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품 경제 가족 잔혹사, <버블패밀리> [영화]

최초의 독립 영화 극장 인디스페이스에서
글 입력 2019.01.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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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 로고.jpg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가장 먼저 독립영화를 전용으로 상영하기 시작한 극장 인디스페이스에 방문하게 됐다. '늘 새롭고 신선한 독립영화를 관객 여러분께 선보이고 있다'는 소개글처럼, 인디스페이스에는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영화포스터들이 가득 놓여있고 인디스페이스에서만 개최되는 감독전이나 작품전들의 팜플랫도 눈에 띄었다. 괜히 '다음엔 이걸 보러 또 와야야지'라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원래 정해진 저녁7시에 사정이 생겨 이른아침 인디스페이스에 도착했다. 직원 분께 양해를 구해 시간을 바꿔 오전 11시에 상영되는 <버블패밀리>를 볼 수 있었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관객 수가 적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상영관에 도착하니 관객은 나 하나 뿐이었다. 대관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좌석들마다 붙여진 후원자 명단에 한번 더 눈이갔다. 불이 꺼지자 두 명의 관객이 더 들어와 자리에 앉았고 영화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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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만 봤을 땐 다소 암담한 내용을 기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길래 진지하게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에 접근하는 영화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예고편은 너무 유쾌했고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는 몽롱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참 예쁘다는 생각이 났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득할 때 극장의 불이 꺼지고 쉽사리 짐작하기 어려운 <버블패밀리>의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놉시스

영원히 부자일 것 같던 우리 집은 망했다.

소규모 건설업, 소위 '집장사'를 하던 나의 부모님은 도시 개발의 붐을 타고 '중산층'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한 방 터뜨려 재기하겠다는 부모님은 15년 째 월세 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대책없는 부모님이 미웠던 나는 집을 떠났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2010년대

어느 날, 비가 새는 월세 집에 살던 내게 부모님의 월세 집이 원룸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오고 노심초사하는 나와 달리 부모님은 기약 없어 보이는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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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패밀리>는 이 영화의 감독인 마민지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마 감독의 부모님은 건설업을 하던 분들이었다. 과거 1980년대 산업화와 함께 부흥한 도시 개발 붐을 타고 큰 부를 얻었던 마 부모님은 매우 풍족한 생활을 누렸었다. 영화는 어머니가 찍은 홈비디오와 마 감독의 촬영 영상이 교차로 등장하는데 홈비디오 영상을 보면서 그 시절 가족들이 얼마나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홈비디오 촬영은 1997년을 기점으로 중단된다. IMF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들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거품이 빠져버린 것이다. 마 감독의 가족들도 타격을 맞아 아파트는 월셋방으로 바뀌고 생활은 크게 달라진다. 어려워진 생활은 15년간 지속되었고 긴 시간이 지나면서 마 감독은 학자금 대출금액이 쌓여있는 대학교 졸업생이 되었지만 부동산에 대한 부모님들의 집착과도 같은 관심은 여전하다.

마 감독은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그랬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건물에 투자를 하라고 하고, 눈에 띄는 결과가 없는데도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는 부모님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점점 볼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큰 성공을 해봤기에 또 다시 거품이 차올라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홈비디오와 함께 과거 우리나라의 보도자료들을 중간중간 삽입했다. 성대한 88올림픽 개막식, 허허벌판이던 강남, 빼곡한 철근들로 가득찬 아파트 공사현장,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과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던 대통령, 장관들의 발언들까지. 찾아보기 힘든 여러 영상들을 보면서 이 영화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 역사와 관련된 영상 자료 모읍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2018년, 현재의 집 값은 과거보다 더하다. 흔히 말하는 '강남'이나 '한강뷰'가 보이는 곳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이젠 심지어 말도 안되게 높게 지을수록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따지고 보면 땅 한평을 수십, 수백명이 쪼개 사는셈인데 말이다. 사실 나는 '내 집 마련'을 꿈꾸지만 과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평균이라 말하는 수입으로 현재 시세의 부동산에서 '내 집'을 사려면 정년퇴임을 할 나이가 지나서도 훨씬 더 오래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밟고 있는 것이 분명 딱딱한 땅인데도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과도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마 우리나라는 '집'과 '땅'에 대해 재정의를 내려야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더 많은 거품들이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질 것이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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