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ngle] 완벽한 날. Behind

이상해요. 제가. 구름의 일상이 궁금해요.
글 입력 2018.12.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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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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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angle}

-여름빛 물-

완벽한 날. Behind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번 여행 동안 쓴 글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비가 그친 거예요. 너무 아쉬웠어요. 비가 그치니까 정말 그 여행이 마무리된 기분인 거예요. 여름비, 여름비. 알 수 없게 늘어지는 옅은 노란색에서 파란색이 청아하게 울리는 것 같아요. 여름비. 정말 예쁘지 않나요?


졸려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파악- 하고 강하고 밝은 빛이 제 눈꺼풀을 뚫어버린 거예요. 놀라서 눈을 번쩍 뜨다가 다시 도로 실눈이 돼버렸어요. 해가 구름 사이에서 정말 강하게 빛나고 있던 거였어요. 저녁 7시에 오늘의 해를 처음 봤어요. 이상하죠, 여름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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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너무 강한 빛이 제 머릿속까지 닿았는지 오른쪽 눈 주변이 시큰거렸어요. 몸은 졸리는지 눈을 끔뻑거리는데 다시 자기가 어려웠어요. 눈을 감으려 해도 눈이 너무 뻑뻑한 거예요. 오른쪽 눈 주변은 여전히 위잉위잉 울리고, 햇빛의 잔상이 제 눈가에서 장난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결국 멍하니 눈 뜨고 있었죠. 먹구름, 하늘, 먹구름, 해 계속 모습을 바꾸는 하늘을 보면서. 갈 때도, 돌아갈 때도 하늘은 왜 제게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걸까요.


해가 없을 때는 누군가 먹구름 카펫을 주먹으로 푸욱- 퍼억-하고 곳곳을 눌러 놓은 모습이었어요. 그 사이로 가끔씩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요. 해 주변에는 유독 구름이 없더라고요. 그랬어요. 오른쪽 얼굴은 여전히 시큰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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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멍때렸어요. 제 위는 먹구름인데 산 너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일 때였어요. 그냥 문득 가장 이상적인 구름이라고 생각이 드는 구름을 봤어요.


그게 어떤 구름이었냐고요? 제 눈에는 잔뜩 뭉쳐진 거대한 먹구름 아래, 유유히 떠다니는, 해가 뜨기 직전의 찰나같은 새벽하늘의 파란빛이 떠오르는 구름이었어요. 아, 아니다 오늘 아침의 빛과 닮은 옅은푸른회색빛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참 많은 빛을 가지고 있죠, 제게만 그렇게 보였겠지만요. 그 구름은 자신만의 모양으로 유독 먹구름과 다르게 푸른 빛의 하늘을 뒤로 하늘을 배회하고 있었어요. 먹구름마저도 자신의 하늘로 만들며 흘러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멋져 보였어요. 아마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 변하고 있겠죠.


이상해요.

제가.

구름의 일상이 궁금해요.


그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언제쯤 허공으로 흩어질까요. 그러다 언제쯤 다시 구름으로 돌아올까요. 그때는 어떤 하늘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저의 상상이 그의 일상이 맞긴 할까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궁금해하는 거겠지만요.


오늘 아침 여름비가 내리던 하늘의 색을 구름이 머금고 있다니까, 저 구름들이 내가 여름비를 더 음미하기를 바라며 그 색을 띠고 있던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저를 위해서요! 이상한 소리인가요. 제가 그 의미를 그들에게 더해주었으니 그들의 존재는 제게 그렇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도 기뻐하지 않을까요.


서울에 도착할 즘에는 갑자기 멍해졌어요. 너무 차분해져 버린 거예요. 갑자기, 갑자기. 내가 그냥 한낱 떠다니는 공기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요. 노란 불이 된 기분이었어요. 치직치직. 안되는데. 오랜만에 사람들 사이에 껴서, 오랜만에 멍하니 지하철에 있으면서 조금씩 다시 일상에 익숙해져 보려 했어요.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음,


그렇게.




*


next.


[Untangle] Last Episode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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