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Loved Vincent. [영화]

글 입력 2018.11.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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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있을까? 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빈센트 반 고흐’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겠지.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 이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동안 나의 배경화면을 차지하기도 했다. 고요한 마을 위로 구불거리는 하늘과 별, 그리고 구름은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다.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고흐의 그림이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끝없는 외로움과 우울함 속에서 불행한 삶을 마감한 천재 화가의 이야기. 그저 그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천재’ 이야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들도 많았으니까.


<러빙 빈센트>는 나에겐 아주 특별했다. 고흐의 화풍으로 그의 삶을 표현한 ‘유화 애니메이션’ 장르의 영화는, 한 사람의 삶만큼 더 와 닿을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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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2018년 12월 재개봉




누가 고흐를 죽였나?



영화는 고흐가 죽고 1년 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고흐의 편지를 배달해오던 우체부는 평소 동생에게 많은 편지를 써 왔던 고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고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고흐의 동생에게 전할 것을 아들인 ‘아르망 룰랭’에게 부탁하고, 관객들은 그와 함께 고흐의 죽음을 파헤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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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떠나는 아르망



고흐의 죽음과 연관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아르망은 점차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들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사람들은 고흐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딘가 불안정한 그의 모습에 누군가는 ‘미치광이’ 예술가로, 누군가는 꽃과 나무를 사랑할 줄 아는 화가로 기억했다. 동생인 ‘테오’에게는 자신의 모든 걸 주면서도 지지하고 싶은 하나뿐인 형이었고, 박사 ‘가셰’에게는 천재 화가이자 시기의 대상이기도 했다. 모두가 다 고흐의 모습이었다.




고흐는 왜 죽었을까?



영화는 점차 다른 질문을 던진다. 누가 고흐를 죽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고 있던 아르망은, 점차 죽음이 아닌 고흐의 ‘삶’을 느끼게 된다. 고흐는 어린 시절부터 단명한 형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가족의 기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는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고자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실패했고, 힘들게 선교자가 되었지만, 그 자격도 박탈당하고 만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와도 불행한 결말을 맞았던 고흐의 삶 속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동생뿐이었다.


처음에는 고흐가 강하지 못해서, 약했기 때문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던 거라고 말하던 아르망도, 고흐의 삶을 ‘뭔가를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기 위해 노력한 삶.’이라고 말한다. 점차 고흐의 삶을 이해해가는 것이다. 잘할 수 없는 것들을 증명해야 했던 삶, 그리고 잘하는 것도 끝내 인정받지 못했던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빈센트는 무너졌던 거야.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약한 사람들이나 그렇죠.
오래 살아봐라, 그럼 알게 될 거다.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



고흐에게는 동생과 그림이 전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흐는 삶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귀를 자른 후 파멸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이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자신의 의지로 병을 치료했다. 28년 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는 일도 시작했다. 꿈을 펼치는 듯했으나, 그에게 또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박사 ‘가셰’와의 갈등, 주변인들의 무시와 조롱. 무엇보다 그를 무너지게 한 것은 그가 사랑하는 동생인 테오가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매독에 걸려 투병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생을 희생한 그림,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며 생애 한 점밖에 팔지 못한 그림. 그가 무너질 이유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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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d Vincent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고흐가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서 100여 명의 이 시대의 화가들이 당신의 화풍으로 당신의 삶을 그려내면서, 1년간 이 작품에 몰두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 보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당신이 마음에 품었던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미치광이 괴짜 천재 예술가 고흐는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가족을 사랑했고, 동생을 사랑했고, 그림을 사랑했고, 꽃과 나무, 구름, 별을 사랑했고, 결국은 모두를 위해 죽음마저 사랑했다. Your loving Vincent. 동생에게 쓴 편지의 끝에 고흐는 항상 이렇게 적었다.


<러빙 빈센트>를 통해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된 나는 빈센트의 이름 앞에 ‘loved’라 적고 싶다. Loved Vincent. 지금 당신이, 그리고 당신의 작품이, 당신이 모든 걸 느꼈기 때문에 불행하고 외로웠지만, 그랬기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아주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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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마무리된다. 이제 이 그림을 보면 사뭇 다른 감정이 든다. 별을 보면서 꿈을 꿨던 그를, 죽음을 타고 그 별에 도착했을 그를 생각하면서.


당신은 참 마음이 깊은 사람이다. 참 따뜻한 사람이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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