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클래식 나우 : 장 하오천 Piano

글 입력 2019.03.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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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항상 설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롭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에게 설렘을 주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4월에 금호아트홀에서 예비한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 중 클래식 나우로 꾸미는 무대 소식이 들리자 유독 궁금해졌다. 처음 보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장 하오천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인 피아니스트 하면 여럿 떠올릴 수 있겠지만 우선 당장 며칠 전에 LA필과 무대를 마친 유자 왕을 떠올릴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유자 왕의 페트루슈카를 즐겨 듣는 편이라 그가 가깝게 느껴진다. 카리스마 있고 힘 있는 그 연주는 언제 들어도 짜릿함을 준다. 또 다른 유명한 중국인 피아니스트라면 랑랑도 있을 것이다. 그의 연주는 존중하지만 그의 방식은 내 취향과는 달라서 연주를 찾아 듣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니, 가장 좋아했던 중국인 피아니스트는 윤디 리였다. 항상 내 생일 즈음에 내한하는 그의 일정은 매년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생일 전에 윤디 리의 리사이틀을 가던 게 매년 기다리는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참 아쉬웠다. 피아니스트라는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공연을 보이는 건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 그래서 윤디 리 이후로는 중국인 피아니스트에 관심을 가져 본 일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이 만나게 될 장 하오천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유자 왕이나 랑랑 같은 파격적인 라인일까. 아니면 윤디 리 같은 클래식하면서도 섬세한 라인일까. 프로그램을 보면 후자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Programs


클로드 드뷔시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영상 제2집, L.120
Claude Debussy 3 Images for Piano, Set II, L.120
Cloches à travers les feuilles. Lent
Et la lune descend sur le temple qui fût. Lent
Poissons d'or (Goldfish). Animé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를 위한 유모레스크 B-flat장조, Op.20
Robert Schumann Humoreske for Piano in B-flat Major, Op.20
Einfach -
Sehr rasch und leicht -
Hastig -
Einfach und zart -
Intermezzo -
Innig -
Sehr lebhaft -
Finale


I N T E R M I S S I O N

피에르 불레즈 피아노 소나타 제1번
Pierre Boulez Piano Sonata No.1
Lent
Assez large, rapide


프란츠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
Franz Liszt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Lento assai - Allegro energico
Grandioso - Recitativo
Andante sostenuto - Quasi adagio
Allegro energico - Stretta quasi presto - Presto - Prestissimo - Andante sostenuto - Allegro moderato - Lento assai





장 하오천이 이번에 금호아트홀에서 보여줄 무대는 전부 낭만 이후 시기 작품들로 선정했다. 낭만 시기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슈만과 리스트, 프랑스 인상주의의 창시자인 드뷔시, 지휘자로서도 현대음악 작곡가로서도 영향력이 컸던 불레즈까지 아우른다. 낭만 이후의 사조를 포괄하는 연주를 보여주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보다도 1, 2부를 나눠서 보면 장 하오천이 보여주려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


1부는 드뷔시 영상 2집과 슈만의 유모레스크다. 두 곡 모두 나름의 다이나믹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부드럽고 유려한 흐름과 연주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장 하오천은 이번 내한 리사이틀에서 먼저 관객들에게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지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과 함께 따스하고도 사랑스러운 연주를 들려주며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드뷔시를 통해 그가 보여주는 선명한 색채감과 물흐르듯 이어지는 부드러운 연주를 듣고 나면, 유모레스크를 통해 위트있고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이어서 아름다운 선율이 부드럽게 와닿을 것이다.


*


2부는 1부와 확실히 대비된다. 시기로는 현대와 낭만시기지만 불레즈 소나타와 리스트 소나타의 공통점은 매우 강렬하다는 데 있다. 불레즈 소나타는 현대 음악인지라 여리게 시작하는데도 임팩트가 크다. 우리 귀에 익숙한 화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귀에 익숙한 화성으로 구성이 되었어도 강렬함은 훨씬 큰 리스트 소나타가 대미를 장식한다. 이 대곡으로 대미를 장식할 생각을 하다니, 장 하오천의 기량이 너무나 기대되지 않는가.


거기다 또 재미있게 본 점은 장 하오천이 2부 전곡으로 소나타 작품들을 선택했는데 사실 두 작품 모두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소나타 양식 그 자체를 온전히 살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리스트는 고전주의 소나타에서 실험적인 기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한 이정표 같은 소나타를 남겼고, 불레즈는 거기서 더욱 발전된 전위적인 작품을 남겼다. 그런 작품들을 선택한 장 하오천은, 어쩌면 이 작품들을 통해 강렬하고도 흡인력 있는 연주만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그가 파격 역시도 잘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까지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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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하오천의 이력을 살펴보니 그는 커티스 음악원에서 게리 그라프만을 사사하며 졸업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2009년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선우예권이 생각났다. 선우예권 역시 커티스 음악원에서 세이무어 립킨을 사사하며 졸업했고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주가 어떨지 더욱 궁금해져서 미리 찾아 들어보았다.


유튜브로 들어본 장 하오천의 연주는 앵콜로 연주한 라 캄파넬라였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손끝을 거친 작품인지라 망설임 없이 재생해보았다. 역시나.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랑랑이나 유자 왕보다는 윤디 리와 비슷한 연주자였다. 그러나 장 하오천은 윤디 리와도 달랐다. 타건이 아주 부드럽고 날렵한데도 매우 조심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페달링이 깊지 않아서 소리가 더 정직하게 들렸는데 그 정교하고 정확한 타건에 정말 놀랐다. 이런 느낌이라면 리스트 소나타가 정말 기대하고 들어볼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기대되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장 하오천의 내한. 다가오는 4월 11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날 그의 무대가, 새로운 첫 만남의 설렘 이상으로 즐거운 자리가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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