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이 되고싶었던, <영주>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글 입력 2019.01.1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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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 로고.jpg
 


#1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넉넉하게 시간을 생각하고 갔는데, 종로3가역에서 조금 헤매는 바람에 12시 26분에 겨우 표를 받게 되었다.(12시 30분 상영 시작) 3층 극장 입구를 찾으면서 '음 그래도 영화는 광고 때문에 항상 5분 정도 늦게 시작하지.'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영화관 입구를 들어섰는데, 이게 웬걸! 영화는 이미 상영 중에 있었다. 게다가 좌석 불빛 안내판(?)도 있질 않아서 자리를 찾는데 정말 힘들었다.


처음엔 영화관이 조금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특성상 상업적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있기 때문에 광고 시간이 없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정시 상영이 준수되고, 좌석 불빛 안내판이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극장의 성격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인디스페이스의 배려라고 생각되었다.


관객들이 나 포함 7~8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관객이 적은 것도 좋았다. 사람이 적을 때 느껴지는 묘한 감정 공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웃는 소리라든지, 누군가 엉엉 운다든지, 누군가는 지루해한다든지. 그런 모습을 포착하기 쉽다.




#2 독립영화,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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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립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독립영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독립영화 특유의 답답한 느낌,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화질의 영상 등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감상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독립영화는 더욱더 낯설었다. 그런데 이번에 독립영화의 문화소식을 받으면서, 전시회나 연극 말고도 내가 접하지 않았던 작은 문화까지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친구는 독립영화를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되도록 너무 난해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영화는 배제했고,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 김향기가 나오는 <영주>를 선택하게 되었다.




#3 영화의 줄거리



영주와 동생 영인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로 덩그러니 남겨진 집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철부지 동생의 잘못으로 300만 원의 합의금이 필요했던 영주는 계획적으로 부모님의 교통사고를 낸 범인의 가게에 찾아가게 되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게 된다.


분노로 가득 찼던 지난날과는 달리, 영주를 딸처럼 생각하고 대하는 향숙과 상문의 진심에 영주는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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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 어쩌면 피해자와 피해자의 만남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다 올라갈 때까지도, 도중에 극장을 나간 관객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영화가 끝났다는 표시로 극장 조명이 환하게 켜지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결말에 대한 해석과 영주의 뒷이야기 등 해결되어야 할 장면이 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서일 거다. 그만큼 명쾌하게 답을 내주지 않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내용에 대해 길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영주일까,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딸과 함께 정을 나눈 향숙과 상문일까.


냉혹한 현실 속에서 영주에게 한 줄기 빛이라도 내려올까 싶지만 그마저도 향숙과 상문에게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이 찢어질 듯한 슬픔을 '공유'하면서 산산조각 난다.


그럼 향숙과 상문은 영주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오히려 그들은 영주를 만남으로써 잊을 수 없는 슬픔을 공유하며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끌리듯 영주를 아르바이트 생으로 들였고, 딸아이처럼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주는 영화의 극 후반 5분 정도 한강(으로 추정되는)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운다. 그리고 향숙과 상문이 '이제 그 애 얼굴을 어떻게 봐요.' 라 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있던 것이었을까,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 여기서도 가능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그냥 영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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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스카프가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피 같기도 하고,
그것이 더 퍼져나가지 않도록
손으로 붙잡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5 극장을 나오며



친구와 보러 가서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써서 그나마 글썽이는 정도에서 멈출 수 있었다. (나는 우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게 그렇게 창피하다)


극장을 나와 친구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주와 같은 힘든 삶을 살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말도 했고, 영인이가 내 동생이었으면 세게 한대 쥐어박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음주운전 범죄자에 대해 미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괜한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마지막으로 닿은 생각은 각자가 가장 불행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덮어두고 덤덤하게 살아가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영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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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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