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의 효용과 팬시한 향수 _ <금호 고악기 시리즈 violin>

클래식을 듣는 법
글 입력 2019.03.1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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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수빈 우 박진형



1.



가끔 라이브로 노래를 들으면, 음들이 머리와 가슴과 턱에 들어와 앉을때가 있다. 그땐 모든 신체의 부분들이 소리에 압도당한 기분인데, 이제껏 소리들은 소음이나 혹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의사소통을 위해서만 사용되어 왔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보잘 것 없는 것의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을 마주하는거다. 최근에 다녀온 ‘이수빈 바이올린 연주회’에서 특히 그러했다.


앞에서 무언가를 열중해서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넋을 놓게 된다. 그런 경우는 특히 음악 관람에서 많은데 왜냐하면 음악은 눈 앞에서 생생하게 경험할 일이 다른 장르보다도 많기 때문이다. 노래를 열중해서 부르는 사람도 멋있고, 악기를 열심히 연주하는 사람도 멋있다. 사실 필자는 ‘바이올린’이라는 것을 연주하는 것을 직접 눈 앞에서 본 경험이 많지 아니한데, 그래서 더 이번 연주회가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다른 무언가의 배경음이 아니라, 무대의 맨 앞에서 (익숙한 피아노를 뒤로 하고) 연주되는 바이올린을 바라보니 그 자체로도 터무니없이 완전해서 넋을 놓게 되었다. 이수빈 씨의 연주 실력과 그 모습이 너무나 대단하고 (표현이 진부하지만),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서 적적한 감상에 빠져버렸다. 이런 연주를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연주자의 움직임에 기대어 소리와 작품을 감상하거나, 혹은 눈을 감고 아름다운 소리를 여타의 정보 없이 즐기거나.


필자는 전자의 동행인은 후자의 감상자였는데, 어떻게 느꼈는지 제대로 물어보질 않았으니 어느 방법이 더 나은진 알 길이 없다. 도움은 잘 안되시겠지만 이 글을 읽고 클래식의 노래를 감상하게 가시는 분은 어느 방법을 택해도 좋으니, 그저 음악을 잘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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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클래식의 효용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클래식은 현실과의 유리감을 불러온다. 그 자리, 그 공간에 있으며 소리와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에는 현실과 동 떨어지게 된다. 여타 장르와는 사뭇 다르다. 힙합이나 발라드나 좋으면 요즘엔, 사진기를 꺼내드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클래식은 감상 시 연주를 촬영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장르다. 현실과 유리된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이 묘미고 또 그러려고 가는 것이니까. 현실을 차단하고 흘러나오는 오래된 작품들을 즐기는 것, 그것이 클래식의 효용의 첫 번째다.


다음은 비맥락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들으면 갑자기 그곳이 이국의 나라고, 웅장한 아침이다. 대중가요는 거의 다 사랑에 관해 노래하고 있으니, 결국엔 일상의 어느 순간의 반복 혹은 재-접촉인데 클래식은 다르다. 불이 꺼지면 모두가 말을 멈추고 연주자가 데려갈 곳에 몸을 맡기게 된다. 그 곳이 어디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현실과는 유리된 상태니 현실감은 없을거다. 필자가 경험한 순간들은, 갑작스럽게 비극스러운 어떤 비현실적 찰나들이었다.


마지막은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자아와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연을 보며 어떠한 ‘극적인 감동’을 바란다. 하지만 바란다고 해서 그 것을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은아니다. 가사가 없고 정적이라면 정적인 무대의 상황에 졸음을 느낄 수도 있고, 심하면 잠에 들 수도 있다. 연주자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관객이 연주의 레파토리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녀가 이국적인 분위기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더라도, 관객이 그 곳까지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클래식의 효용은 그런 낯선 상황에 관객을 처하게 함으로써, 예술을 향유하는 데에 자발성과 독립성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예술은 필수가 아니라 교양이며, 또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선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므로 예술 향유 자체에 그런 속성이 크긴 하지만, 클래식은 그런 속성이 극대화된 것 같다.




3.



사실 필자는 이수빈 씨가 연주한 ‘과디니니’가 얼마나 좋은 악기인지는 모른다. 그저 좋은 소리가 나니 대단하구나 할 뿐이고, 고악기라니 비싸겠구나 할 뿐이다. 어쨌든 대단한 악기이고, 또 연주를 들어보니 대단한 사람에게 갔구나 느끼고 왔다. 금호 고악기 시리즈는 그 느낌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계획되었을 것이다. 연주회장에는 어린 소녀 소년들이 많았다. 모두 영재라고 불리우는 이수빈 씨의 연주를 듣고, 앞으로의 연습에 영감을 받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저 이들은 저 연주를 듣고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 감정이 궁금할뿐 예상도 되지 않으니 아마 클래식은 그만큼 큰 벽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렇다면 클래식은 누구들의 세계일까? 연주회를 보고나니 그저 팬시한 향수 하나가 갖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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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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