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예술의 이야기, CA 디자인 매거진

글 입력 2019.02.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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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CA매거진. 나는 미술 전공생은 아니지만 요즘 매거진을 즐겨 보고 있어 디자인 매거진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CA매거진을 보게 되었다. 디자인 매거진답게 표지부터 황금 돼지해 그림과 함께 굵직한 HAPPY NEW YEAR 글자, 스르륵 펼쳐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글자들과 알록달록한 색감이 말 그대로 취향저격이었다.

디자인 매거진이라고 해서 추상적이고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저 디자인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다양한 브랜딩, 일러스트레이트, 전시 이야기 그리고 그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하나의 책이었다. 첫 느낌부터 이 잡지를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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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살펴보니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브랜드들간의 협업 뿐만 아니라 개인의 디자인 공간 소개 그리고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디자인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인터뷰가 좋은 이유는 한 사람의 철학과 생각,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새로운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는 기분이다.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고 있으면 대상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특히 디자인은 일종의 예술이기 때문에 한  예술가의 철학가치 또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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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는 유토피아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학습하고 일하지만 누구나 살아가며 가지게 되는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걸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다 다를테니 말이다. 요즘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 인터뷰 중에서는 '인생은 빈 노트를 채워가는 여정'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많은 부담과 책임을 떠안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남이 아닌 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채우기란 말은 쉽지만 실상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운명에 나를 맡기고 가는 그 자체가 어디엔가는 희망이 있을 거라는 유토피아일까. 인터뷰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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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이미지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점점 발전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서 고정된 이미지는 어느 정도의 신뢰를 준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고 아닐까. 예를 들어, 우리가 다른 장소에 가도 이미 경험이 있는 체인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고정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상징이 굳어질수록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어느 새 그것은 하나의 권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예전부터 이어져온 클래식한 상징성에서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좀 더 유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이 변화에 뒤쳐지지 않는 또 다른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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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에는 단순함과 그리움, 새로움이 모두 공존해야 한다. 단순함은 브랜드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세련된 단순함이여야 하며, 기존의 세대와 현대 세대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는 기존의 향수가 담긴 클래식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너무 낯설지 않게 익숙한 새로움으로 바꾸어내는 것도 로고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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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를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디자이너의 영역이지만, 실상 브랜드의 많은 의미들을 대표할 만한 것을 하나로 표현하는 작업이기에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디자인 비전공자가 사람에 대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디자인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또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훌륭한 디자인은 최신 유행에 굽실거리지 않아야 가능하다.'라는 구절도 좋다. 지금까지도 일명 명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여러 브랜드들을 살펴보자면 그들에는 역사가 있고 무구한 스토리가 있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브랜드가 지속되가고 있고 하나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 짝퉁이 아닌 오리지널이 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까.

어느 누구도 흉내내거나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인 것. 패션과 뷰티에서는 샤넬, 디올, 입생로랑 그리고 콜라는 펩시와 코카콜라, 핸드폰은 삼성과 애플 이렇게 현대생활의 각각의 물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잡은 주된 브랜드들이 있다. 이것은 주류 그리고 흉내낼 수 없는 것으로 불리며 사람들은 대체품을 찾지 못할 때 주저없이 이들을 선택한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00은 00브랜드지! 라고 생각했던 게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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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좀 더 넘기다 절반쯤 가니 포스트잇처럼 디자인계의 샛별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 잡지를 한 페이지씩 넘기며 든 생각은 정말 하나하나 공들인 페이지들로 이루어진 매거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권위있는 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생 혹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어 공감하는 내용도 있고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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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생으로서 예체능계 대학생들에 대한 로망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왠지 뇌구조부터 발상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작품을 보면 예상치 못한 추상적인 부분들이 많고 그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으로 한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뿌듯하고 가치있는 과정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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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디자인들과 디테일들을 보느라 잡지를 보는 동안 하나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통 패션 잡지를 읽을 땐 좋아하는 부분만 편식하며 읽기도 하는데 참신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 계속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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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디자인은 그저 그림 잘그리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 디지털을 이용해 기획하고 발상해내는 것이 점점 디자인의 방식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현대에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사람 그리고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 또한 다수가 디지털 부족이라고 할 수 있는 Z세대이다. 우리는 한시도 디지털과 떨어져 살 수 없으며,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러므로 점점 짧고 강렬하게 디자인을 각인시킬 수 있을 만한 방법 그리고 보다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더더욱 새롭게 Z세대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다.

사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어느 직군에나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효율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계속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고 마는 사회에서 디자인이라는 예술이 살아남을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매거진이여서 다소 형이상학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 읽어보고 나니 공을 많이 들인 예술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살아가는 방식을 접하고, 그때그때의 트렌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매거진의 역할이 아직은 굉장히 중요한 미디어의 일부분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점점 잡지산업이 죽고 디지털로 옮겨가는 시점이라고 하는데 모든 걸 디지털로 해결해려다 보면 언젠간 다시 책을 들고 펼쳐보는 아날로그 감성이 반드시 그리워질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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