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벼움과 산뜻함, 무거운 시선

스타일은 영원하다 / 노만 파킨슨 특별전
글 입력 2018.12.0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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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움과 산뜻함, 무거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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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패션지 화보에 긍정적인 생각을 다소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틀을 고정하고 규격화된 기준을 재학습시키는. 아름답지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다소 위험한 이 생각이 평소에 내가 가지는 패션지 화보에 대한 나의 평가다. 특히 이번 학기에 미학 수업을 들으면서 미술사적 가치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심미적인 걸 좋아하면서도 이를 불편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런 깊고 진지한 고민은 다 버리고 그냥 가볍게 다녀왔다. 전시를 보러 간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그 주 금요일까지 논문을 끝내느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주말 내내 거의 널부러져 있었던 것 같다. 나날이 저질이 되어가는 체력 덕에 지친 몸과 반쯤 멍한 상태로 홍대로 향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 지 마감 시간을 잘못 알고 가서 여유있게 보려던 계획이 타이트한 감상으로 바뀌어버렸다. 보통 나에게 전시는 꽤나 긴 시간을 들이고 머리를 굴리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지만, 이 전시는 정말 Refresh! 이 단어만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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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자체는 가볍고 산뜻했다. 프리뷰에서 기대했던 대로 색감은 톡톡튀었고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낼까 싶은 구도와 배치가 돋보였다. 요즘은 단순히 글이나 구술만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비 언어적 상징을 통한 메세지 전달에 관심이 많다. 미대에서 듣는 강의 과제로 내가 대학 동안 쓴 글들을 모아 핵심어들을 중심으로 텍스트 기반을 전시 기획을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이 화보들은, 이미지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행위가 주는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혹시나 참고가 될까 싶어 작품 사진도 꽤 찍었고 도록도 구매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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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봐도, '독특하다' 혹은 '예쁘다'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화보인데, 당시엔 아마 더 혁신적인, 틀을 깨는 신선한 작품들이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딱, 상큼한 과일을 먹는 기분이었다.

달디 단 초콜릿은 아니지만 새콤달콤한 오렌지. 귤. 시트러스 같은. 전시 키컬러도 밝은 빨강이라 눈에 확 들어왔다.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자체가 약간 홍대 유흥가와는 동떨어진 예술 문화적 공간이기에 전시 장소랑도 잘 어우러져서 딱 기분전환 삼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전시였다. 다분히 심미적인 요소가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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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냥 예쁘고 가볍게만 볼 건 아니다.


작품 곳곳에 보이는 몇몇 부분들은 다분히 '영국스럽다.' 정확히는 한창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활동할 때의 영국말이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다. 이슬람 문화를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요소로 집어넣은 것 같지만(실제로 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극명한 대비는 오히려 서구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상기시킨다.

이국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 그를 일종의 유희로 여기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없다. 수많은 여행자들도 해오는 일이고, 그게 교류의 출발점이 되는 것도 맞다. 이 시선에서 보면 전시작들 중에서도 크게 문제 삼을만한 건 없었다. 다만 불편했던 건 아래의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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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전통복을 입고 모델의 쳐다보는 여인의 눈빛은 서늘했다. 자유가 얽매인 사람 앞에서 자유롭게 웃는 일. 뽐내고 으스대는 게 아니더라도 그 광경을 3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자니 다분히 불편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관광지 여행지에서의 내 행동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약간은 서늘한 사진이었다.

작가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내가 느끼는 약간의 불편함들은 당시 시대적 배경탓이라 생각한다. 한창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을 벌이던 그 시기의 사람이기에 가지는 태생적 사고확장의 한계라 여기면 그 불편함은 다소 해소된다. 그가 살던 시대에 혁신적이었던 작가라고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거고, 현대의 우리는 그저 그 시대의 한계를 반영하는 작품을 수용할 때 우리 시대의 한계를 그와 동일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기만 하면된다.



문화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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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그릇된 가치를 보이는 작품이나, 문화재들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상 파괴보 단 비판적 수용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 시대의 가치를 집약적으로 담은 반영물들을 현 시대의 가치에 반한다고 모두 파괴해버린다면 남아있을 것들이 있을까. 잔존하는 그릇된 문화적 반영물들의 처리 여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그를 위해선 더더욱 문화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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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기기엔 지극히 심미적이고 예쁜 전시였고, 조금 더 시선에 무게를 얹으면 가볍게 즐기는 심미적 유희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전시다. 정답은 없다. 톡톡 튀는 색감에 둘러싸여 리프레쉬하는 것도, 약간은 무거운 시선으로 화보들을 바라보는 것도 모두 답이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인식하는 행위다. 가볍게 즐기더라도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이 어떤 가치를 담고있는지, 나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나는 그걸 받아들일 지 말지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즐기면 된다.

인스타그램 배경으로 전락해버리는 전시회들이 차고 넘치는 시기다. 그건 전시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적어도 이 노만파킨슨 전은 그렇게 전락할 전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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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 부분에 있던 영상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노만 파킨슨의 사진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그의 사진은 무언가 다르다, 특별하다.

노만 파킨슨은 말한다.

나는 그냥 그들의 모습을 찍은 것 뿐이다.



물체의 본질을 꽤 뚫는 일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노만 파킨슨은 그저 피사체를 찍은 것 뿐이지만, 본질을 꿰뚫었다. 그게 그의 작품이 여전히 현대적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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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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