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재생 불량할 수 있다. [공연]

인생은 고난의 연속일까?
글 입력 2019.01.0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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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살아간다'보다는 '버텨간다'라는 표현이 조금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위기와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예기치 못한 질병, 주변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삶을 고난에 빠트리기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복되는 하루, 연인과의 이별이 삶을 힘들게 한다.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완전히 농담으로 들리진 않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고난들로만 가득 차있지는 않다. 분명히 우리의 삶은 고난과 위기를 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게 하는 무엇인가를 함께 던져준다.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른다.


'희망'은 내일을 기다려지게 한다. 굳이 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 기다릴만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다른 지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나에게는 반년 전에 예약해 놓은 비행기 티켓이나 두 달 전에 예매해 놓은 뮤지컬 티켓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무척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거창하든 거창하지 않든 간에 미래에 대한 희망은 현재의 '나'를 웃게 만들고 변화시킨다. 한편으로 희망은 밝은 미래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 살아가게 하는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면 그것도 희망이다. 그리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반석과 성균이 재생'불가능'소년이 아닌 재생'불량'소년일 수 있는 것 역시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무균실과 링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반석과 성균이 무엇을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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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의 시작은 복싱 경기를 하는 천재 복서 '반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복싱 시합에 어울리는 강렬한 넘버와 함께 경기를 시작하지만 이내 반석은 쓰러지게 되고 무대는 가장 열정적이고 생동감 있는 복싱링에서 가장 무기력하고 침울한 공간인 무균실로 바뀌게 된다. 이곳에서 반석은 '재생 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을 판정받게 된다. 반드시 피가 날 수밖에 없는 복싱선수인 '반석'에게 피를 흘리면 안 되는 '재생 불량성 빈혈'은 그의 인생에 떨어진 사형선고와도 마찬가지이다. 복싱 경기장과 무균실은 매우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지만 상대방 또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기에 반석은 무균실에서 두 번째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 어떨까?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다. 아마 나라면 남은 인생을 패배감과 좌절 속에 보낼 것이다. 극 중 '반석'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종일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 항상 곁에 두던 복싱 글러브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질병인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성균의 해맑은 말투가 괜히 거슬리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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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반석과 성균의 첫 만남은 서로에게 매우 불쾌하다. 반석은 쓸데없이 쾌활한 성균의 모습에 짜증을 느끼고 성균은 자기 또래이자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친해지고 싶은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석의 모습에 화가 난다. 하지만 반석과 성균은 이내 서로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게 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로에게 무균실에서 황도 통조림을 나눠먹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병원 밖으로 나가 라면을 먹는 밝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반석과 성균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같은 꿈을 꾼다는 점만으로 서로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 성균이 결국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해 좌절하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서 반석은 성균과 함께 병원을 탈출해 한강에서 라면을 먹으며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로를 희망으로 바라본 그 순간부터 극 중 반석과 성균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있다.


'재생불량소년'은 반석과 성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교차로 반석과 승민의 과거 이야기를 보여준다. 승민은 반석의 친구이자 반석과 함께 복싱을 하던 동료다. 함께 복싱을 연습하던 둘은 결승 무대에서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둘은 결승 무대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게 되지만 경기 도중 녹다운 된 승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반석은 승민의 죽음을 트라우마로 갖고 살아간다.


작품 속 반석과 승민의 이야기는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나 역시도 작품을 보면서 반석과 승민의 이야기가 내용의 몰입을 방해하는 기분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든 생각은 승민이라는 캐릭터 역시 무균실 속 성균처럼 반석에게 희망이 되는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석은 두가지 이유에서 재생불량하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재생 불량성 빈혈'을 앓고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반석이 사회에선 불량아로 복싱계에선 게으른 천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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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과 승민의 이야기에서 반석은 승민을 따라 복싱을 하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다. 그런 반석에게 승민은 복싱 글러브를 선물하고 '결승에서 붙자!'라고 말하며 그에게 복싱을 해야 하는 이유와 목표를 알려준다. 그렇게 반석은 승민과 결승에서 제대로 붙을 그날을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마침내 올라온 결승 무대에서 갑작스러운 승민의 죽음은 그에게서 복싱을 해야 하는 이유와 희망을 빼앗았을 것이다. 반석이 무균실에서 권투 글러브를 서랍에 처박아두고 권투를 알려달라는 성균에게 화를 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반석은 결국 다시 '복싱'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물론 다시 복싱을 시작하게 되는 것 역시 성균의 역할이 크다. 성균에게 복싱을 알려주면서 반석은 복싱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을 새로운 희망으로 생각하게 된다. 성균 역시 병원을 나가 반석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스트리밍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다시 한번 고통스러운 치료를 견뎌내게 된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은 반석이 다시 복싱 경기에 나서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승민이 선물해준 권투 글러브를 낀 채로 말이다. 그리고 링 아래에는 성균이 반석의 경기를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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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품을 다시 떠올려보며 내가 프리뷰에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극 중 반석과 같은 '재생불량성빈혈'을 앓았던 사람으로서  작품의 제작자인 강승구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강승구 대표의 답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병 속에서 그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처지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성균'이나 '승민'처럼 말이다.


아마 우리가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사랑해 주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와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등 우리의 삶은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무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뮤지컬 '재생 불량소년'은 내 주변에서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극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에서 나와 비슷한 여운을 느끼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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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소년
-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일자 : 2018.12.23(일) ~ 2019.01.20(일)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19시
일, 공휴일 14시/18시
(월, 1/1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웃스포큰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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