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머리가 쫑긋해지는 음악,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에 앞서...
글 입력 2019.02.1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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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뭐 어떻게 써야 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의 프리뷰를 써야 하는데 클래식 공연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바흐...베토벤...정말 막막했다. 내가 아는 클래식이란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드뷔시,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 정도가 다였으니. 오죽했으면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이루마와 조성진밖에 없겠나. 그야말로 클래식, 특히 피아노엔 문외한이다.

일전에 클래식 공연을 본 적이 있냐 묻는다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다. 예술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매년 진행되는 예술제에서 음악공연들을 하곤 했다. 순수예술만을 양성하는 예고였기에 음악과의 공연은 죄다 클래식이었다. 그때 아마 처음으로 고급스러운 피아노 소리와 쇼팽, 모차르트 선율을 들었다. 열심히 연주해준 친구들에게 미안하게도 아름다운 선율은 내 귀엔 자장가로 들렸었다. 수능공부에 찌들어 계속해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보고자 노력도 해보고 왠지 고상을 떨어야 할 것같은 분위기에 조는 것도 눈치가 보였지만 밀려오는 따분함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약간 미안한 관계로 눈을 감고 선율을 즐기는 척했다.

그 후로 내게 피아노 공연이란 두번 다시 없었다. 그러나 가고 싶단 생각은 줄곧 해왔다. 그러나 좀 더 친절한 클래식이었다면 좋겠다. 그 친절하단 의미가 곡 하나하나를 전부 설명해달란 것은 아니다.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뻣뻣이 앉아서 기침 한 번 못할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는 내게 재미없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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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리사이틀 공연은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클래식 피아노 공연의 포스터와는 풍기는 분위기와 에너지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보도자료를 보니 임현정의 연주는 어딘가 특별한 모양이다. 게다가 자신이 연주하는 작곡가의 모든 것을 알아야 무대에 선다는 학구파 피아니스트라니. 연주자가 이런 마음가짐인데 청중인 나도 미리 공부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임현정이 보이는 라디오에 출연한 영상을 발견했다. 이 방송에서는 바흐의 음악으로만 꾸며진 임현정의 라이브 연주, 바흐의 일생에 대해 조명했다. 그만의 연주와 함께, 바흐 음악에 숨겨진 비화, 사랑 이야기, 다양한 일화를 재밌게 풀어냈다. 공연에 앞서 진정한 프리뷰를 느낄 수 있다니 행운이었다.


바흐는 아버지, 베토벤은 애인 같다는 임현정의 말은 흥미로웠다. 바흐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음악에서만큼은 자신을 항상 이끌어주고 발전시켜주는 아버지 같은 느낌인 바흐. 그에 비해 베토벤은 자신과 닮은점을 많이 찾을 수 있는 애인 같다고 한다. 위대한 두 작곡가의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이번 공연에서 임현정이 선택한 바흐와 베토벤의 곡들은 입시곡으로 자주 선택하는 곡들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인간미를 보여주는 곡이라 말한다. 특히 피아니스트로서 바흐의 곡을 연주하려면 손가락들이 다 따로따로 놀아야 하고 뇌가 4개가 있어야 하는 느낌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곡이라는 것이겠지. 그런데 바흐는 오르간에 앉아 4성부를 즉흥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역시 천재는 다르구나, 바흐의 곡이 기대되었다.


보통 한 공연의 셋 리스트를 보면 대충 어떤 공연인지 느낌이 오기 마련인데, 이번 피아노 공연은 프로그램 목록을 봐도 하나도 모르겠고 도리어 더 알쏭달쏭하기만 했다. 그런데 임현정은 위의 방송에서 기초부터 아주 자세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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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주할 바흐의 곡 중 프렐류드와 푸가는 대조되는 성격으로, 프렐류드는 사람이 말하거나 강물이 흐르는 느낌을 표현하기도 하는 자유로운 느낌의 형태라면, 푸가는 그 반대의 느낌이라고 한다. 클래식 문외한인 나는 프렐류드가 무엇인지, 푸가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의 섬세한 설명과 피아노 연주로 이해가 수월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곡의 느낌을 '어떤 사람', '어떤 특징'에 비유해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 영상으로 임현정이 말을 참 잘하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공연 전부터 그의 매력에 빠진 듯한 기분.


마지막으로 할 얘기를 묻는 진행자의 말에, 임현정은 '클래식'이란 단어보다 '머리가 쫑긋쫑긋해지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베토벤이야말로 혁명을 추구한 작곡가인데 고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라고. 그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클래식이란 단어 속 편견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 같다.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 말이다. 내막을 알고 곡의 비화를 안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영상에서 눈을 감고 온몸으로 연주하는 임현정은 너무 아름답고 멋있다. 8살 때 끊어버린 피아노학원이 아쉬울 정도로. 50분 속 짧은 연주를 듣다가 너무 감질나서, 하루빨리 임현정의 연주로 채워진 '머리가 쫑긋해지는 음악'을 듣고 싶다.





< PROGRAM >


베토벤
L.v.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No.1 Op.2
Piano Sonata No.1 Op.2


바흐
J.S.Bach

프렐류드와 푸가 BWV 846
Preludes and Fugues BWV 846

프렐류드와 푸가 BWV 848
Preludes and Fugues BWV 848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0
Preludes and Fugues BWV 850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2
Preludes and Fugues BWV 852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4
Preludes and Fugues BWV 854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6
Preludes and Fugues BWV 856


Intermission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8
Preludes and Fugues BWV 858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0
Preludes and Fugues BWV 860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2
Preludes and Fugues BWV 862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4
Preludes and Fugues BWV 864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6
Preludes and Fugues BWV 866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8
Preludes and Fugues BWV 868


베토벤
L.v.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No.32 Op.111
Piano Sonata No.32 Op.111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 HJ LIM Piano Recital -


일자 : 2019.02.26

시간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80,000원
S석 60,000원
A석 40,000원

주최
(주)봄아트프로젝트

관람연령
취학 아동 이상

공연시간 : 100분
(인터미션 : 15분)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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