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말 오후의 인기스타, 키스 해링展

-전시 구성을 중점으로
글 입력 2019.01.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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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의 키스 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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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랑 키스 해링 전시 보러 갈래?"
"키스 해링? 그게 뭔데?"


미술엔 도통 관심이 없는 친동생에게 키스 해링 전시를 권유했더니 돌아온 대답에 순간 힘이 빠졌다. 그렇지만 분명 키스 해링의 작품은 낯익을 거란 생각에 작품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아~ 나 이거 알아!"하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전시회에 가기 전부터 동생에게 키스 해링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작업을 왜 했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덕분에 동생은 흥미가 조금 생긴 모양이다.

전시회를 가는 길부터 혼자 들떠 신이 났지만 이내 DDP 전시장의 긴 줄을 보고 우리는 말을 잃었다. 이십 분 넘게 서 있었을까, 드디어 차례가 되어 입장했다. 줄을 설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정말 많았고 모두 줄을 지어 관람해야만 했다. 주말 오후의 키스 해링은 인기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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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을 비롯한 그의 그림들을 관람하던 중 키스 해링을 설명하는 영상들이 나왔다. 키스 해링의 유쾌한 그림체만을 알던 사람들에게 그림 안에 담긴 의도와 사회적 메시지를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그는 80-90년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종교, 에이즈, 동성애를 작품 속에 드러내어 유쾌하고 명랑하게 그려낸 작가였다. 마냥 밝아만 보이던 그림에는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가 있던 셈이다.



전시 구성 : ★★★


내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작품과 관객의 소통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론 전시 구성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 관람객을 대하는가에 따라 그 전시 전체의 인상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관람했던 내겐 이 전시는 즐거움과 함께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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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느낀 즐거움은 작품의 수가 대단히 많았다는 양적 만족과 전시장 밖에 마련된 키스 해링 아트숍이었다.

대중에게 키스 해링은 작품 그 자체보다 그를 바탕으로 협업한 굿즈들이 더 친숙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새겨진 에코백이나 옷,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전시장 밖 아트숍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타 전시보다 아트숍 매출도 쏠쏠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상업성은 키스 해링을 대표하는 예술 중 하나이다. 그는 생전 키스 해링 재단을 설립하고 아트숍을 열어 각종 굿즈 판매에 집중하기도 했다. 관람객이 그의 굿즈를 사면서 동시에 작가와 소통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아티스트가 바로 키스 해링이다. 그래서 나와 동생도 그의 엽서를 두어 장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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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전시 공간이 충분치 않아 보였다. 작품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 모양인지 한 벽에는 여러 작품이 다닥다닥 걸려 있고 그 위에는 키스 해링의 명언이나 글귀들이 자리했다. 목을 빳빳이 들어야 보이는 곳에 말이다. 아마 가벽이 부족했던지, 글귀를 자투리 공간에 무심하게 배치한 듯한 모양새가 굉장히 거슬렸다. 전시장을 구성하는 요소 중 텍스트는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텍스트가 그 작가의 삶을 대변해주기도 하고, 관람객을 이해시키기도 하며, 가끔은 글자 자체로 마음에 다가와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전시장 벽의 맨 꼭대기와 모퉁이에 새겨진 글귀들은 위치부터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존재하여,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어떤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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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해링, 앤디마우스, 1986


또 전시 속 키스 해링의 작업은 대부분 판화였다. 그에게 캔버스란 기존의 전통회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재료였기에 비교적 저렴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내어 수십장 찍을 수 있는 판화가 유용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작업방식을 이해하려면 판화라는 매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수월하다.

나의 경우엔 대학교에서 판화 수업을 들었기에 석판화가 무엇이고 실크 스크린이 무엇인지, 오른쪽 하단에 쓰인 마킹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설명이 부족했다. 전시장 내부에 판화 기법을 설명하는 문구가 있었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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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에서 서명, 즉 넘버링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그 유명한, 앤디 워홀을 그린 <앤디마우스>가 진품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바로 하단의 넘버링이기 때문이다. 판화에는 작품 아래 왼쪽엔 제목, 오른쪽엔 넘버링이 새겨지는데 진품임을 증명하기 위해 연필로 적는 것이 판화계 불문율이다.

그런 사전 지식이 있다면 하단에 쓰인 숫자 3/5를 보고 5장 찍은 것 중 3번째 장이구나, 86년도에 제작된 작품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시장의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주말에는 도슨트의 운영이 없을 뿐더러 전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는 누구나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

또 다른 아쉬움은 참여 프로그램의 부재였다. 키스 해링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전시장에는 꼬마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전시를 구성할 때 주요 타겟층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소통 프로그램을 넣는 것이 요즘 미술 전시회의 특징이다. 관람객과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에 오기 전부터 전시장 내외부에 어쩌면 아이들의 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열린 키스 해링전에서는 어린이 체험과 정원극장 등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전시는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과연 키스 해링과 연계된 다양한 콘텐츠를 바란 것은 나의 욕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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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은 생전 공공조형물로 만들었는데 그 조형물이 전시된 공간은 아무런 특색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커다란 로비에 조형물이 툭 하고 서 있을 뿐, 그 배치가 너무 아쉬웠다. 관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구체적인 포토존이라도 있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아니면 작품 뒤에 완전히 드러난 DDP 특유의 벽이라도 가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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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미있게 보았던 코너가 있다면 바로 '블루프린트' 섹션이다. 이 공간은 온통 암흑으로 되어 키스 해링의 작품만이 빛나는 곳이다. 블루프린트란 키스 해링의 작품 시리즈 중 하나로 1980년대 초 해링이 미국사회의 문제들을 전면화하여 이미지를 형광색 컬러페인트를 사용하여 그려낸 작업이다. 이 그림은 블랙 라이트 아래에서 빛나는 그림으로, 이 그림을 전시할 당시 해링이 DJ와 함께 밤새도록 댄스공연을 진행했다고 한다.

캄캄한 전시장에서 밝게 빛나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서 주변 관람객들의 반응도 함께 관찰했다. 관객들은 이곳에 들어오며 어리둥절하다가, 곧 그림에서 빛이 나니 신기한 듯 바라보고 감탄했다. 이 코너만 봐도 전시의 연출이 전시 몰입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또다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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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수의 작품을 일렬로 똑같이 걸지 않고 삐딱하고 어긋나게 설치한 마지막 코너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진열이 키스 해링 작업 특유의 유쾌함을 살렸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벽면에 작품소개와 설명을 적절히 남겨 관람자가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보통 유명한-특히 별세한- 아티스트의 회고전에는 작품설명이 힌트가 아닌 해설로 남겨져 있어 스스로 해석할 기회를 빼앗긴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자의 자체적인 해석을 중요시하도록 설명의 미묘한 지점을 조절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전시는 소통과 구성에 있어서 아쉬움이 짙은 전시였으나 키스 해링의 작품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면서 그의 메시지를 알리려 한 것에 의의를 둔다. 또한 전시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그러했지만, 결코 키스 해링의 작품에 대한 별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전시 속 해링의 그림들은 무척 선명하고 또 아름답다. 일상 속에 예술을 들여오고 또 예술에 일상을 끌어드려 그 경계를 허문, 모두를 위한 예술가 키스 해링은 영원히 우리 삶에 남아있다.





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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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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