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직장인들의 소원, 6시 퇴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6시 퇴근>
글 입력 2019.01.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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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의 거리, 대학로



나는 대학로를 좋아한다. 크고 작은 극장들, 특이한 술집, 음식점. 혜화역만의 특유의 생기 넘치고 활력 있는 공기. 낭만적인 20대를 떠올린다면 대학로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이번 공연은 친언니와 함께 보러 갔다. 나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윗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로의 '연극, 공연'이라는 문화를 추억하며 반갑게 받아들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다른 세대와 뭔가를 공유하고 함께 향유하려면 SNS가 주(主)가 되곤 하는데,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마음으로 문화를 즐기게 해준 대학로가 고마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학로가 오래 남을 '추억, 명물' 같은 느낌보다도 쏟아져 나오는 문화에서 계속 젊은 사람들과 상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하고 자식들과 연극을 즐기러 대학로를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2 나도 곧 인턴



"인턴 고은호!"


인턴 고은호(김정모 분)가 여기저기 불러 다니며 어버버 할 때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 아마 나도 몇 달 뒤면 지겹도록 듣고, 외쳐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뮤지컬에서 인턴 고은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밴드 <6시 퇴근>에서만큼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드럼 학원에서 드럼을 배우고, 최선을 다한다.


고은호는 (내 기억이 맞는다면) 홀로 계시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상경하여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왜 인턴은 항상 불안하고, 어렵고 힘든 존재로 대변되는 건가 싶었다. 그냥 내 미래라고 생각되어 감정이입해서 본 것 같다.




#3 끼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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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출연진들은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을까? 저렇게 끼가 넘치고 자유분방한데 9시 출근-6시 퇴근이라는 루틴한 일상을 견딜 수 있을까? 아니 됐고, 그렇다면 나는?'


나는 아직 한 곳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해본 적이 없어서 '지루한 일상'이라곤 겪어본 적이 없다. 매일 수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과제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은 나에게는 늘 새로우니까.


문화예술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딱딱하고 규칙적인 삶을 지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닐 테다. 그래서, 나도 걱정된다. 갑자기 꿈을 찾아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오면 어떡하지. 반복되고 지루한 삶이 싫지만 때려치울 용기도 나지 않아 스트레스만 받으면 어쩌지.


제일 좋은 것은 꿈과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행복하고 이상적일 수는 없는 거니까. 눈과 귀는 즐거우면서도, 머릿속은 마냥 즐겁진 않았다.





#4 그럼에도 현실과 타협하며 '면접'



뮤지컬은 대리 윤지석(박웅 분)의 면접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결국 뮤지컬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윤지석은 면접 상황으로 돌아온다. 애프터눈 홍보팀에서 가을 달빵 홍보를 위한 밴드 이야기를 실컷 소개하고, 꿈을 찾아가게 되었다고.


'그런데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이렇게 면접에 오게 되었습니다. 얘기가 많이 길어졌죠?'


울컥했다. 그렇게 꿈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음에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다니며 다시금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이.


중간중간 밴드 <6시 퇴근>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적이 없다. 같이 참여하게 된 연예인이 불참하게 돼질 않나, 갑자기 공연시간이 앞당겨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타도 고장이 나질 않나.(이 부분 정말 속 터진다.) 밴드의 다사다난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응 안돼~ 힘들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결국엔 현실에는 넘지 못할 벽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 같았다.




#5 연극과는 또 다른 재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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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화생활이라 보고 즐긴 적이 많은데,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연극과 비교해보자면, 우선 음악이 끊임없이 들린다. 그래서 흥이 넘친다. 전직 가수, 뮤지컬 배우 구분할 것 없이 모두 가창력이 대단하다. 뮤지컬을 떠나 연기, 외모, 노래 모두 짱짱해서 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뭔가 '팬'이 있는 것 같았다. 대포 카메라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커튼콜 때 사진을 몇십 장 찍어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 배우는 정말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공간이 조금 협소했다는 점이다. 물론 좁은 공간이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넓은 뮤지컬 무대를 생각하면서 왔기에 무대가 조금 작게 느껴졌다.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가격대가 좀 더 있는 편이어서 항상 보러 가기가 망설여졌는데, 또 하나의 즐겨야 할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나중에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생기면 자주 보러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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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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