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곰>의 잔혹한 여정

그리고 나의 여정은...
글 입력 2019.01.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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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곰>의 잔혹한 여정


그리고 나의 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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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작은곰의 운명이 어디로 가는지 그가 가고자 하는 운명의 길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가는 작은곰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지만 주어진 운명을 믿고 무작정 앞으로 걸어간다는 작은곰은 마치 저의 모습일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은곰을 응원하는 마음과는 다른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어떤 혼돈이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작혼 우화’라는 이 책의 문구처럼 운명이라는 것은 잔혹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어진 운명을 따라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운명의 잔혹함을 목격한 지금은 그것이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곰도 어미를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깝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잃은 슬픔을 안다. 그러나 그 슬픔이 아무리 클지라도 새끼를 잃은 어미의 심정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무너진 하늘의 파편에 가슴을 찔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


처음부터 작은곰의 운명이 잔혹했던 것은 아닙니다. 작은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해주는 어미곰이 있었습니다. 비록 밀렵꾼에 의해 어미곰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될 수 있었고, 자신의 운명에 따라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는 작은곰이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따라 무작정 걷는 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운명을 따라 작은곰은 계속해서 숲을 걷다가 우연히 흰공작을 만나 연못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주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게 됩니다. 그 장면을 통해 작은곰은 강자가 약자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으며, 일부 약자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더 약한 것을 죽이고 살아남은 약자는 악이 되는 자연의 이치에 크게 분노하면서 이 숲의 악을 모두 없애고 말겠다는 각오로 악이 되는 모든 것들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악이 되는 모든 것을 죽이던 어느날 작은곰은 한 쿠거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작은곰을 공격한 쿠거는 작은곰이 숲의 악이라고 판단해 죽인 동물 중 하나의 어미였습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슬픔과 목적을 지닌 두 마리의 맹수가 매섭게 싸웠습니다. 작은곰은 쿠거와의 싸움 이후 낮이면 번뇌로 괴롭고 밤이면 악몽에 시달렸으며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탓에 수척한 몰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작은곰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끌려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슬픔과 목적을 지닌 두 마리 맹수가 한자리에서 상대방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목적이란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자 사명을 행하는 힘이다. 이는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이끌려 움직이는데, 이것이 바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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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곰은 결국 그가 가고자 했던 바다를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북극에 있는 흰곰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작은곰이 흰곰을 만났는지 그 결말은 이 책에 나와있지 않지만 작은곰은 분명 흰곰을 만나게 되었을 겁니다. 숲을 지나 바다로 간 작은곰은 운명을 따라 헤쳐 나가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혹독하고 위험천만한 여정을 묵묵히 헤쳐간 작은곰을 보며, ‘과연 나는 느닷없이 찾아오는 잔혹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며 저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내가 묵묵히 헤쳐가고 있는 운명의 길이, 지난날 작은곰이 악을 없애기 위한 사명으로 많은 동물들을 죽였던 것처럼 엉뚱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100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은 가볍게 읽기에는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나요?”


아마도, 제가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 또한, 운명을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임에 이끌려 움직이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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