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무원의 평범한 일상, 7급 공무원 [영화]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봐보자! 최소 40번의 웃음을 보장한다.
글 입력 2018.12.0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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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평범한 일상

7급 공무원




0. 프롤로그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산된 로봇들이 깽판을 치거나, 슈퍼히어로들이 나와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한국영화에는 그만의 고유적인 특색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특색은 한국영화만의 특유의 코미디이다. 한국인이 만들었기에 현지인들에겐 신명나는 유머코드가 담긴 국산 영화를 보면, 간단한 대화라도 폐부 깊숙한 곳에서 불수의적으로 감탄사가 나오며, 삼차신경 또한 반응하여 입가에 예쁜 팔자주름이 생기게 된다. 만약 감독이 작정하고 ‘한국인의 얼이 담긴 코미디를 봐라!’라는 신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7급 공무원’이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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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장담하건대 이 영화의 감독인 신태라씨는 과거 코미디언 지망생이셨을 것이다. 개인적 추론이지만, 신태라 감독님은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을 웃기게 하는데 도가 트셨으며, 나중엔 손짓 하나만으로도 선생님을 웃겨서 벌을 서지만, 벌서는 모습 또한 웃겨서 지나가시던 교장선생님도 빵빵 터지게 하셨을 것이다. 그가 물구나무를 서는 동영상을 올리면 조회수 100만을 넘을 것이고, 페이스북에 프로필 사진만 바꾸셔도 좋아요가 1000만개는 눌러질 것이다. 99%의 과장을 섞어놨지만, 그가 사람을 과호흡으로 쓰러지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으신 분이라는 의미이다.


감독님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되지 않는 것이 심히 안타까워 영화를 찍으셨으니, 그것이 ‘7급 공무원’이 되겠다. 그렇다. 그냥 작정하시고 만드셨다. 다른 감독님들이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멋있게 날릴까, 고민하시고 계실 때, 신태라 감독님은 어떤 디테일을 넣어야 관객들이 한번이라도 더 웃을까를 고민하셨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1초밖에 안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잘 보면 웃을 수 있는 디테일을 넣었으며,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이 그 자체가 코미디이다. 한국인만으로 웃기기는 아쉬우셨는지, 러시아 배우들도 나와서 신나게 빵빵 터뜨려준다. 자, 다같이 신나는 ‘7급 공무원’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1. 7급 공무원이란



7급 공무원’의 주인공들은 국정원 소속 7급공무원이다. 여자주인공(안수지)은 국정원 국내파트 산업보안팀에 소속되어 있고, 남자주인공(이재준)은 국정원 해외공작파트 하리마오팀에 소속되어 있다. 이들의 주 업무는 국내외에서 국가를 상대로 깽판을 치는 나쁜 친구들을 검거, 체포 및 갱생시키는 일이다. 비록 7급이지만, 이들의 능력은 다재다능하여야 한다. 택시 운전은 기본이고, 요트를 운전할 줄 알아야 하며, 총을 특정 부위에만 맞추는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갖추고, 말과 망아지를 타며 동시에 투창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구도 알아챌 수 없는 암호설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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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필수 과정 : 승마술>


이 영화를 보며 필자에게 세상은 아직 모르는 것 천지라고 생각하였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요트를 몰며 새벽에는 말을 타며 BB탄 사격을 연습하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국정원 7급 채용 시험은 서류-필기-체력검정-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체력검정이 그런 것을 의미하는지는 상상도 못 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힘을 내시길 바란다. 이렇게 많은 능력이 있어도 7급이라면, 5급 공무원분들은 요트를 몰며 투창을 하실 줄 아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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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필수 과정 : 요트타기>



이러한 주인공들을 보며 몇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첫째는 암호설정이다. 암호설정은 나만 알게, 누군가 알더라도 기분이 확 나빠지고 빈정이 상하여 하던 해킹을 때려치게 만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7급 공무원’에 나왔던 암호를 살펴보면, “과장님 개새끼(꼭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야니마구베스치스티비아”가 있다. 듣기만 하여도 혈압이 오르거나 답답해지는 암호들이다.


다른 한 가지는 비장의 언어,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이다. 이런 말을 쓸 때는 최대한 비장한 표정을 하고, 상대가 3000년 동안 지켜왔던 비밀을 물어본 것처럼 행동하여야 하며, 쓸 수 있는 상황으로는 대답하기에 껄끄럽거나, 대답하면 불이익이 날아오는 경우가 있다. 영화에 나온 예로는 타 부서 상관이 “널 가르친 애가 누구냐? 형식이냐?”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대답 시 자신과 자신의 상관에게 해가 가니, 다들 평소에 외워두고 사용해보자.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2. 인물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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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강지환)


-> 직업 : 평범하지 않은 회계사 / 국정원 해외공작파트 하리마오팀

-> 특기 : 상사에게 반말하기, 암호 걸어두기, 펜싱

-> 성격 : 찌질하며 어리숙하지만 정의감 하나는 봐줄만 하다.

-> 좋아하는 것 : 권총, 암호해독, 사진찍기

-> 싫어하는 것 : 울릉도, 강원도, 노래방 풍선, 상사, 상사,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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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수지(김하늘)


-> 직업 : 비범한 여행사 직원 / 평범하지 않은 청소부 / 국정원 국내파트 산업보안팀

-> 특기 : 소리지르기, 펜싱, 말타기, 요트타기, 사격술, 투척술, 연체

-> 성격 : 대담하며 용감하다. 누구와는 달리 실력도 출중하다.

-> 좋아하는 것 : 숟가락, 나무망치

-> 싫어하는 것 : 주름, 후배, 후배,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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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석 (류승룡)


-> 직업 : 국정원 해외공작파트 하리마오팀 과장

-> 특기 : 욕하기, 때리기, 화내기, 술주정 받아주기

-> 성격 : 정의로우며 겉으로는 부하를 갈구지만 속으로는 챙겨주는 츤데례

-> 좋아하는 것 : ?

-> 싫어하는 것 : 이재준, 암호



 

3.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법칙 중에 이런 것도 있다.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이면 둘은 서로 사랑한다’. 그리고 ‘7급 공무원’은 이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이재준과 안수지는 서로 사귀는 사이였다. 그때부터 안수지는 국정원에서 7급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신원 노출은 절대 불가이기에 자기의 남자친구인 이재준한테는 여행사 직원으로 속이고 있었다. 거짓말에는 더 큰 거짓말이 따른다고 했던가. 전화할 때마다 울릉도에 있으며, 아침엔 강원도에 있다가 점심엔 울릉도로 가는 사람을 우리는 ‘프로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거짓말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이재준은 결국 수지한테 결별을 선언하고, 3년간 유학을 떠난다.

 

3년간의 유학 후 귀국한 재준이는 국정원 소속으로 일하게 되고, 우연히 안수지가 소속된 국내부서와 충돌하게 된다. 그렇게 극적으로 만난 그들은 또다시 서로를 속인다. 안수지는 평범하지 않은 청소부로, 이재준은 평범하지 않은 회계사로. 답답한 마음에 화도 내보고, 소리도 지르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준 상처가 크기도 하며, 다시 만난다고 해도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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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평범한...청소부가....아냐....!>


뭐, 결론은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해피엔딩이다. 로미오와 줄레엣과는 다르게 둘은 살아서 행복을 나눈다. 영화는 영화니까 둘이 사귀는 것이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연인한테 거짓말을 하지 말고, 했으면 알아서 잘 숨겨보도록 하자. 기억하자!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4. 이런저런 웃음거리


 

두 주인공들의 콩트들로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1분 1초가 아깝기에, 여러 가지 디테일들을 삽입하여 관객들을 웃길 준비를 하였다.

 

혹시 이재준이 속한 국정원 해외파트의 차를 유심히 봤는가? 차 종류는 거대 냉동수송차로, 옆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보국냉동유통’이라고 적어놨으며, 그 밑에는 ‘얼리지 않은 냉동고기’라고 적어놨다. 그 반대편에는 ‘호주산 청정 한우’라고 적어놨다. 아지트로 쓰고 있는 건물 간판에도 크게 ‘보국냉동유통’이라고 적어놓았다. 역시 비밀스러운 조직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내 꿈도 큰 냉동수송차량을 구입하여 캠핑을 하러 가는 것인데, 저 디자인을 따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후원을 받았을 때 어떻게 PPL을 해야 기업도 좋고 관객도 좋아할까? 이 영화에 FPS게임회사가 크게 후원을 하였는지, 진짜 같은 장난감 총들과 방탄복들이 가득 찬 전시장을 세트장으로 사용하였다. 후원을 받았으니 돈값은 해야겠고, 노골적이면 양심에 좀 찔리니 어떻게 할까....우리의 감독은 그걸 또 코미디로 만들었다. 진짜 권총 한 자루와 모형 총들 속에서 혈투를 벌이도록 하였다. 이게 진짜일까, 저게 진짜일까? 그건 감독의 마음이다. 그리고, 필자는 웃다가 마시던 물을 뿜었으니 감독의 의도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소한 디테일들로는 만족하지 못한 감독은 아예 웃겨버리려고 복선을 깔아두었다. 의욕만 가득 찬 신입인 이재준이 진짜 총을 배급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하는 장면이 있다. 테이블 반대편에 서로가 앉고, 가운데에 권총을 올려놓은 후 가장 먼저 집고 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성질 급한 이재준이 권총에 손을 뻗자, 과장은 주먹으로 얼굴을 패버린다. 이 테스트가 나오는 장면을 잘 기억해두시길 바란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에 이 장면을 이용하여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또 가차 없이 웃겨버린다. 그것도 2번이나.

 

남자인 필자에게 여자의 핸드백은 항상 궁금증을 유발한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간단한 화장도구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가방은 왜저리 클까? 혹시 초코렛이 들어있을까? 초코렛은 맛있으니깐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7급 공무원’이 주었다. 여자의 가방 속에 있는 것은 ‘책 2권, 손거울, 간단한 화장품, 핸드폰 충전기, 숟가락, 랍스터용 나무망치’이다. 망치는 호신용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숟가락의 용도는 도저히 모르겠다. 없어서 나쁠 건 없지만, 있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 해답을 ‘7급 공무원’이 또 주었다! 암호부터 시작하더니, 여러모로 유용한 영화이다. 숟가락의 용도는, 투척하여 적의 손을 때리는 용도였다! 여담으로 랍스터용 나무망치는 적의 손을 후려치기 위한 용도였다. 이러한 소소하고 유쾌한 재미를 주는 것과 동시에 여주인공이 상황을 극적으로 해결하는 무기로 숟가락을 선택하고, 이 장면을 위해 40분 전부터 복선들을 깔아둔 감독님이 너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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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암호....!>



5. 에필로그


 

개그를 말로 설명하는 순간 그 개그의 수명은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재밌는 상황이 있어도 진지하게 말로 풀어버리면, 재미도 반감이 된다. 에필로그에 적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해당 장면이 머릿속에서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설명한 것 외에도 매우 많은 재미요소가 있다.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유머가 없는 부분은 절대 3분을 넘지 않으며, 1분에 약 2번 정도 웃음을 주고, 그중 한번은 큰 웃음을 준다.


힘들고 지치고 쓰러지고 싶지만, 텅 비어있는 지갑과 통장을 보며 내일도 힘차게 일어나서 8시간 이상 일을 하거나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맘 놓고 2시간 동안만이라도 웃고 싶다! 라는 복잡미묘한 양가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최소한 2시간은 보장할 수 있다. 한번 믿고 봐보자.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이동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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