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읽고
글 입력 2018.12.07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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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책문화는 안녕한가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저자에게서 원고를 받은 후, 출판사는 그것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한 권의 도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그 한 권을 전하기 위해, 서점과 도서관은 자리를 마련하고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음을 알린다.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이하 ‘책현미’)>에서는 이 과정을 생태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생로병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을 생태계라고 하는데, 이는 일방향적인 흐름이 아니라 순환하는 흐름이다. 마찬가지로 책도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을 따라 움직이고, 이후에는 새로운 책이 태어난다는 점에서 생태계와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책문화생태계는 어떨까? 생로병사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건강한 생태계일까?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주체가 한군데 묶여서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는가?


대부분 ‘아니오’라고 대답할 듯싶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책 문화든 책 산업이든 발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출판계는 책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지, 사람들이 어떤 책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현대에 이르러, 이제는 산업의 모든 것이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된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책을 소비하는 주체는 독자이므로,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책보다 재미 있는 것이 아주 많이 널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를 외면했던 출판계가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책의 권위가 낮아지는 시대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오랫동안 변치 않는 명언으로써 한국 사회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모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검색하는 시대가 되면서, 공을 들여 읽어야 하는 책은 지식 ‘전달’ 매체로서의 권위를 잃고 말았다. 우리는 더 이상 서점과 도서관을 지식의 보고라고 부르지 않는다. 더 이상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찾지 않는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가 줄 수 없는 것, 책만이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가?


정보사회가 도래했을 때,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이 오기 한참 전에, 출판계가 고민해야 했을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더 이상 책에서 지식을 얻길 원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간편하고 손쉬운 정보 습득에 익숙해질 거라는 걸 예측해야만 했다.


<책현미>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길만 한국출판학회 고문은 책을 콘텐츠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콘텐츠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략을 책문화에도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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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앞으로 출판계는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만족스러워 할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는 서점의 입장에서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를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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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책현미>에서는 책문화생태계를 발전시킬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후 6장까지 진행된 토론에서는 책문화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각도로 의견을 나눈다. 특히 산업적인 측면에서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2장과 5장에서는, 소비자가 접하기 어려운 현장의 생생한 사례가 담겨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도서정가제에 대한 출판계의 입장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과, 새로운 도서관 모델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부분이었다.


 


‘책의 정글’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남는 법



책을 사랑하며 출판계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독자로서, 이러한 본격적인 좌담이 너무 늦게 열린 것은 아닌가 아쉬운 마음은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책문화생태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출판과 유통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고,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여 책문화만의 비즈니스를 정립할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문화적인 측면에서 독서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도 놓칠 수 없다. 원하는 사람만이 책을 읽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태반은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에 반감을 느끼지 않는다. 독서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줄 수는 없지만, 독해력과 사고력을 증진하는 데에는 압도적으로 효과적이다. 그러니 독자들도 꾸준히 책문화에 관심을 가져서, 이 빽빽한 정글이 좀 더 건강한 생태계로 바뀌기를 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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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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