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우, 분장으로 ‘다시’ 태어나다- 영화의 얼굴창조展

글 입력 2019.02.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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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겨울날보다도 온화해 나들이하기 참 좋았던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약 7-8년 간의 준비기간을 걸쳐 열린 국내 최초의 분장 관련 전시 ‘영화의 얼굴창조전’을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올해는 연초부터 굵직한 전시들이 매우 많이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존 레논 전’, ‘에바 알머슨 전’, ‘피카소와 큐비즘’, ‘에르제: 땡땡’ 전은 물론이고 DDP의 ‘키스 해링’ 전, M 컨템포러리의 ‘러빙 빈센트’ 전 등등. 관람객들을 한눈에 사로잡을 매력적이고 큰 규모의 전시가 서울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중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전시회보다 이번에 다녀오게 된 ‘영화의 얼굴창조전’ 전시가 가장 기대되고, 궁금했다. 올해 초 우연히 아침 TV 뉴스의 문화관련 보도에서 이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고 놀라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영화의 ‘분장’을 소재로 한 전시회는 너무도 생소했거니와, 내가 알고 있는 그 분장기술이 전시회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후부터 막을 내리기 전에 이 전시를 꼭 관람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번 설 연휴에 좋은 기회를 통해 드디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시 후기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이 전시에는 아주 특별한 관람 방법이 하나 존재한다는 것을 꼭 언급하고 싶다. 바로 별도의 비용을 내고 영화 속 배우들처럼 분장을 받은 뒤 사극 복장을 갖추어 입고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다. 비록 나는 분장을 하고 전시를 관람해보진 않았지만 꽤 파격적이고 특별한 전시 관람법이 아닌가? 오직 이 전시에서만 가능한 관람법이니, 평소 배우들의 분장이 궁금했던 관람객 분들이라면 직접 한 번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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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두 조연 포스터를 뒤로 하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전시는 첫 번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분장 관련 도구와 장신구로 시작된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 들은 정보로는 가급적 전시장에 조태희 분장감독님이 상주하며 도슨트를 직접 맡는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감독님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때가 설날 연휴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작품 옆 곳곳에 배치된 상세한 코멘트 덕분에 별다른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 없이도 이 전시의 감상은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조태희 감독의 코멘트는 감독 본인이 해당 작품과 캐릭터를 어떤 과정을 통해 구현해 나갔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어, 관람객이 분장예술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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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분장에 쓰인 수염, 장신구, 소품 뿐만 아니라 각 배우들을 분장할 때 쓰였던 메이크업 도구들까지도 각인을 새겨 전시해 놓았다는 점이다. 각 배우들의 이름이 새겨진 메이크업 도구들을 보며, 분장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실제 영화 촬영 현장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층으로, 각 층 당 각기 다른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인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두 번째 섹션에서는 ‘남한산성’, 그리고 ‘역린’, ‘사도’ 등 사극 장르 영화 작업 당시의 도구 및 소품 등이 이어지고 마지막 섹션에서는 그 밖의 다양한 사극, 현대극 작품에서 사용되었던 분장 도구들에 배우들의 싸인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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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토록 방대한 분장 관련 자료들 중에서도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인상 깊었던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첫 번째는 영화 ‘남한산성’에서 각 배역에 맞춰 제작되었던 수염들이다. 평소 시청자나 관객의 입장에서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때, 배우들의 수염 분장을 보면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실제로는 각각의 캐릭터, 극중 상황, 촬영장의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른 종류의 수염이 제작되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 중의 계절적 배경이 겨울인 점을 감안하여 수염 위에도 서리, 눈 분장을 표현하고 매 씬마다 새로운 수염을 제작해서 사용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품 하나에도 완벽함을 위해 이토록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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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작품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규방공예(수) 작품들이었다. 특히 영화 ‘역린’에서 쓰였던 규방공예 작품들이 수려한 아름다움으로 나의 눈길을 끌었다. 흔히 ‘바느질’과 같은 용어로 대중에게 알려진 규방공예 작품들은 오직 한 땀 한 땀 수작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며, 그렇기 때문에 긴 제작기간과 고가의 가격을 자랑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해보기 힘든 것들인데, 특히 이 전시의 작품들은 사극 영화를 위해 역사적 고증을 거쳐 제작된 것들이다 보니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더욱 더 깊게 느낄 수 있어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


이 밖에도 수많은 분장 관련 자료들을 통해 이 전시는 분장이 더 이상 ‘기술’의 영역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서도 회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한다. 또한 평소 분장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관람객들에게 배우가 분장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또 다른 인물로 재탄생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마치 영화촬영 현장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키게 한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얼굴창조전’은 이전에 가졌던 내 호기심을 완전히 해소하며 분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흥미로운 전시였다. 또한 여러 영화배우들의 싸인 및 현장 스틸컷, 대본 자료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팬들이 관람해도 좋을 만한 전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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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게끔 하는 신선한 전시회가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화의 얼굴창조展
- 한국 영화 분장의 방대한 기록 -


일자 : 2018.12.29 ~ 2019.04.23

시간
11:00~20:00 (19:00 입장마감)

*
연중무휴

장소
아라아트센터 B1~B4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초중고교생 10,000원
(미취학아동 무료입장)

주최
㈜하늘분장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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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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