경하는 거라서 더 저런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이것 하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꼭 보러 가야지!’하며 관광을 하진 않았다. 난 관광지를 간 게 아니라 여행지를 간 거니까. 예를 들면, 이탈리아에 가서 콜로세움을 보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곳일지라도 내겐 그저 ‘돌덩이’에 불과했으니.


택시 타고 가다가 본 게 전부였다. 반대로 스리랑카에선 걷기엔 좀 멀었지만 아주 마음에 든 아이스티 가게가 있어서 오로지 이 이유 때문에 그 도시에만 오래 머물렀던 적이 있다. 여행 갔다고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맛있는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종일 있다가 오는 게 너무 좋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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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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