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읽어본 적 있나요? 독립 매거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1.12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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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을 타 보면, 종이로 된 무언가를 읽고 있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SNS를 서핑하곤 한다. 2018년 8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대중교통에서의 미디어 이용’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대중교통 이용자의 매체 점유율의 약 90%를 차지한다. 반면, 신문이나 책과 같은 종이 매체의 점유율은 약 0.7%에 불과하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등장은 정기간행물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5 잡지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정기간행물 산업의 매출액이 2012년보다 26.2%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에 따라 뉴미디어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러한 흐름은 잡지나 신문과 같은 기존 미디어들의 매체 점유율을 낮췄다. 이렇게, 정기간행물 산업은 하향세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잡지 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이 감지됐다.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1종 매체를 발행하는 사업체 수가 증가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사업체에서 발행하는 독립 잡지들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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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와의 첫 기억은 대부분 병원이나 미용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병원 혹은 미용실에 방문하여 잡지를 뒤적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먼센스, 에스콰이어 등과 같은 잡지를 호기심에서라도 뒤적여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잡지를 직접 구입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덕질’ 좀 해 봤다는 사람 가운데 쎄씨나 마리끌레르, 혹은 브로마이드 같은 잡지를 안 사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꼭 팬 활동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의 ‘덕후’ 라면 잡지라는 분야에 한번쯤은 관심을 기울였던 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잡지라는 분야는 이처럼,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존재였다. 특히 우먼센스, 에스콰이어, 쎄씨, 마리끌레르 등과 같은 패션, 뷰티 잡지들이나 하이컷, 브로마이드 등 연예 분야를 다룬 잡지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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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서 디지털로 매체가 변화하며 잡지 매출이 주춤한 시기와 맞물려 잡지 시장의 흐름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큰 언론사보다는 소규모 사업체에서 작은 매거진들을 발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던 우먼센스, 에스콰이어, 쎄씨 같은 잡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발행물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 그런 매거진들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작은 매거진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하향세를 타던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작은 매거진들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잘 읽어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성공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으나 2010년대 후반부인 현재에는 성공보다는 위로, 치유를 강조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과 같은 단어들이 유행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직업적, 경제적 성공’ 이라는 크고 대외적인, 거창한 목표보다는 ‘행복’, ‘나의 삶 자체’, ‘나의 내면’ 과 같은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전에 흔히 읽혔던 잡지들의 대부분은 ‘소비’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런 잡지에서 다루는 패션, 뷰티, 연예 등의 영역은 한 개인의 외적인 부분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수없이 많은 광고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소비, 재화, 상품 등과 자신을 결부시켜 생각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잡지들은 소비 키워드 위에 행복, 개인의 삶, 개인의 내면 등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이 특징은 독립 매거진이 발행되었을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기존 매거진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와 목적이 독립 매거진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다루고자 하는 독립 매거진의 ‘소확행’은 기존 매거진의 ‘소확행’과 결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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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매거진 '컨셉진'.


한 독립 매거진의 최신 호 주제는 ‘당신은 어떤 모임을 하고 있나요?’다. 이 잡지의 이전 호 주제는 ‘당신의 삶에는 나눔이 있나요?’ 였다. 또다른 독립 매거진의 주제는 ‘지금 행복한 집에 살고 있나요?’다. 이처럼 독립 잡지들은 소비 키워드를 공유하는 잡지들이 커버하지 못한, 인간과 삶 자체에 대한 고민과 집중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개인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등을 최신 호 주요 토픽으로 다루는 독립 매거진이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독립 매거진들은 디지털 매체에 대한 빠른 적응력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독립 매거진은 공식 SNS 계정과 해당 매거진만의 감성을 담은 홈페이지를 이용해 발행물을 홍보하고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SNS 계정을 이용하여 에디터를 모집하고, 미니 글쓰기 수업 등과 같은 이벤트를 여는 모습들은 독립 매거진들이 매체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또 이것을 얼마나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처럼, 요즘 사회를 잘 읽어내면서도, 최신 매체를 적절히 활용한 독립 매거진은 강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다. 독자들은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들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매거진들의 활약이 전체 정기 간행물 산업 수익을 급속도로 창출해내고, 0.7%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종이 간행물 이용률을 드라마틱하게 올리는 등의 결과를 이끌어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성장세는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더 다양한, 깊이 있는 독립 매거진들이 더 넓은 시장에서 각자의 색을 잃지 않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문헌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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