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도서]

모쪼록 당신이 안식을 찾길 바란다.
글 입력 2019.02.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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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리학 용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쓰임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좋은 심리학 교양 책은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그 뜻을 넘어 더욱 넓게 쓰이고 있으며, 점차 너무 넓어져서 잘못되게 쓰일 경우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스라이팅' 용어 자체를 정립한 저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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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를 보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분명 기쁜 상황인데 둘 다 표정이 썩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선물인 선인장의 그림자를 보면 오히려 뾰족하게 가시가 있으며, 주는 쪽의 그림자의 크기가 받는 쪽보다 크고 위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위협적인 그림은 '가스라이팅'을 묘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림만 봤을 때에는 피해자의 마음을 찌를 선인장을 선물하는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스라이터)뿐만 아니라 피해자(가스라이티)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가해자의 인정을 얻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가 자아정체감을 그 대가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타인을 사랑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저자는 '가스등 탱고'라고 이름붙이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이 비정상적인 춤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기묘한 이 춤 안에서 피해자가 더 이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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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moment of cogent thought under your psychiatric care is a personal victory.


You're as alone as I am.

And we're both alone without each other.

(Hannibal S2 ep.12)



드라마 한니발의 위 대사는 가스라이팅의 가스라이티가 어떤 감정을 겪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의외로 가스라이티는 가스라이터를 일종의 퍼즐로 인식하며 가스라이터를 분석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왜냐하면 가스라이티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기회를 받지 못하고 힘겨루기에 내몰렸고, 그렇기 때문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가스라이터로부터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가 있는 것만으로는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스라이터를 이겨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렇게 가스라이티가 심리적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가스라이터는 가스라이티의 최선을 깎아내린다. 즉 피해자가 그 최선을 이루느라 얼마나 감정소모가 컸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가스라이티는 가스라이터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버렸는데도 말이다. 물론 그것이 좋은 방법이냐는 질문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럼 가스라이터는 무엇을 하는가?

책 내에서는 가스라이팅을 벗어나는데 피해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나와 있으나 이후 가해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다. 어쩌면 대부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많이 아파서 심리치료를 위해 내원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가스라이터의 예필로그를 궁금해하겠나 싶지만, 아무래도 가스라이팅이 두 사람의 합작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보니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후반부에서 예시로 든 가스라이티의 말에서야 겨우 가스라이터를 묘사하는 말을 찾을 수 있었다.


제가 그들과의 관계에 성공했더라면, 아마 환희를 느꼈을 거에요. 하지만 실패했을 때, 저는 최악이라고 느꼈어요. 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것일까? 그들는 저에게 의존했고 저는 실패했어요. 제가 그렇게나 형편없는 사람인가요?

그들이 불행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실패했던 거에요. 누구도 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이 실패한 것을 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가스라이터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위에서 예시를 든 한니발처럼 어떤 마술적인 악인이 아닌, 평범한 누군가라고 말한다. 회사에서는 유능한 상사이나 집에서만 자신의 배우자에게 폭력적일 수 있고, 오히려 집에서는 가정적이지만 회사에서는 만나기 괴로운 직장상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촉발하는 것은 특정 스트레스 상황과 그에 대한 가스라이터의 불안, 그리고 지배력에 대한 욕망이라고 말한다.

악의 보편성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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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 nice people choose the wrong people to date?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가스라이티들에게 손을 꼭 잡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 또한 그것을 지향한다. 사실 대부분의 말들로 가스라이터로부터 하루 빨리 떠나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사람들 각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는 듯하다. 읽다 보면 만약 가스라이터로부터 절대 떠나지 못할 상황인 가스라이티가 있다면 어쩌지, 하고 글쓴이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세심함을 바탕으로, 1장에서 5장까지는 가스라이티로 하여금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그 역학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6장부터 뒤쪽의 부록에서는 가스라이티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스스로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이 책은 다정하게 말해준다.

현재의 불행한 관계가 절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 거라고.

당신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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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we make them know that they deserve more?

We can try.



나는 글쓴이가 제시한 '나만의 집 이미지'라는 훈련이 가장 인상깊었다.

먼저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을 마음 속에 그리고, 이 집 안에 누구를 들여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임을 자각해서 자아정체감을 연습하는 훈련이다.

혹시 당신이 혼란스러운 가스라이티라면, 이 훈련부터 추천해주고 싶다. 모쪼록 당신이 안식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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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A,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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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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