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스쳐지나가는 순간

순간을 담는 사진
글 입력 2018.12.3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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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
2018.12.29-2019.3.3




AP통신


에이피통신?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이 세계적인 통신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AP통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최대의 통신사로, 미국의 6개신문사가 1846년 모여 만든 항구뉴스협회를 모태로 한다. 뉴스 취재망과 서비스망을 가지고 문자/사진/그래픽/오디오/비디오 뉴스 등을 제공한다. 영어,독어,네덜란드어,프랑스어,에스파냐어 등 5개 국어로 발행되며 AP통신을 받고 있는 해외의 신문사, 통신사, 방송국은 121개국의 8,500여 개 업체라니, 그 크기를 수치로나마 가늠할 수 있다.

거대한 통신만을 바탕으로 다양한 뉴스자료를 전해온 AP통신인 만큼, 다양한 보도자료를 축적해왔다. 이 중 보도사진과 예술성, 작품성이 있는 사진들로 구성한 전시가 바로 AP통신의 "에이피 사진전-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이다.


소금호수1.jpg

소금호수1/ Mideast Iran Urmia Lake

EbrahimNoroozi / 2016년

이란 북서부 우르미아 소금 호수에 누워있는 이란인들.



중동 걸프전.jpg
중동 걸프전 / Mideast Gulf War Analysis
John Gapps III, File / 1991년
한 미국 회사의 유정 소방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배경은 쿠웨이트 아흐마디 유전이 타오르고 있다.



순간과 사진


인간은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지나쳐 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가며 현재를 살고있고, 그 현재는 또한 시시각각 과거로 변하며 우리의 뒤를 지나쳐온다. 지금 글을 쓰기위해 타자를 두드리는 나의 순간도, 이 글을 읽는 순간의 당신도 모두 과거의 순간이다.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살지만 그렇기에 인간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년의 끝에서 단 열두달을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벅참을 느끼는데, 삶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에서 모든 순간을 기억함은 어불성설일테다. 그러나 삶이 거대한 만큼, 많은 순간에서 우리는 행복과 희열을 느끼며 또한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들을 죽도록 잊고싶지만 또한 죽도록 기억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때 인간은 자신의 순간을,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 남겨놓는다. 어느 때 이 순간이 왜곡되리라는 사실을, 미처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음을 방지한다.

사진은 이러한 기록의 방법들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있는 순간을 그대로 현상하는 사진은 렌즈에 담긴 장면-순간을 포착한다. 찰칵, 하는 찰나의 순간에 한 때가 기록된다. 렌즈를 통한 세상은 사진에 남겨져 시간이 멈추어져있다.


희생자를 위한 자국.jpg
희생자를 위한 자국
AP10ThingsToSee - India Israel Palestinians
Tsering Topgyal / 2014년
2014년 8월 9일 토요일 인도 뉴델리에서 있었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시위, 인도 시위자들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상징을 분필 윤곽을 그리고 그 땅에 누워 있다.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진은 무엇을 숨기지 않는다. 적어도 카메라의 렌즈가 보는그 프레임 안의 모습만은 바꿀 수 없다. 무엇을 숨기지 않는 대신, 무언가를 말해주지도 않는다. 글처럼 친절하게 무엇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이 풍경에서 주목할 것은 무엇인지를 나타내지 않는다.

오로지 네모난 프레임 안의 물체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그 사진을 감상하는 감상자의 몫이다.  사진은 순간을 그대로 남기고, 남긴 순간은 멈추어진 채이지만 사진을 감상하는 이는 다시금 순간을 떠올린다. 또한 새로운 순간으로 받아들인다.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아주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한들 이 때의 이 순간이 아니기에 사진으로 기록을 한다. 기록으로 순간을 남긴다.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이 순간의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어떤 의미로나 다시보고싶은 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저 직선으로만 나아가는 시간 속에서 순간은 과거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순간을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그 순간을 기억하는 또다른 순간을 가질 수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아는 순간을 남길 수 있고, 나의 순간을 기억하는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사진이 가진 매력이자 의미이다.

지구의 어딘가의 순간을 보기를 기대한다. 사진을 찍었던 사람이 경험했던 순간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와 또다른 순간으로 기억하기를 소망한다.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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