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시절의 부끄러움을 읽자 : <흑역사 안내서> [영화]

글 입력 2018.11.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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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문득 천장을 바라보는데 부끄러웠던 ‘그 일’이 떠오른다. 순간 얼굴이 빨개지면서 ‘이불킥’을 한다. 그런데 이 ‘이불킥의 사건’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이 상황을 담은 스탠드 코미디, 바로 ‘흑역사 안내서’다. 첫사랑, 가족, 어울리기, 대중문화 등으로 이루어진 6개의 에피소드가 있으며 출연진들은 모두 자신만의 10대 시절 다이어리 속 그때를 읽는다.




관전 포인트 및 인상적 에피소드


 


Weare freaks,

we are fragile

and we all survived!


우리는 괴짜에

허술함 투성이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저 말은 ‘흑역사 안내서’를 관통하는 말이다. 서로 자기만의 부끄러움과 흑역사를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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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연자는 자신이 중학생 때 썼던 헤리 포터 팬픽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읽었다. 이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고 웃겼다. 그리고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었다. 십 대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팬픽과 인터넷 소설들이 떠오르면서 부끄러웠다. 더군다나 자신이 어렸을 적 썼던 서툰 글을 마주하면서 공연으로 올릴 생각을 하다니, 진정한 용기처럼 느껴졌다.

 

출연자는 중학생 시절 팬픽 작가로 명성을 얻고 싶어서 유명한 팬픽의 요소를 분석했다고 한다. 주로 동성애를 다루고 특히 에로틱함이 있어야 그 팬픽이 유명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이 요소들을 모두 자신의 팬픽 안에 넣었다. (공연에서 실제로 그 소설들을 모두 읽는다!)

 

그러나 사랑, 특히 동성애에 대해 무지했던 그가 쓴 팬픽은 인기가 없었고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후 팬픽을 쓰는 것을 멈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에 실패를 바탕으로 더 훈련받고 노력하면서 현재는 급여를 받는 작가로 일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실패로 오그라들어서, 정말로 상처여서 절대로 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데 그것을 극복했다는 것이. 흑역사가 없으면 더 시도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흑역사지만 그 흑역사가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일기를 돌아보면 내가 왜 이러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더욱 알 수 있다. 잊고 있던 감성과 관심사, 그리고 그것들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다시 기억이 난다. 혹은 내가 왜 그것을 죽도록 하기 싫어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나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흑역사 안내서>에서는 10대 시절의 이야기만 나왔지만 사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흑역사를 쓸 것이다.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10대 시절의 일기가 없어 공감을 못 했다면, 그리고 한 번쯤 써볼걸이라는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부터 간단하게라도 적는 것은 어떨까? 어릴 적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나 스스로 의지의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해본다면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흑역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흑역사가 아니다. 그저 과정 속의 나일 뿐이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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