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보헤미안이다 [문화 전반]

보헤미안이 도대체 뭔데?
글 입력 2018.12.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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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관객 수 600만을 넘기며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음악영화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퀸의 전설적인 대표곡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따온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보헤미안 랩소디’를 녹음하는 과정은 중요하게 다뤄진다. 로저 테일러가 “갈릴레오 피가로”라는 가사를 녹음할 때 나오는 “도대체 갈릴레오가 누군데?(Who even is Galileo?)”와 같은 대사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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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필자도 같은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 한편, 가사에 갈릴레오가 진짜 왜 들어가는지 궁금해서 집에 와서 열심히 찾아봤다. 문제의 그 갈릴레오는 우리 모두 학창시절 배운, 지동설을 주장했던 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맞았다. 이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보헤미안’은 도대체 뭔데? What even is Bohe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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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셸 뒤샹 <L.H.O.O.Q. 수염난 모나리자>, 1887


보헤미안은 15세기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집시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원작소설인 앙리 뮈르제의 <보헤미안의 생활정경>(1851)으로 보헤미안의 개념은 자유분방한 예술가, 사회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아서 랜섬은 <런던의 보헤미아>(1907)에서 “보헤미아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태도다”라고 말했다. 보헤미안은 특정 지어진 것이 아닌, 마음의 태도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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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프 쿠르베, <화가의 초상(파이프를 문 남자)>, 1848~1849년경


알랭 드 보통은 <불안>(2004)에서 지위에 대한 불안의 해법 중 하나로 보헤미아의 태도를 제안한다.


보통이 설명하는 보헤미아의 태도는 경제적 지위에 대한 관심을 피하고 상업적 성공을 지양하는 것이다. 보헤미안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술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신할 수 있는 것이다. 점잖은 행동과 물질주의적인 태도는 보헤미안의 세계에서 하찮은 지위를 갖는다. 보헤미안의 세계에서는 윤리적 양식과 감수성과 표현 능력으로 명예를 얻는다. 극단적인 보헤미안은 경멸하는 직업(은행가, 변호사, 제조업자)을 얻느니 빈곤을 택한다.


스탕달은 <사랑에 대하여>(1822)의 서문에서 본인의 책을 높이 평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보헤미안 독자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방종의 취향이 있고, 백일몽을 좋아하고,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들을 때

솟아오르는 감정을 환영하고,

혼잡한 거리에서 어떤 아름다운 얼굴을 흘끗 본 뒤에

몇 시간씩 달콤씁쓸한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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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소로우의 <월든> 초판 속표지, 1854



알고 나니 보헤미안이라는 단어가 무엇보다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다름 아닌 바로 내 삶의 태도가 보헤미안의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구하는 일에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가난한 철학가가 되는 것이 속이 편하다. 비현실적이며 철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물론, 스스로도 하루에 수십 번씩 고민한다. 이대로 살아도 될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돈부터 벌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어떻게 살 것인가>, <자존감 수업> 등의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은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해 앞으로도 자유로운 보헤미안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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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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