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엄마 사표 내겠습니다

도서 [엄마니까]
글 입력 2019.01.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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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리뷰

도서 [엄마니까]는 아이들의 유학생활을 돕기 위해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캐나다에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기에 보기만 해도 웃음 나오고 공감되며 안타까웠다.

[엄마니까]는 엄마(작가 박영숙)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까지 볼 수 있다. 막내아들이 친구를 데려오거나, 엄마가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 사과하는 딸을 볼 수 있다. 괜히 흐뭇하다.

타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든 상황을 만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은 공허함도 말한다. 그 힘듦 속에서도 고사리 캐는 등 새로운 도전에 재미를 느끼는 모습도 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생각났다. '부모님은 여행을 가보지 않아서 여행의 재미를 모르는 거예요. 요새 난 너무 재미있어' 엄마가 가족이 아닌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시도하는 일은 너무 반갑다.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

엄마 사표를 내면서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시기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엄마가 아닌 오로지 박영숙 작가 자체로의 재미를 찾는다. 다음 편은 박영숙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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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따뜻한 에세이


외국에서 살면 저절로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오해'였다.
그토록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사는 것조차 힘들었다.


빌을 비어로 잘못 알아들은 외국인이 계산서가 아닌 맥주를 가져온 에피소드가 나온다. 힘든 일도 물론 있지만 재미있는 순간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면서 추억을 말한다.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당시에는 힘들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때가 분명 오는 것 같다.

사기도 당하고, 아이가 아파 병원에 왔지만 빠르게 진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미워지고 따뜻한 위로 덕분에 캐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타국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덕분에 힘이 나고, 힘들 땐 한국을 그리워한다. 많은 감정을 보여주면서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 입장에서 책을 읽게 된다.


엄마라는 직업은 자격증도 없고 수습 기간도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상처를 주고,
반성과 고백을 반복한다.

너무 힘겨워 도망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이렇게 힘든데, 형편마저 녹록지 않았던
엄마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아침마다 학용품 사달라고
용돈 달라고 손 내미는 자식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어쩔 수 없이 주인집에 돈을 빌리러 갔던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너무 늦은 지금에서야 가늠이 된다.

끝까지 지난한 삶을 포기하지 않은
엄마가 새삼 고맙다.
그녀가 있어 지금 내가 있다.


딸은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는 엄마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엄마는 늘 힘들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연히 엄마 일기장을 본 적 있다. 일기장에는 '참자'라는 말이 유독 많았다. 말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참는 편이 속편 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일기장을 보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도 취미 좀 가져"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재미없어"

취미 없이 항상 집에만 있는 게 답답했다. 그럴 때마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그런 동시에 "내가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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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많고, 공부할 기회도 적은
엄마들과 현저히 차이가 난다.
그때부터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물건을 사는 것부터,
학교에 상담하러 가는 것조차 아이들을 앞세운다.
하나둘 엄마의 역할을 넘겨주는 일이 늘어간다.
그럴수록 아이의 콧대는 점점 높아진다.

작은 부탁 하나에도 짜증을 내거나,
그런 것도 못 하냐며 통박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누가 엄마인지,
누가 자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사실, 더듬거리며 단답형으로 말하는 엄마는
아무래도 폼이 나지 않는다.


엄마 친구가 오셔서 핸드폰 어플을 어떻게 다운로드하는지,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물어보셨다. 엄마도 옆에서 같이 들었다.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도 몰랐어? 그런데 왜 안 물어봤어?" "네가 바빠 보여서" 엄마는 모르는 게 있어도 내가 피곤할까 봐 물어보지 않았다. 엄마는 왜 항상 미안해할까?


요즘 젊은 아낙들은 다 사 먹는다더라. 
너도 고생하지 말고 대충 사 먹고살아라.


엄마는 항상 김장철마다 김치 담그면서 나보곤 하지 말라고 한다. 힘들다고. 엄마는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지만 그 힘듦을 자식에게는 주고 싶지 않아서 사 먹으라 한다. 엄마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이상으로 본인을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대학노트를 덮자,
참았던 눈물이 솟구쳤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큰딸의 상처가 지혈될 것인가?'

이토록 상처의 뿌리가 깊은 줄 알았다면,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돌을 던진 아이보다
내 아이의 부족함부터 찾으려 했던 나였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지만 캐나다로 온 이유가 나온다. 학교에서 받은 큰 딸의 상처. 그때는 벗어나는 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딸은 그때를 잊지 않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엄마는 어떨까.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건 아닐까?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마음 다친 사람이 더 괴로워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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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양육 방식을 보면서 나를 돌아다보게 된다. 
혹시 나는 계속 먹이를 들이대며
날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 날아보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둥지로 돌아와도 좋다고 속삭이지는 않았는가?
 아니 어쩌면 둥지가 비는 것이 두려워
아이들을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툰 날개짓이 있어야 비상하는 법도 알게 된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서야 굶지 않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둥지가 비어야 비로소
나도 나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엄마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구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자식을 걱정하고, 마음 쓰이지만, 이런 마음이 자식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한다. 자식이 떠난 빈자리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생각하기도 하고. 언젠가 자식이 부모님 곁을 떠날 걸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예전에 자꾸 여행을 떠나고 자취를 고민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말했다. "어차피 결혼하면 나가서 살 텐데, 왜 자꾸 밖에서 살려고 하는 거야?" 그때 엄마 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엄마는 자식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미안해서 말하지 않는다. 부모님께 먼저 다가가야겠다.

'엄마'를 다룬 영화, 드라마만 보면 뻔한 이야기라도 눈물 나온다. [엄마니까]도 그런 슬픈 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반대로 엄마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놨는데, 엄마도 공감하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엄마도 좋아하는 일도 시도했으면 좋겠다.


[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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