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머릿 속 수천 가지 이야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글 입력 2019.01.2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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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죽으면 좋은 말만 해주네?”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야! 네가 내 거 써줄래? 나도 네 거 써줄게.”

“그게 가능해?”

“어, 그러네. 아!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그러면 나, 가도 돼?”

“응. 가도 돼.”

“좋아, 약속.”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 앨빈 켈비를 기리는 송덕문을 작성하면서 기억 저편에 잊고 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송덕문을 작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토마스 앞에 죽은 앨빈이 나타나 송덕문에 들어갈 이야기들을 찾아준다. 그들의 과거 추억과 송덕문을 쓰는 현재가 교차하며 액자식 구조로 극이 진행된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3_정원영, 조성윤.jpg
 


이 뮤지컬은 주인공 토마스 위버와 앨빈 켈비, 단 두 명의 배우만으로 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빈틈이 느껴지거나 지루하지 않다. 내가 본 건 토마스 위버 역에 조성윤 배우, 앨빈 켈비 역에 정동화 배우 캐스트였는데, 둘의 호흡이 대단했다. 그 둘이 아닌 토마스와 앨비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극 몰입을 도왔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모아 21살 때 처음으로 뮤지컬 <팬텀>을 본 적이 있다. 당시, 2층짜리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와 조각배 등의 화려한 장치와 기술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문에 나는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 장치가 있어야 재밌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공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배경이 단 하나밖에 없다. 화려한 기술과 안무도 없다. 오로지 서재를 배경으로, 소품이란 종잇조각들 뿐이다. 그 종이들은 단숨에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때로는 기억의 조각으로, 때로는 하얀 눈으로 사용되는 그 종이들은 극 분위기를 서정적이면서 환상적으로 만든다. 두 배우와 서재, 흩날리는 종이들로 무대는 가득 찼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액자식 구조 또한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한다. 계속 반복하며 등장하는 특정 장면과 대사들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다가 마침내 사건이 밝혀지면서 비로소 이해되는 그 순간, 감동은 배가 되었다. 특히 앨빈의 “늦었잖아.”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뭘 늦었다는 걸까, 내내 지니고 있던 의문은 극 후반부에 풀렸다. 동시에 내 가슴속 감정도 터져버렸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앨빈에 대한 기억으로 앨빈의 송덕문을 완성한 결말 또한 짙은 여운을 남겼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5_송원근, 정동화.jpg
 

순수했지만 현실에 적응하며 어른이 되어버린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와 순수하고 엉뚱한 유년기 모습을 간직한 채 친구 토마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인 앨빈 켈비. 나는 그 둘 중 어느 모습에 가까울까?


솔직해지자. 밝고 순수한 앨빈 켈비가 서점 문이 열릴 때마다 “종이 울릴 때마다 천사의 날개가 돋는다!”라고 외칠 때,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오히려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씁쓸했다. 나는 앨빈이 되고 싶은 토마스다.


그저 순수하게 미래를 꿈꾸는 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꿈꾸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무슨 꿈이든 거침없이 써 내려갔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분명 순간의 망설임이 나도 모르게 생겨버렸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6_강필석, 이창용.jpg
 


“시간은 사라져버려. 눈송이처럼.”



극에 흐르는 많은 노래 중 가장 슬프고 마음에 와닿는 가사였다. 손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리는 눈송이처럼, 붙잡고 싶지만 시간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아직 앨빈처럼 순수했던 어린 시절인데, 거울 속 나는 어느새 나는 현실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어른 토마스였다.


하지만 슬퍼하지 말자. 토마스가 잊고 있던 앨빈과의 기억들을 결국 되찾은 것처럼, 늦기 전에 내 머릿속 수천 가지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된다. 순수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고이 간직한 채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된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뿐만 아니라 내 기억의 서재 속 이야기들도 꺼내 들게 만든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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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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