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글 입력 2019.01.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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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줄거리


앨빈과 토마스는 7살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앨빈은 여섯 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서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앨빈은 할로윈만 되면 항상 그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토마스는 나이가 들어서도 철없는 분장을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날 토마스와 앨빈은 나중에 둘 중 누군가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면 남아있는 한 명이 송덕문을 써주기로 약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대학 입학을 두고 있는 토마스.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은 앨빈은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다. 대학원서를 쓰다 글문이 막혀버린 토마스는 앨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앨빈의 영감어린 조언에 마법처럼 글이 써진다.

토마스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간다. 어린 티를 벗고 약혼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앨빈은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그리고 사차원적인 행동도 모두 어린 시절과 그대로이다. 토마스는 앨빈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토마스는 베스트 샐러 작가가 된다. 하지만 그는 앨빈에게서부터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토마스는 토마스를 따라 도시로 올라오려는 앨빈과의 약속을 취소해버리고, 앨빈의 아버지의 송덕문을 쓰게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다.

연극 시작, 토마스는 먼저 떠난 친구 앨빈을 위한 송덕문을 써 내려가고 있다. 앨빈은 평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처럼 다리 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토마스는 친구 앨빈의 소중함을 깨닫고, 송덕문은 그가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하얀 눈처럼 공중에 날린다.



어른의 삶에서 오랜 친구를 잃어버린 작가의 이야기.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다. 취업,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내 삶에 목매다보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쉽게 잊혀지곤 한다. 글을 쓰는 나도 바쁜 와중에는 친구들의 연락을 잘 신경쓰지 못하는 편이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내 인생의 몇 순위로 뒤떨어져서가 아니다. 변명하자면, 안그래도 복잡한 삶에서 더 에너지를 쓰기가 싫어서 였다. 정말 기진맥진할 때는 기쁨에 사용되는 에너지조차 힘겹게 느껴진다. 그런 상태에서는 나도 모르게 편한 친구에게 더 편안함과 이해를 요구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이해해줄거라는 믿음이었고, 또 하나는 내 거만함이었다.

그래서 나는 토마스를 이해한다. 토마스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극의 여러 장치가 토마스를 '평범한 어른'으로 보이게 한다. 좀 야박한 이야기지만, 독립이 요구되는 어른이 되고나면 자기 일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노는게 전부인 어린 시절까지는 친구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항상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그때는 정말 친구 뿐이기 때문이다. 그때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돈도 벌고, 꿈도 이루고, 사랑해도 해야한다. 토마스는 야박한 사람이 아니라, 어른이 된 어린이일 뿐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그의 이런 평범한 모습은 극 중에서 몇번이고 반복된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앨빈과 달리, 토마스는 성에 관심도 가지고, 주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앨빈에게 성장하라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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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앨빈이야말로 특이하고 자라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머물러있다. 어머니의 상실과 그의 민감한 기질이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극을 보는 내내 나는 그가 피터팬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앨빈의 삶은 수많은 이슈로 뒤범벅 되어있다.

그는 어머니와 천사 클라렌스를 동일시 하고 있었고, 가장 외로운 시기 레밍턴 선생님과 천사분장을 한 토마스에게서 공허함을 채우려 노력했다. 계속해서 그 행동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그는 구원을 바랬던 것 같다. 그가 계속해서 돌려보는 <멋진 인생>에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지만 태어난 곳에서 여전히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조지 베일리가 등장한다. 그는 선한 마음씨로 마을 사람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으나 크리스마스이브 자살을 시도하고, 그때 하늘에서 지켜보던 천사 클라렌스가 내려와 그를 구한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향을 벗어나지 못했던 앨빈은 조지 베일리를 닮았다.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어릴 적 선생님과 토마스는 앨빈에게 천사 클라렌스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지 베일리와 달리 앨빈은 가장 필요한 순간 결국 천사를 만나지 못했다. 사실 그가 무엇을 바래서 몸을 던졌는지, 단순히 실수로 발을 헛디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실제적인 앨빈의 이야기는 이 장대한 뮤지컬에서 중요하지 않다. 기억 속에서 재현된 앨빈은 깜찍한 요정처럼 주눅들지 않고 그저 토마스를 돕는다. 토마스의 기억이라는 공간 외에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 이 극에서 앨빈은 몹시 비현실적이다.



내 계획은 어른들에게 어릴적 자신의 모습, 어떤 감정과 어떤 말들과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또 어떤 희귀한 모험을 일삼았는지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이다.


- <톰소여의 모험>을 읽고 난 후 작가를 꿈꾸게 된 토마스의 일기



내가 읽은 앨빈은 한 인물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토마스의 추억과 작가라는 원초적 동기를 상징한다. 정말 단순하게 앨빈이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작품이 탄생했다기 보다는, 토마스 안에 있는 작가적 자질(혹은 영감)이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앨빈의 모습을 빌려 형상화 된 것이다. 두 차이는 미묘하지만 분명 다르다. 앨빈은 '한 인물'이기 이전에 토마스 안의 '자질'이기 때문이다. 작품 내내 앨빈은 작품과 놀라울정도의 연관을 가진다.


양 팔을 파닥거리는 깜찍한 앨빈은, 극 중에 토마스에게 작가의 꿈을 꾸게해 준 장본인이자, 커다란 영감의 폭풍을 몰고오는 작은 추억 그 자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천사나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기억 속에 있는 앨빈은 실제의 그가 어쨌건을 떠나 혈기왕성하게 토마스의 성장을 돕는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앨빈이 실제의 앨빈이기 전에 토마스 안에 있던 무의식의 에너지기도 하다. 그는 한 인물이기 이전에 토마스 안의 에너지 그 자체이기 때문에 토마스의 성장을 돕고, 토마스가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것을 돕는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어른'은 아래의 가사에서 느낄 수 있다.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참 아름답지 않니.
여기 봐, 톰
영원토록 그 폭포가 보여.
아홉살의 그림.
사춘기의 사진.
네가 소중히 간직한 이야기.
잘 둘러봐.
니가 찾던 이야기.
잘 봐, 전부 여기 있잖아.

그래 알아.
뭔가 아쉽지.
정답을 바랬겠지.
이게 다야.
근데 이제 좀 시원하지 않니.
흘러간 구름새에.
놓친 순간속에.
커다란 비밀이 있는게 아냐.
야, 괜찮아.
니가 필요한 건 톰.
잘 봐, 전부 여기 있잖아.

this is it 가사 중 발췌


앨빈은 죄책감에 떠밀려 괴로워하지 말고, 양팔을 허우적 거리며 눈 속의 쌍둥이 천사가 된 기억을 떠올리라고 한다. 어두운 죄책감 대신 가득 채운 친구와의 황금빛 추억으로 토마스는 성장한다. 그 순간 그가 고민했던 마지막 문장이 완성되고, 열심히 뒤지고 다녔던 자료가 앨빈과의 한 순간 함께 느꼈던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큰 고조없는 이 뮤지컬에서 이 장면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감동을 한순간에 터뜨린다. 토마스는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앨빈과 무대를 뛰어 다닌다.


마지막 퍼즐이 딱 맞춰진 것처럼, 그는 마침내 갈등을 빚고 있었던 그의 가장 빛나는 자아와 합일을 이룬 셈이다. 그는 더 굳건한 자아를 가지게 된다. 이제 합일된 그들은 그는 그의 서재에서 항상 앨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먼지만 털러온다면, 그는 앨빈은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토마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달콤한 추억 속에 뭔가 더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토마스가 겪은 앨빈은 정말 그뿐이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이 <앨빈과 토마스>가 아니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이야기는 토마스의 이야기다. 가장 소중한 우정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을 다시 곱씹고 단단히 챙긴 어른의 이야기다. 에너지의 원천을 찾은 그에게는 ㅡ앨빈이 그렇게 말했던 것 처럼ㅡ 이야기가 넘친다. 작가를 꿈꾸게 된 첫 순간 그가 말했던 것처럼, 앨빈이 평소에 토마스에게 말한 것처럼 그의 안에는 이야기가 넘친다.

두 명의 배우, 간단한 무대 세팅, 간촐한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뮤지컬이었다. 웅장함은 없었지만, 감동은 실제 무대보다 너무 컸다. 정말 오랜만에 본 좋은 뮤지컬이었다. 그 누구보다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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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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