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첫눈 오는 날 만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글 입력 2018.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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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래간만에 엄마와 함께 즐기는 문화데이트였다.

내게 김광석이라는 아티스트는 유독 비가 오면 생각나는 만큼 공연을 보는 날 비가 촉촉이 내렸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날은 첫눈이, 그것도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눈이 오고 난 뒤에 춥지도 않고 포근한 날씨 속에서 엄마와 팔짱을 끼고 대학로를 걷다 보니 절로 흥이 났다. 20여 년 만에 대학로 공연장을 와보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는 무심한 엄마의 말에 모셔오길 잘했다 싶어 괜시리 뿌듯해졌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2018년에 봤던 공연 중 다시 보고 싶은 공연 1순위였다!(지극히 내 마음속 원픽) 어쿠스틱 뮤지컬답게 원곡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목소리를 뚜렷하게 하는 넘버들도 좋았고, 응답하라 시리즈 세대라면 더욱 공감이 갈 스토리가 내게는 흥미로운 90년대 감성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도 김광석 노래들만 구성된 뮤지컬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게 이 공연의 매력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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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사진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 시절 꿈과 사랑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간도 짧은 청춘만큼 잠시, 멤버들은 이내 곧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극중에서 밴드 '바람'을 결성하고, 이들이 모여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는 장면은 마치 2000년대 MBC 시트콤 논스톱을 보는 것 같았다. 논스톱 멤버들이 모두 매력적이었던 것처럼, 밴드에서 보컬과 작곡을 맡은 풍세, 퍼커션의 고은, 키보드를 맡은 은영, 기타의 상백, 베이스 영후까지.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극을 떠나 실제 밴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뛰어난 연주 실력도 이 공연의 묘미다. 게다가 바람 밴드의 든든한 지원군 수위아저씨이자, 단골집 사장 등 다양한 인물로 등장해 배꼽 빠지기 일보 직전까지 웃긴 멀티맨은 이 뮤지컬의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한다.

'바람' 멤버들은 평범하면서도 반복되는 삶의 시간들이 지속되자 빠르게 일상에 적응해 간다. 김광석과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던, 소극장에서 사람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던 밴드의 리더 이풍세는 우연히 찾아온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여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다. 풍세의 연인인 최고은은 라디오 방송국 PD가 되었고 풍세와 바람 밴드 결성을 주도한 김상백은 자신의 꿈인 밴드 활동을 포기하고 백은영과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쁘다. 밴드의 막내인 홍영후는 공무원이 되길 바란 아버지의 꿈과 화가와 음악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꿈과 갈등하고 반목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현실적인 문제와의 갈등 속에서 밴드를 접고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음악과 우정에 대한 의미와 삶의 행복을 발견하고 20년 만에 다시 모여 콘서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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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넘버
(공연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한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청춘을 보내신 엄마에게 이 뮤지컬의 넘버는 추억이고 오랜만에 만나도 반가운 동창 같은 존재였다. 엄마는 공연을 보면서 이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되뇌며 관람하셨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노래 제목을 다 알아맞히며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의 생명력은 시간을 초월하고, 또 그 힘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리뷰를 쓰려고 공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 뮤지컬 넘버를 발견해서 엄마에게도 보여주니, 와장창!이라는 노래(극 중 밴드 '바람'이 19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한 곡)의 출처를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하다는 말을 들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다 알지 못하는 내가 듣기에도 와장창!은 김광석의 노래 같으면서도 신선했는데, 이 곡은 공연을 위해 지어진 곡이었나보다.

한편 넘버들을 보니 김광석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 사랑이라는 이유로, 너에게, 이등병의 편치, 변해가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나의 노래는, 먼지가 되어 등등 주옥 같은 곡들만 모아 놓은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노래로 구성되었으니, 2시간이 조금 넘는 긴 러닝타임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흥겹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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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앵콜 공연 사진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청춘을 살아가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꿈에 대해 생각하게끔 노래하는 이 뮤지컬은 김광석의 노래뿐만 아니라 그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 소박하지만 소중한 '행복'에 대해서 가사를 쓰고, 노래를 지은 김광석을 기억하고자 하는 게 이 공연이 주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이번 공연 일정을 보니, 김광석의 23주기가 될 1월 6일까지 진행된다. 공연은 매번 소극장에서 조촐하게 팬미팅 하는 것처럼 공연이 펼쳐진다. 혼신을 다해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표정의 변화가 보일 정도로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도 가까워서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공연이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건 연출진의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대학로만의 젊고, 작고, 아담한 분위기가 이 뮤지컬의 색을 잘 살렸고, 무엇보다 바람 밴드의 모습을 볼 때, 변함없는 대학로의 분위기가 마치 타임머신을 하고 90년대로 가게 만든 것처럼 생생하게 빠져들게 한다.

첫눈이 오는 날에 봐서 더욱 여운이 길어질 것 같은 이번 공연. 그리고 이 공연을 엄마와 함께 봐서 더욱 재밌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 엄마의 표정을 보고 뿌듯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연말연시에 부모님을 모시고 본다면 더욱 좋을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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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8.11.16(금) ~ 2019.01.06(일)

시간
화,수,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
12월 24일(월) 오후 7시 30분
12월 25일(화) 오후 3시, 7시 30분
12월 26일(수) 공연 없음
12월 27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관람연령 :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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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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