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의 현실 직시와 미래 모색하기; <출판저널> 509호 [도서]

<출판저널> 509호 리뷰
글 입력 2019.03.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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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나의 경우에는 독서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을 생산하는 고귀한(?) 절차를 생각하고, 글쓰기를 즐기고 한때 작가를 꿈꿨던 한 사람으로서는 언젠가 발을 들여놓고 싶은 꿈의 공간을 떠올리며, 최근 부쩍 출판계에 관심이 증가한 예비 졸업생이자 취업준비생으로서는 박봉이다, 야근이 잦다 등등의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마음이 기우는 애틋한 산업이다.

 

사실 난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인간이라 나의 미래와 복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출판업계가 아니더라도 훗날 어딘가에 몸을 담게 되었을 때 이곳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거나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주저 없이 박차고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겪어봐야 안다. 요즘 같이 ‘존버’가 유행하는 시대에 할 수 있을 때까지 ‘존버’해봤다가 그래도 안 되겠다면 포기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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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출판계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할 때마다 모두가 만류하거나 혹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출판은 요즘 사양 산업 아니야?’라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네 학벌이 아깝다’라는 말까지 들어봤다. 스낵컬쳐가 유행하고 각종 미디어가 수없이 많이 등장하며 출판업계가 불황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예전만큼 호황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학벌이 아깝다는 말은 정말 동의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출판계 일이란 항상 교정지에 코 박고 줄줄 읽는 모습만 상상하는 걸까.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들어가는데, 학벌이 아깝다는 말은 학벌 높은 사람들은 굳이 할 일이 아니라는 출판에 대한 비하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말은 아닌가. (오히려 일부 출판사들은 학벌을 매우 중시하기도 한다는데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책과 동떨어져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소에 독서를 잘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학창시절에 문제집 한 권 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서점이나 도서관 한 번 들러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만 해도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등산을 해가며 산 위에 위치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읽었던 북유럽신화 시리즈와 역사만화 시리즈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그림이 너무 예뻤던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출판저널>에서 통권 500호부터 개최하고 있는 ‘책문화생태계’에 관한 좌담은 책이 출판계뿐만 아닌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명확하게 말해준다. 서점과 독자, 혹은 도서관과 독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출판사부터 서점, 도서관 등 수많은 유통경로를 거쳐 결국 독자의 손 안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앞으로 출판이 나아가고 발전해야 할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 1~9회까지의 좌담은 지난 11월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단행본을 통해 읽어보았는데, 이번 좌담은 10회를 맞이하여 지난 주제들을 다루고 올해의 경제전망과 더불어 출판산업도 전망하였다.



출판저널 509호 본문 홍보 이미지 (2).jpg
 

      

모든 산업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출판산업도 참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중고서점 이야기에서는 뜨끔하기도 했다.

 


대형서점이 운영하는 중고서점은 중고라는 이미지를 바꿔버렸어요. 그곳은 책방 같지 않고 도서관처럼 만들어 놨어요. (중략) 그런데 이게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상황인 거죠. 중고책이 계속 도니까 새 책이 안 팔리는 거죠.


- p.94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실은 불과 몇 주 전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 팔고 왔는데, 그때의 나는 오롯이 독자의 입장이었다. 나름 깨끗한 책을 정가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을 보며 책값도 만만찮은데 중고책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육아법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출판계도 중고서점이 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지, 아마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참 어렵다. 어차피 안 읽는 책을 싼 값에 팔아버림으로써 또 다른 잠재적 독자를 유치한다는 면에서는 책 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새 책을 계속 출간하고 판매해야 하는 출판업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으니. 물론 중고서점이 계속해서 부흥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새 책을 선호하고, 새 책 특유의 빳빳함과 향기를 좋아한다. 깨끗한 책이 좋아서 전공책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접거나 밑줄 긋는 행위도 일체 하지 않는다.

 

또한 비슷한 시기, 똑같은 주말이라는 날짜에 강남의 모 대형서점과 중고서점을 갈 일이 있었는데, 물론 규모의 차이도 있겠지만 대형서점에 사람이 훨씬 더 많음을 보았다. 사람들이 책 안 읽는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읽을 사람은 읽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소소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출판계가 부흥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명맥만큼은 꾸준히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보고 싶다. 꼭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이북이나 또 다른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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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약 일주일 전, 꼭 ‘출판사’뿐만 아닌 ‘출판업’과 관련된 사람들, 즉 편집자, 저자, 번역자, 기획자, 서점MD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말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 유달리 인상 깊었던 말은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좌담에서 제안하는 출판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여긴다.


어쩔 수 없이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가야만 한다면, 책에 대한 거창한 후광(?)을 제거하고 소비자와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sns나 유튜브를 활용하거나 출판업만이 할 수 있는 전혀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도 관심을 끌기에 매력적일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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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9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출간 : 피알엔코리아(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20mm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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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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