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패러디 광고 속 여성 연예인의 현주소 [기타]

여성 연예인이 다양한 모습으로 광고에 나오기를 바라며
글 입력 2019.03.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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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반기에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콘텐츠는 의심할 여지없이 JTBC 드라마 <SKY캐슬>이다. 배우들의 명연기로 많은 인상적인 캐릭터가 탄생했고, 특히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김주영 선생님’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캐릭터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등의 명대사는 단숨에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했고 수많은 패러디가 생성되었다. 연예인에게 인기는 곧 광고, 광고는 곧 성공이다. 김서형 배우의 팬들은 드라마의 성공과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그가 곧 다수의 광고를 찍기를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드라마 종영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SKY캐슬 종영 이후

김서형 배우의 첫 정식 상업광고



원인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 전부터 여기저기서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김주영’을 패러디한 광고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캐릭터를 캐리커쳐로 그린 이미지에 명대사를 차용한 광고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이럴 마케팅을 할 수 있으니 이득이겠지만, 정작 연기한 배우, 캐릭터를 만든 창작자에게는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방법이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서형 광고 2.jpg

심지어 정부 기관마저

당당하게 패러디 광고를 발행했다..



종종 연예인들은 갑작스럽게 화제에 오르게 될 때가 있는데, 개그우먼 박미선이 그랬다. 과거 SBS 드라마 ‘순풍산부인과’에서 그가 ‘~는 내가 할게. ~는 누가 할래?’ 라고 대사를 치는 장면이 ‘짤’로 인기를 끌며 밈이 되었고, SNS 바이럴 마케팅에 열심인 여러 기업들도 이 밈을 광고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재미로 패러디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상업적 목적에 이용된 것이다. 누군가 이를 초상권 무단 사용이라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곧 당사자인 박미선도 본인의 SNS에 이에 대해 한마디했다.



유행인 건 알겠는데…

누가 봐도 박미선 같은데..


캐리커처는 초상권에 해당 안 된다고..

너무들 갖다 쓰셔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박수라도 쳐야 하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렇게 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쵸?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박미선 씨의

최근 발언이 담긴 영상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는 더욱 인정받기 어렵다. 아래 기사에서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저작권·초상권 교묘히 피하는 ‘얌체’ 기업들…
문제는 권리 인정 여부


박미선 씨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유명인 퍼플리시티권 침해가 이슈화되었다면, 김서형에 이르러서 이 현상이 여성 연예인에게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여성 연예인들의 케이스와 극명히 대비되는 광고의 등장은 더욱 이 새로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배우 김영철이 연기한 김두한의 대사 ‘4딸라’가 박미선, 김서형의 사례처럼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이 역시 밈화되었다. 결국 김영철 배우는 모 패스트푸드 광고에 강제 소환되었다. 박미선, 김서형과 다른 점은 그는 정식으로 상업 광고를 찍었고 이에 마땅한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앞의 두 사람과는 너무나 분명한 차이점이고 단순히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찝찝함의 실마리를 김서형 배우의 인터뷰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김서형 인터뷰.jpg

출저 : KBS 연예가중계



스카이캐슬 종영 직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서형 배우는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0년 전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신애리’라는 인상깊은 악역을 연기했고 드라마와 캐릭터 모두 현재 <SKY캐슬>과 ‘김주영’처럼 대히트를 쳤다. 이 당시 김서형은 연예인으로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지만 드라마 종영 이후 오랫동안 그에게 광고는 커녕 역할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강렬한 역할과 연기는 오히려 그의 커리어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따라서 본인은 이번 드라마의 인기를 마냥 좋아하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SKY캐슬>에 등장한 다른 여성 배우들은 차례대로 광고를 찍었다. 대체로 광고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범적인 여학생이나 밝고 쾌활한 여성, 우아한 여성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성 배우는 정당하게 광고 모델로 채택되는 경우가 적다’는 이야기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광고에 싣지 않는다'는 문제와 직결된다.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이키 우먼의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은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광고가 화제가 된 이유는 다양한 여성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개그우먼 박나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그우먼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광고는 그들이 망가져가며 웃기는 모습을 담는다. 하지만 이 캠페인 속 박나래는 위풍당당하고 진지하다. 많은 여성들이 이 광고에 감동하고 임파워링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대조되는 반응으로 개그맨 양세형은 박나래의 SNS에 ‘ㅋㅋㅋ확 튀는데ㅋㅋㅋ’라며 그가 광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덧글을 남겼고, 미스캐스팅이라며 조소하는 네티즌의 반응도 꽤 있었다. 이들은 광고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며, 표준적인 여성 연예인의 외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여성의 등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지금까지 여성 광고 모델의 이미지 범주가 좁았다는 증거다.





이렇게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여성 연예인 모델 미기용이 이슈가 되면서, 슬슬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한 낌새가 보인다. 최근 김서형이 다수의 광고 계약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또한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짤로 밈화되었던 개그우먼 신봉선이 정식으로 이 패러디로 광고를 찍었다. 둘 다 매우 기쁜 소식이다. 박미선의 화두에서 시작하여 김서형의 눈물을 거쳐 신봉선의 광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사람들 덕에 지금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나 자신도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해 지켜볼 것이다. 어떤 영역이든지 간에 여성은 쉽게 후려쳐진다. 연예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여성 연예인들이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도록 관심을 기울이며, 박나래, 신봉선과 같은 이들의 활약을 통해 나도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활약할 힘을 얻을 것이다.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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