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전히 빛나는 이름 존 레논, 그의 음악으로 기억하다.

글 입력 2018.12.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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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억은 특별하다. 연말이라는 명분으로 그 동안 켜켜이 쌓인 기억들을 추억하거나 정리하는 날이 잦다. 좋았던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한 순간이었음을. 순간들이 모여 ‘나’를 이루어가는 것임을 점점 알게 된다.


한 해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아껴 둔 감정을 분출하기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를 이벤트처럼 보내야한다. 행동반경을 조금만 달리해도 평범했던 하루가 달라져 보인다. 이건 주로 필자가 스트레스를 풀 때 하는 방법이므로 따라 해도 좋고 그저 글을 보기만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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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존 레논展을 관람하는 날을 바로 이벤트 데이로 정했다. 같이 가려고 했던 친구가 못 간다고 하는 바람에 혼자 중앙선에 몸을 실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랬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들떠보였다. 덩달아 기분이 들떠서 빠른 발걸음으로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했다.


매번 미술관을 향하던 길이 있었는데 그 날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 비슷한 길이라도 좀 다르게 가고 싶어서. 오, 운이 좋게도 정각에 도착해 존 레논의 도슨트 진행을 따라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도슨트를 진행하시는 분이 자유롭게 작품을 보면서 들어도 된다고 하셔서 중간에 이탈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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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존 레논 – 스트로베리 필드(Strawberry Fields)



전시는 존 레논의 생애를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필자의 눈을 이끈 것은 바로 총알 자국의 유리 벽면이었다. 광팬의 저격으로 인해 피살된 존 레논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리벽 맞은편에서는 존 레논 피살 당시 뉴스 모음이 스크린 속에서 떠들고 있었고 스크린 옆에는 기자들의 메모가 벽을 채우고 있었다.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의 삶을 알기도 전에 죽음의 순간이 어땠는지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죽음은 그를 좋아했던 많은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게 된다. 존 레논의 죽음을 알게 되자마자 순식간에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와 추모를 했다고 한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에서는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그를 추모하는 공간인 스트로베리 필드를 재현해놓았다.


우리나라 유명 작가가 한국에서 열리는 존 레논의 첫 추모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도 있으니 전시의 시작부터 눈 여겨 볼 만한 점이 많다.




#1 음악을 만난 리버풀 소년



존 레논은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 존의 부모를 대신해 이모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아 별 탈 없이 성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린 소년이 감내해야 할 유년기의 순간은 너무나도 컸다. 그의 내재된 외로움은 음악으로 위로받게 되는데, 그는 음악에 대해 정식으로 교육받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좋아서 스스로 깨우치면서 배운 음악이라고 한다. 그러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를 꾸리게 되는데, 훗날 그의 이름을 빛나게 할 ‘비틀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비틀즈를 탄생하기 전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하게 되는데 활동 때문에 결혼 사실을 숨겼어야 했다고 한다. 두 부부 사이에서 아들도 있었지만 아버지로서 첫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온전한 가정환경도, 그러한 형태의 사랑도 처음이었기에. 엇갈렸던 그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며 안타까웠지만 비틀즈로서의 성공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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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첫 사랑의 시작



활발한 비틀즈의 활동,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순간 존 레논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전위 예술가인 요코 오노와의 만남은 동료적 감정 이상이었다. 전위 예술과 음악의 경계 사이로 서로의 영감을 주고받던 둘 사이는 이미 연인의 감정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고 한다.


도슨트를 듣다보니 ‘이거 불륜 아냐?’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말씀해주시기를, 불륜이었지만 그 이후로 이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신혼 생활을 통해 그가 진정으로 문화 혁명가, 평화주의자의 삶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가 요코 오노와 추구했던 전 인류적인 평화 운동은 ‘BED-IN’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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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 쓰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는 아빠, 바다코끼리



생뚱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바다코끼리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존 레논은 리버풀 대학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그의 뮤지션적인 면모가 너무 강렬해서 도슨트 내용을 잠시 잊었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쓰거나 그림을 즐겼던 존 레논은 그의 재능을 얌전히 두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특히 둘째 아들 숀 레논이 태어났을 때 느꼈던 따뜻한 행복을 아름다운 판화 작품으로 표현한 게 눈에 띈다. 그의 판화를 들여다보면 간결하고 미니멀한 터치의 그림이다. 과한 꾸밈도 없고 덜한 표현도 없다. 존 레논이 평소 생각하는 독특하고 재치 있는 유머와 풍자는 가감 없이 작품에 녹아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시를 보고 나왔더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존 레논의 역사를 보고 나니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아티스트이자 문화 혁명가, 평화주의자의 삶이 와 닿았다. 노래를 통해 존 레논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그의 삶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 있어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는가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대학에서 음악의 동반자 폴 맥카트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두 번째 사랑 요코 오노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아마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일러스트레이터 존 레논을 만나게 됐을 수도! 연말이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전시를 통해서도 정리된 감정도, 느낀 점이 많았다. 올 해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한 마지막 문화생활이었기에 더욱 값지고 감사한 이벤트 데이가 되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만나기 위해 이만 2018년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






이매진 존 레논展

- Imagine_John Lennon -



일자 : 2018.12.06 ~ 2019.03.10


시간

11:00~19:00 (18:00 입장마감)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3, 4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문화방송MBC

㈜한솔비비케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수진.jpg
 

[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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