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히 사는 사람 [공연]

뮤지컬 <Story of my life> 리뷰
글 입력 2019.01.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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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죽은 이에 대한 애도와 함께 그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읽는 그 글을 '송덕문'이라고 한다. 뮤지컬 <Story of my life>는 주인공 토마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소꿉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풀어낸다.

토마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앨빈의 송덕문만은 도저히 써내리지 못한다. 그때, 토마스의 환상 속에 앨빈이 등장해서 그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 하나하나 찾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 뮤지컬은 그렇게 두 친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처음부터 되짚는다.



"앨빈은 특별한.. 아니 특이한...

그래 특이한.. 친구였습니다"



앨빈은 남들과는 달랐다. 어린 시절에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그도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졌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특이했던 것은 몸이 자라고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래 친구들이 야한 잡지를 돌려볼 때도 그는 여전히 강물 앞의 나비를 가만히 지켜보는데 정신을 빼앗겨 있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여전히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책방을 도우며, 고향을 벗어나지 않은 채 영원히 소년인 것처럼 살았다. 그와 달리 토마스는 남들처럼 점점 성숙해지고, 성인이 되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상경한다. 한시도 떨어진 적 없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3_정원영, 조성윤.jpg


만약 토마스가 앨빈을 필요 없는 존재로 여겨서 떨쳐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토마스에게 앨빈은 언제나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가 쓴 모든 이야기는, 앨빈으로부터 나왔다. 앨빈의 순수함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것이다. 앨빈이 없었더라면 그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로서 앨빈이 영감의 원천이기에 그가 소중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토마스에게 앨빈은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란 존재다. 앨빈은 그저 토마스의 삶의 일부다. 작은 시골집처럼 마음 깊숙이 들어선 안식처이며, 지금의 그를 구성하는 토대이다. 말 그대로 토마스에게서 앨빈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앨빈은 항상 토마스의 가슴속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 뮤지컬 초반에 죽은 앨빈이 등장해서 내내 토마스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처럼, 앨빈은 언제나 토마스 곁에 있다. 둘은 떨어져도 떨어진 게 아니다. 앨빈이 어떻게 죽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앨빈은 지금도 여전히 토마스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마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나는 두 인물 중 토마스에게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늙어도 때묻지 않는 앨빈처럼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내가 갑자기 순수한 소년처럼 될 수는 없다. 나도 앨빈이라는 소년을 토마스처럼 그저 멀리서 관찰할 수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도 극이 진행되는 내내 토마스처럼 '앨빈이 갑자기 죽은 이유는 뭐지? 토마스가 없던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하며 그 이유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앨빈의 죽음의 직접적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앨빈은 토마스에게 "놓친 순간에 비밀이 있는 게 아냐. 너에게 필요한 건 다 여기 있어. 그 기억은 네 거야 톰."이라고 말할 뿐이다.

송덕문은 죽은 이보다는 오히려 남아있는 자를 위한 글이고 의식이다. 죽은 이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승화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송덕문 앞에서 앨빈이 죽은 이유 같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뮤지컬이 다 끝나면 알게 된다. 죽음의 원인은 이미 의미가 없다. 송덕문을 쓰면서 토마스는 앨빈이 여전히 자신의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토마스에게 남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 당신에게는 앨빈이 있는가? 영원히 함께 할, 순수한 '소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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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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